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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의 보석 - Hinterland -게임 리뷰, 추천 2008. 10. 22. 05:58
[시저5]와 [심시티 소사이어티]라는 제법 이름 있는 게임을 제작했으나, 하청을 받았기에 정작 제작사의 이름은 무척이나 생소한 [Tilted Mill]에서 꺼낸 그들의 오리지널 게임 [Hinterland]. 룻(Loot),레벨(Level),빌드(Bulid)라는 세 가지 표어를 내건 이 요상한 게임은 솔직히 말해 영락없는 돌덩어리입니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에게 눈썰미가 있다면 혹, 그 속에 숨겨진 보석을 찾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을 시작한 순간부터 플레이어는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습모드가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느닷없이 본론부터 들어갑니다. 그나마 마우스 오버 도움말 존재하기는 하지만 빈약한 정보만을 제공해 주기에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플레이어를 이끌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임의 시스템이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생각해 보면 재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좋은 게임으로서는 탈락입니다. 그러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르인 로그라이크, 시뮬레이션, 핵 앤 슬래쉬를 하나로 녹여낸 그 센스만큼은 패자 부활전의 자비를 베풀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리뷰는 간단한 매뉴얼로 사용할수 있도록 작성해 봤습니다.)
플레이어는 신대륙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시장이 됩니다. 다양한 직업을 지닌 시민을 받아들여 마을을 건설하고, 그들과 함께 마물이 점령한 지역들을 획득해서 시작의 깃발을 새워야 하죠. 이를 위한 기본적인 진행은 핵 앤 슬래쉬로 이루어집니다. 플레이어는 홀로 또는 마을 주민과 함께 마을을 떠나 필드로 나설 수 있으며 평지로 이루어진 필드는 각기 특정 자원을 가진 지역으로 나뉩니다. 지역에 있는 모든 적을 전멸시킴으로서 지역을 획득할수 있으며 이후 자동으로 해당 지역의 자원을 마을에서 사용할수 있습니다. 적들은 이따금 프라이팬이나 농기구 같이 엉뚱한 물건들도 떨어트리는데, 이러한 아이템과 수복한 지역의 자원은 이후 이를 요구하는 시민을 받아들이고 그의 건물을 짓기 위해 사용됩니다. 물론 익숙한 무기나 방어구 그리고 여타 마법 아이템도 풍족하게 등장합니다.
시민은 리얼타임으로 마을에 머물며 다양한 직업의 시민들이 주기적으로 마을을 오갑니다. 각 시민은 고유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을 받아들임으로서 플레이어는 마을에 해당 직업의 건물을 건설할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부를 받아들이면 농장을 대장장이를 받아들이면 대장간의 건설이 가능해 집니다. 건물의 건설에는 금화가 사용되는데 이는 적을 처리함으로서 얻거나, 마을에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건물을 건설함으로서 얻게 됩니다. 직업에 관계없이 어떠한 시민이건 플레이어와 함께 전투에 참가할수 있으나, 그들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해당 건물은 생산이 중단됩니다. 캐릭터는 기본 레벨 외에도 치고받음으로서 공격력과 방어력이 성장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생과 사를 함께한 농부가 신참 용병보다 훨씬 강력하게 성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무턱대고 사냥만 하다 식량이 떨어지거나 돈이 바닥나면 쫄딱 망해 게임오버가 되므로 마을의 운영에 늘 신경 써야 합니다.
[Hinterland]는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지 않은 간단한 오픈 게임으로서 모든 지역을 점령하면 끝나게 됩니다. 이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마을을 마저 개발하거나 아니면 바로 게임을 끝내고 최종 점수를 확인할수 있습니다. 게임의 결과가 점수로 표기로 나타날 만큼,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감을 잡고나면 퍽이나 짧고 단순한 구조이지만 위의 모든 사건들이 임의로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로는 엄청난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생각해둔 직업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가 하면 해당 자원을 지닌 필드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고, 예기치 못한 때에 마을에 적이 쳐들어와 식량을 약탈해 갈수도 있기 때문에 한시도 느긋하게 있을 틈이 없습니다. 더욱이 게임은 무조건 하나의 세이브 파일만 사용하기 때문에 실패했다 하면 자비가 없습니다. 매번 다르게 한 번의 인생을 즐긴다는 로그라이크 특유의 새로움과 긴장감은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반대로 난이도가 고르지 않다는 단점역시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난이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게임은 매우 세부적인 시작 옵션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자면 왕의 존재 여부가 그렇습니다. 게임에는 절대적인 존재로서 왕이 등장하는데, 플레이어의 명성을 높여주는 임무를 임의로 부여합니다. 거부하게 되면 명성이 낮아지는데, 사냥을 통해서도 얻어지긴 하지만 그 수치가 임무를 통해 얻는 것 보다 상대적으로 무척 낮습니다. 상위 직업을 가진 시민의 등용이나, 지나치게 낮은 명성으로 인한 게임오버를 막기 위해서는 이 명성이 높게 유지해야 하건만 왕이 무슨 임무를 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변수를 원치 않으면 재외 시킬 수 있는 것이죠. 이 밖에 플레이어의 직업에서 부터 필드의 크기, 자원의 종류 등 게임의 난이도와 길이에 영향을 주는 여러 옵션을 통해 어느 정도 취향에 맞도록 조절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Hinterland]는 제작사의 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어찌되었건 게임이 담고 있는 좋은 구조를 엉성한 외견과 불친절한 배려로 감싸버린 퍽이나 아쉬운 게임입니다. 미처 리뷰에서 다루지 못한 자잘한 불편이 많은 게임이라 속 편히 추천하기는 여러모로 힘들지만 위의 장르를 한번쯤 섞어 해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