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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고 싶지 않다. – The Path –게임 리뷰, 추천 2009. 3. 26. 04:37
[IGF2008]년 최종 수상작에 오르기 이전부터 제작을 시작하여 마침내 올해 3월 완성된 게임 [The Path]는 이전까지의 어드벤처 게임과는 다른 시도를 선보이는 참신한 게임인 동시에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다루는 무척이나……유쾌하지 못한 게임입니다.‘소녀가 할머니 집으로 향한다.’동화 [빨간 모자]가 생각나는 배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The Path]는 놀라울 만큼 풍부하고 깊이 있는 공포를 제공합니다. 일상에서 듣고 싶지 않은 불편한 소리로 빼곡한 배경 음악이라던가, 어둡고 스산한 회색 빛의 숲을 세밀하게 표현한 그래픽은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세계를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화면 위로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의미심장한 낙서와 짧은 문구들이 떠오르는데 이제까지 본적이 없던 표현 방법이라 그런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분위기 하나로 휘어잡고 들어가는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6명의 소녀 중 한 명이 되어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길은 크게 두 갈래, 집까지 곧게 뻗은 길을 안전하게 걷거나 원한다면 무엇이 있을지 모를 위험한 숲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습니다. 단지 게임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진실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면 숲으로 향해야 하며, 게임은 플레이어가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풀어 적으니 뭔가 대단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무작정 숲 속을 걷고 뛰며 보고 듣는 것이 전부인 아주 간단한 게임입니다.
이전의 어드벤처 게임이 진행형인 시나리오 사이에 유저가 풀어야 하는 퍼즐을 삽입하는 방식이었다면, [The Path]는 이미 끝나있는 이야기를 전제로 과거를 추측해 볼 수 있는 암호들을 모아 추측하게 함으로서 게임 자체를 거대한 퍼즐로 만들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공하는 줄거리(퍼즐)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무척이나 지루한 게임이 되겠지만, 흔히 말하는“떡밥”으로서 얻어지는 단서가 워낙 잘 짜여있기 때문에 섬뜩하면 모를까, 지루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단서가 되는 모든 사건들은 하나 이상의 의미를 담은 복선의 성격을 지니며, 이를 표현해 내는 방법 또한 볼거리 입니다. 단지 무한히 도는 루프로서 숲이 구성되어 있음에 비해, 지도는 일정 구간마다 한번씩 나올 뿐이라서, 필연적으로 미로 같은 숲을 맴돌 수 밖에 없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습니다. 허나 한 시간 동안 숲 속을 돌아다닐 가치가 있을 만큼, 숲 속에 있는 다양한 사물과 장소, 그리고 인물들이 이끄는 진실은 쉽사리 예상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결말로 플레이어를 이끌며 이를 표현하는 연출 또한 예술입니다.
[The Path]는 오랜 기간 동안 연출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 만든 게임이며 이에 있어서는 정말 두말할 나위 없이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을 하나의 거대한 퍼즐로 만들고 유저가 조각을 맞추듯 찾아내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퍼즐은 확실히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새로움입니다. 단지, 그러나 단지, 게임이 담고 있는 결말을 과연 플레이어가 쾌히 납득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 게임이 담고 있는 결말은 충격적이고 불쾌하며 쉽게 입에 담기 힘든 그런 사건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모든 사실을 알고 싶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