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Her Story
    게임 리뷰, 추천 2015. 7. 16. 22:01

    플랫폼: PC(스팀), 맥, 모바일(애플)

    가격: $5.99

    편의: 사용자에 따라 크게 다름, 5시간

    제작: Sam Barlow

    좌표: 공식 홈페이지

     



    감히 말하건대 혁신적인 게임 -



     왜곡된 CRT 모니터 표면에 반사된 형광등이 보입니다. 노이즈가 덮고 있는 90년대 컴퓨터 화면. 윈도95를 연상시키는 바탕화면에는 Readme.txt 파일과 단출한 아이콘 몇 가지, 그리고 “L.O.G.I.C 데이터베이스”라고 적힌 파란색 검색창이 있습니다. 검색창에는 이미 단어가 입력되어 있습니다. “살인(Murder)” 그 단어에서 [Her Story]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살인”은 인터뷰의 조각을 꺼내는 키워드입니다. 입력하면 해당 키워드에 관련된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꺼내진 짧은 인터뷰 영상은 혼란과 자극적인 의혹을 남깁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인터뷰 속의 여성은 누구일까? 그런 의문을 풀어나가는 게임이 바로 [Her Story]입니다. 약 200여 개 이상으로 나뉜 인터뷰 파일들은 아슬아슬하게 사건의 단편만을 보여주도록 편집되어 있습니다. 리에 꼬리를 물고 쉽게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동기가 됩니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호기심을 해결하는 게임. 또는 궁금한 정보를 찾아가는 게임. 구글 검색엔진이나 위키피디아와 비교하는 것이 더 어울릴법한 게임입니다.


    각각의 인터뷰는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상자와 같습니다. 게임은 수없이 많은 상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을 여는 것이 사용자의 권리입니다. [Her Story]는 그 무엇도 사용자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사용자를 두고 멋대로 떠나는 일도 없습니다. 사용자가 고개를 돌린 사이 건물이 무너지거나 불길이 치솟지 않으며, 사용자가 “아니오”를 선택했다고 해서 게임이 막히는 일이 없습니다. 그저 사용자 맘대로 상자들을 열어보고 내용을 확인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실사 영상(FMV)으로 촬영된 인터뷰는 사용자의 고생에 충분한 보답이 될 만큼 뛰어난 연기와 편집으로 완성되어 있습니다. 감정을 흔들고, 충격을 주고, 고민하기 하기에 충분한 높은 수준의 영상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인터뷰가 제공하는 단어들만 머뭇머뭇 검색해 보겠지만, 사건에 대해 알아갈수록 자신만의 단어들이 검색창을 채울 것입니다. 도로, 흉기, 피, 피해자, 가해자 등 마치 우리가 구글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으며 시간을 보내듯, 우리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뛰쳐나오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와 게임의 진행이 어긋남 없이 일치하고 사용자의 생각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과정이 달라지는 구성을 완성한 게임. 더 많은 게임 같은 성과를 이룬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Her Story]와 유사한 구성을 반복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을 이루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실사 영상이 글로 바뀌거나 그림으로 대신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다른 갈래로 발전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과거 CRPG의 대화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당장 해당 장르조차 겨우 살아 있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더 객관적인 아쉬움도 있습니다. 우선 이 게임은 불편합니다. 언어 문제는 논외로 한다 쳐도, 필요한 기능이 빠져 있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발자가 패치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답은 던진 상태이지만, 언제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두 번째는 게임이 살인 사건을 다루는 태도입니다. 현실을 묘사함에 몇 가지 도덕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살인에 대한 평가와 그 동기 묘사가 부적절합니다. 이야기의 분위기를 위한 창작자의 선택이었겠지만, 미디어의 흔하고 질 나쁜 편견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따지고 넘어갈 문제입니다.


     [Her Story]는 감히 말하건대 혁신적인 게임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누적된 시도들이 맺어진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그건 게임을 파기 좋아하는 마니아에게나 의미 있을 뿐, 대다수에게 크게 와 닿는 정의는 아닐 겁입니다. 대신 이렇게 끝을 맺고 싶습니다. 이 게임은 끝내주게 재미있고 몰입감 넘치며 손대신 머리를 쓰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혼자 즐겨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즐긴다면 더 좋은 게임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그녀의 이야기란 어떤 이야기일지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는 커피 한잔을 곁에 두고 혼자서 천천히 여유로운 휴가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미스테리하고 오싹한 살인 사건이란 언제나 여름에 어울리는 법이니까요.



    댓글

Designed by black7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