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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전선의 운영과 사용자의 반응에 대한 생각 정리
    게임 컬럼&정보 2021. 3. 3. 15:55


    사용자는 노련한 사기꾼보다 어리숙한 아마추어를 선택했다.

    -소녀전선의 운영과 사용자의 반응에 대한 생각 정리

     


     [소녀전선]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최근까지 즐겼다. 모바게 또는 가챠게임이라 불리는 장르(?)의 게임을 접한 건 처음이라 어떨까 궁금했는데, 꽤 재미있게 즐겼고 돈도 제법 썼다. 그러나 지금은 깔끔하게 접었다. 게임을 운영하는 회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요 며칠 사이 [소녀전선]의 운영에 대한 쓴소리가 이런저런 뉴스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소녀전선]의 편에 서서 기사를 비난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사의 서술이 거짓이라서? 또는 옹호하는 사용자들이 어리석어서? 어느 쪽도 아니다. 내 생각에 다른 이유가 있다.

    [소녀전선] 서비스 초기는 정말 좋은 운영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유사한 장르의 게임이 요구하는 금액에 비해 훨씬 낮은 합리적인 금액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게임의 구성 또한 소비자의 바람에 맞추어 잘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친절하고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게임 내 공지도 훌륭했다.

    그러나 서비스 3개월이 지난 지금 게임은 좋게 봐줘도 똑바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소녀전선]의 한국 서비스는 대만의 [룽청]이라는 회사(지금은 사명을 X.D. Global Limited로 변경했다)가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가 한국에 지점도 사무실도 없이 소수의 운영자만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공식 운영자도 있다. 회사로부터 지시를 받고 소통도 하지만 그가 회사에 고용되어 있는지 불분명하다. 이러니 누가 어떻게 운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회사까지 들어가는지 명확지 않고 반대로 회사의 요청이 게임에 반영되는지도 불분명하다. 게임에 문제가 생기면 나는 어디에 연락해야 할까? 방문하여 이야기를 들어볼 장소가 있는가? 내가 대만으로 가야 하나? 직접 운영 주체를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신뢰와 직결되는 고객 입장에서 꽤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벨브] 같은 회사도 한국에 지점 없이 본사에서 직접 한국에 게임을 판매하고 있긴 하다. (심지어 대한민국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하지만 이미 수년간 [벨브]의 [스팀]은 플랫폼으로 쌓은 역사가 있고 거기에서 오는 신뢰가 있다. 그러나 [소녀전선]은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이고, 처음부터 QA는 엉망에 운영은 계속 어긋나고 있다. 첫인상과는 달리 지금은 믿기에 어려운 회사가 돼버렸다.

    나는 혹시 모르고 있을 사람을 위해 룽청이 한국에 지점도 사무실도 없이 하청에 가까운 형태로 게임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게임의 공식 카페에 올렸고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았다. “그래도 이 게임이 다른 게임에 비해 더 좋다”라는 답이 많았다. 처음에는 사용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운영을 묵인하는 그들에게 화가 났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감정 상할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제일 나은 선택을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벌써 수년째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에 대한 논란이 끝이지 않고 있다. 돈을 주고 사면 일정 확률로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의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라는 요구이다. 업계에서는 자율규제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회사를 믿지 못하고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원하고 있다. 이미 지긋지긋하게 당했기 때문이다. 한정 판매라고 고시해 놓고는 똑같은 물건을 기간이 지난 뒤 더 좋은 조건으로 판매하는 회사. 고시한 확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품을 팔아놓고 실수라고 얼버무린 회사.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상품의 내용을 변경한 뒤,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뗀 회사. 한국 게임을 이용한 이용자들은 그런 좋지 못한 기억들, 사기당했다고 이를 갈만한 기억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마음을 다친 사용자. 그들에게 한국의 게임 업계는 사기꾼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동할 체계가 잡혀있고 으리으리한 사옥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여기 나는 사기당한 기분인데? 그들이 프로라면 사기의 프로이고 저 성공은 그렇게 얻은 것이다. 그들은 그만큼 감정이 상해있다.

    노련한 사기꾼 보다는 어리숙한 아마추어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운영이 좀 엉망이고 미심쩍어도 별 상관없다. 최소한 [룽청]은 나에게 신경 써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게 눈에 보인다.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공식 운영자는 사용자 가까이에 있는 만큼 친근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룽청]의 운영 형태는 길게 보면 게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어떤 회사가 악의를 품고 이 운영 구조를 답습했고 치자. 그러면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회사는 비공식 운영자의 문제라고 선을 그을 수 있다. 이후 비공식 운영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사라진다면? 소비자로서는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집단으로 뭉쳐서 움직인다고 해도 회사가 운영 주체로서 책임을 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품이들게 된다. [룽청]의 운영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는 물론 업계에도 위험이 될 방식이지만 그런 가능성을 당장 급한 사람에게 호소하는 것은 무리다. 현실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을 이상적이지 않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소녀전선]의 현재 운영 방법은 분명 잘못되었다. 제대로 된 체계 없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었는지도 불분명한 사람이 표면에서 일하는 현재의 운영 형태는 분명히 소비자에게 해가 된다. 피해를 입었을 때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고, 커뮤니티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서로에게 감정만 쏳아내게 될 것이다. 운영을 위한 체계가 없다는 것은 곧 상황을 책임지고 해결할 주체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사용자들은 회사가 그런 역할을 해줄것을 진심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좋은 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최소한 나에게 사기는 치지 않는 회사를 원한다. 그것이 [룽청]이고 그곳에서 서비스하는 [소녀전선]이다. [소녀전선]과 [룽청]에 대한 옹호를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웃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다. 한국 게임 업계의 이미지가 이미 돌이키기 힘들 만큼 망가져 있다는 증거이자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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