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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ack Lives Matter는 무엇인가?
    게임 컬럼, 정보 2021. 3. 4. 14:44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orege Floyd) 사망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게임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본래 6월 4일로 예정되어 있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 발표가 미루어진 것 때문에 알고 계시거나, TV 뉴스로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Black Lives Matter” 

     

    인터넷과 TV를 가득 메운 시위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표어입니다.

     

    필자에게는 미국에 거주한 시절, 길거리 전봇대나 신호등에 붙어있던 스티커로 익숙한 표어입니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표어 자체의 뜻은 간단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체일까요? 아니면 그저 표어일까요? 솔직히 이제까지 크게 관심을 가지던 사안은 아니었지만, 이번 시위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까지 확대되고, 수많은 게임 회사가 성명을 발표함에 따라 “Black Lives Matter”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Black Lives Matter”는 무엇일까요? (이하 BLM)

     

     처음에는 위키피디아와 기사를 찾아보았지만 생각해보니 당사자들의 소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BLM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아래는 BML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단체 소개를 번역한 것입니다.

     

    #BlackLivesMatter는 2013년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의 살인범에 대한 무죄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의 글로벌 조직인 Black Lives Matter는 백인 우월주의를 근절하고, 지역 권력을 구축하여 국가와 자경단이 흑인 사회에 가하는 폭력에 개입하는 임무를 지고 있다. 우리는 폭력 행위에 맞서 싸우고 저항하는 것을 통해, 흑인의 기쁨을 중심으로 흑인의 상상력과 혁신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통해, 우리의 삶에 즉각적인 개선을 얻고 있다.

     

    소개를 보니 BLM은 흑인 인권 운동을 위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인권 단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더 찾아보니 현재 BLM은 특정 리더를 중심으로 모이는 대신 조직원 전체가 이끌어가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 40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독특하고 거대한 단체 설립에 영향을 준 2013년의 테레이본 마틴 살인 사건은 무엇일까요? 사건에 관한 기사를 찾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자경단을 자칭하던 백인 남성 조지 짐머만(George Zimmerman)이 10대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을 총격으로 살해합니다. 짐머만은 마틴이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수상해 보인다는 이유로 그를 추적한 끝에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플로리다 법원에서는 계획적이지는 않으나 살해 의도가 있는 살인, 2급 살인죄로 짐머만을 기소합니다. 이후 짐머만은 마틴과 대면했을 때 상해를 입었으며 살인은 그에 따른 정당방위라고 주장했고, 2013년 7월 13일 6명의 배심원단은 짐머만에게 무죄판결을 내립니다.

     

    이 사건에 따른 대응으로 당시에는 인권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현재는 BLM의 공통 창립자로 알려진 알리샤 가르자(Alicia Garza)와 파트리스 컬러스(Patrisse Cullors)가 BLM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시작은 알리샤 가르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한 문장이었습니다. "흑인 여러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우리를 사랑합니다. 우리의 생명은 중요합니다. 흑인의 생명은 중요합니다.“(“Black people. I love you. I love us. Our lives matter, Black Lives Matter“) 이후 파트리스 컬러스가 그 글에 #BlackLivesMattter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한 것이 소셜미디어의 해시태그 운동으로 확대됩니다. 그리고 해시태그 운동은 이후 2년 뒤인 2014년 경찰에 의한 흑인의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거리시위로 번져가게 됩니다.

     

    2014년 7월 14일, 뉴욕시 자치구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흑인 남성 에릭 가너(Eric Garner)가 뉴욕 경찰서의 경찰인 대니얼 판탈레오(Daniel Pantaleo)의 강경 진압 때문에 사망합니다. 당시 에릭 가너는 세금 스탬프가 붙지 않은 담배 한 보루를 판매하려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제압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니얼 판탈레오가 에릭 가너의 목을 졸랐습니다. 당시 가너는 11번이나 ”숨을 쉴 수 없어요”라고 호소했으나 경찰은 그가 의식을 잃기 전은 물론, 의식을 잃은 후에도 구급차를 부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위의 모든 과정이 영상 기록으로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니얼 판탈레오는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2019년 미국 주 법원이 아닌 뉴욕 경찰서의 사건 재심의를 거쳐 결국 해직 처리되긴 합니다)

     

    이어 2014년 8월 9일,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흑인 남성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이 절도 혐의로 인해 경찰 대런 윌슨(Darren Wilson)에게 6발의 총격을 입고 사망합니다. 이 사건은 목격자의 증언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서 당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브라운이 경찰차로 연행되어 간 후 경찰로부터 총을 빼앗기 위해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는 목격자가 있는 한편, 브라운이 죽기 전에 손을 들고 쏘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 또한 있습니다. 누구의 결백도 증명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경찰 대런 윌슨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같은 해 연달아 일어난 부당한 판결에 대한 반발로 사건이 일어난 해당 도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폭력을 동반한 시위와 함께 BLM을 표어로 삼은 거리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 대대적인 시위에서 BLM은 시위의 방아쇠가 된 사건의 희생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유사한 사건의 희생자들 또한 조명하는 것을 통해 미국의 구조적인 인종차별 문제를 알리게 되었고, 국제적인 관심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합니다. 2020년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경찰의 강경 진압 때문에 사망합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20달러 위폐를 사용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였으며, 체포 과정에서 경찰인 데릭 초빈(Derek Chauvin)이 9분가량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 결과 조지 플로이드가 질식으로 사망합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이 과정에서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숨을 쉴 수 없다”라고 거듭 언급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모두 영상으로 기록되었고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대중에 공개되었습니다. 

     

    위의 사건으로 점화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BLM 시위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종 차별적인 사회 구조와 정치 그리고 법을 비판하는 기사가 쉽게 눈에 띄고, 대도시의 도로에 “Black Lives Matter” 표어가 새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BLM 운동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던 미국의 사회 구조와 정치에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과 그에 따른 경찰의 폭력을 비로써 대중이 체감하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사회의 흐름과 대중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도 입장을 발표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경찰의 과도한 폭력과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해 유례없이 강력한 비판 성명을 발표한 레고 벤엔제리스(Ben&Jerry's)같은 회사도 있고, 그에 비교하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게임 업계는 후자에 속합니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했던 소니뿐만이 아니라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게임 회사는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인류는 모두 평등해야 하고,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사의 흑인 커뮤니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태도입니다. 더 적극적인 입장 발표와 함께 행동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만, BLM 운동이 시작되던 당시의 무관심과 비교해 보면 발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필자같이 BLM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도, 게임 업계가 일제히 반응을 보이니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을 보면 분명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게임 업계의 미지근한 반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실제 블리자드 액티비전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발언을 했던 프로 선수를 징계한바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게임 업계는 인종차별을 담은 게임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성명 발표에서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언급하는 게임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UBI소프트가 현재 유일합니다) 성명을 발표한 기업에 실제로 무엇을 할지를 질의한 코타쿠의 기사를 살펴보면, 모두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후원 위주로 활동할 뿐, 정말로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활동을 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회사의 고위 관리직이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그의 탓이라고 매도하여 해고 되기도 했고, 크고 작은 성차별과 인종차별 고발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게임 업계에 더 강경하고 명확한 견해 표명을 요구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게임 업계가 성차별과 백인 우월주의에 가담했기 때문입니다. 게이머 게이트는 게임 업계가 고객으로 모시던 백인 우월주의와 성차별이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그들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통해 기업에 피해를 주면서 게임 업계는 속된말로 손절을 택하기는 했지만, 명확하게 달라지겠다는 의사 표현이 없다면 또 언제 그들의 지갑에 기대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게임 업계의 규모가 커지면서 특정 이해집단에 귀속되는 것은 이점이 적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되지만, 그 길을 선택해버린 업계도 분명 있는 만큼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BLM에 대한 기사조차 찾기 힘든 한국의 상황을 보며 복잡한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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