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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ugeons of Dredmor - 축하합니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게임 리뷰, 추천 2011. 7. 19. 01:34



     [로그라이크(Rouge Like)]게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기호와 문자로 그려진 게임을 본 기억이 있다면 그게 바로 로그라이크 게임이라네. 겉모습을 보고 비웃지 말게. 그렇게 보여도 속에는 감히 거부하지 못할 유혹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매혹적인 그래픽과 안락한 편의를 희생하는 대신 로그라이크 게임은 방대한 규모의 지식과 지혜를 얻었다네. 수십 년간 쌓여온 직업과 종족, 아이템, 마법, 몬스터, 함정이 득실거리는 세계를 매번 멋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임이 바로 로그라이크지. 

    느닷없이 로그라이크에 대해 연설을 하느냐고? 스스로에게 확인시키고 싶기 때문이야.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일세. 나는 [던전 크라울(dungeon crawl)]에 빠져서 한 달간 인생 로그아웃을 당한 뒤로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맹세 했다네. 그런데 이번에 또 실수하고 말았지, 잠깐 방심한 사이에 나는 들어서서는 안 될 입구에 발을 들여놓고 만 것일세. 죽음이 축복받는 지옥과도 같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만 것이야.

     [드레드모아의 미궁(Dugeons of Dredmor)]을 처음 발견한 것은 대략 한 달 전이네. [원숭이 섬의 비밀(The Secret of Monkey Island)]의 유머를 가진 로그라이크 게임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더군. 그때는 앞의 “유머” 부분에 정신이 팔려서 로그라이크가 얼마나 무서운 녀석이었는지 잠시 잊었지. 기억하나? [원숭이 섬의 비밀]이 워낙 재미있지 않은가? 해적들이 칼 대신 주둥이로 욕설 대결을 하는 유쾌한 어드벤처 게임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걸? 추억에 넘어간 셈이지. 그 즐거움을 다시 접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 까짓 볼만한 그래픽에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는 게임이 로그라이크 게임이라고 소개해 봐야, 어중간한 수준이겠지 싶었거든. 그래서 한번 시험해 보자는 건방진 생각이 들었는지도 몰라. 그래서 [스팀]에 나타난걸 보고는 별 생각없이 바로 뛰어들었지, 조금만 신중해도 좋았을 텐데…….

    게임을 시작하니 난이도 선택이 있더군. 쉬움, 중간, 어려움. 그럼 그렇지, 세상에 난이도 선택이 있는 로그라이크 게임이 어디 있나? 역시나 싶은 생각에 웃으며 게임을 시작하려는데, 난이도 선택 말고 다른 버튼이 하나 더 있었어. “영구적인 죽음(permanent death, premadeath)”이라고 쓰인 버튼이 하나 더 있었어. 한번 죽으면 세이브 데이터가 싹 사라지고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야 하는 거지. 가벼운 개그 게임처럼 위장한 녀석이 하얀 이빨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씩- 웃는 것이 보이더군. 숨이 턱하고 막히면서 '아차-!' 싶었지만 늦었지. 

    '로그라이크 게임에 들어와 버렸구나!'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계속 갔네, 종족과 직업 선택 대신 스킬을 선택할 수 있더군. 36가지의 스킬 중에서 6개를 선택 할 수 있더군. 젠장, 이렇게 제대로 된 로그라이크 게임일 줄이야, 알았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지. (지금도 [스팀] 세일 때 시작한 [리프트(Rift)]의 한 달 정액은 줄어가고 있거늘) 심지어 레벨을 올리면 각 스킬마다 새로운 스킬을 선택 할 수 있더군! 고생길이 훤한데 실실 웃음이 나오지 뭔가, 마귀 같은 게임 같으니라고! 대체 몇 번을 죽어야 모든 스킬을 조합해 볼 수 있는 걸까? 아니, 그보다 얼마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걸까! 거기에 아이템 제작 까지 가능하네! 물약, 도구, 장비 크게 세 가지 분야의 걸쳐 수많은 아이템의 제작이 가능하더군. 던전에서 재료와 제조법을 얻어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 쓰는 거야. 참 쓸데없이 깐깐하고 멋진 기능이지 않은가, 정말 로그라이크 게임답다고 할 수 있지. 후져빠진 인터페이스와 씨름을 하면서도 낑낑거리면서 이것저것 만드는 자신을 보노라면…….
     
    이런 너무 흥분했군, 조금 진정하는 편이 좋겠어. 하여간 웃기는 게임이야. [둠]의 그것을 패러디한 주인공 얼굴이 화면 하단에 "떡-!" 하니 박혀있질 않나(눈썹도 두꺼워 가지고), 황당한 설명의 퀘스트가 튀어나오질 않나. 세계를 멸망시킬 잠재력을 지닌 어둠의 팬티를 되찾아 달라고? 누굴 바보로 아나? 다양한 게임에 대한 오마쥬와 헛소리로 점철되어 있는 퍽이나 웃기는 게임이지. [원숭이 섬의 비밀]의 [팀 샤퍼(Tim Schafer)]식 유머라고 말 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어쨌건 나름 웃기는 게임이라는 건 분명하네.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유머들이 튀어나오는 건 분명 유쾌한 일이네. (하지만 죽을 때마다 축하한다고 큼직하게 황금색 메시지를 보여주는 건 좀 그만 두었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열 번은 죽었을까? 하루에 밥알 몇 개나 먹고 사는지 기억하나? 못하지? 나도 몇 번 죽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네. 죽으면 새로운 스킬을 선택해서 새롭게 시작하고. 낮선 던전에 들어가서 헤매다가 또 죽고. 또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지. 로그라이크 게임은 언제나 이 끝없는 구덩이에 나를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네. 그래서 위험한 게임이라고 하는 거야. 나는 지금 구덩이 속에서 이 글을 쓰고 있네. 한번 빠져 나오고 나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이를 갈면서도 일단 들어오면 즐겁다네. 죽음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지 않은가? 로그라이크 게임의 지식과 지혜를 맛보고 싶지 않은가? 절대 내가 물귀신처럼 자네를 끌어들이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니까…….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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