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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To the Moon – 당신을 향한 이야기
    게임 리뷰, 추천 2011. 11. 11. 03:50



     [To the Moon]은 기억 속 환상으로나 여겨지던 즐거움을 오늘, 떠올리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90년대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을 해본 게이머라면 누구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하나쯤은 담아두고 있을 겁니다. 이제는 낡고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는 게임이라고 쓴 소리를 듣는 게임이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것은 진짜입니다. 게임이 가지고 있던 또렷한 즐거움입니다. 


     [To the Moon]은 클래식한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의 구조를 그대로 옮긴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얼핏 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실제로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은 이야기 중심의 게임에 무척 어울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여 플레이어와 게임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서양의 롤플레잉 게임과는 달리,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을 최소화하는 대신 제작자의 의도대로 이야기를 조절하고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선택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이 이야기의 전달에 있어서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그렇기에 엄밀히 따지면 최근의 이야기와 연출 중심의 롤플레잉 게임은 전부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제작 팀 [Freebird Games]는 그런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 구조를 살짝 다듬어서,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To the Moon]은 대화와 연출로만 3시간 분량에 이르는 꽤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영화를 3시간 동안 본다고 하면, 어지간히 재미있는 영화라도 끝까지 보기 쉽지 않을 겁니다. 게임은 그런 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건을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시간대 별로 장면을 나누고, 각 장면을 연결시키는 사물을 찾는 방식을 택함으로서 게임의 호흡 조절과 부드러운 연결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찾는 방식이 화면을 뒤지는 픽셀 헌팅이라는 것은 조금 불만이지만,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현재의 사건에서 풀리지 않은 이야기를 남기고, 궁금증을 풀고 싶으면 사물을 찾아 과거로 가야한다는 동기 부여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플레이어를 게임 속 이야기로 끌어들입니다. 이야기의 사이사이 미니 게임을 넣는다거나, 약간 뒤틀린 풀이를 넣는 식으로 반복을 피하는 센스에서 비슷한 게임을 여럿 만들어본 그들의 노하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서문이 길었습니다. [To the Moon]이 가진 진가에 비하면 위의 것들은 서문에 불과합니다. [To the Moon]이 정말 큰 위력을 발휘하는 부분, 정말 재미있는 부분은 게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스토리) 그 자체입니다. [To the Moon]은 최근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이 거듭 실패하고 있는 게임의 핵심. 좋은 이야기(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슈퍼 패미컴]으로 그 시대의 롤플레잉 게임을 접한 사람이라면 기억 어딘가에 어렴풋이 담아두고 있었을법한 장면, 그 장면들이 새롭게 풀이되는 연출은 어느 게임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주 특이한 경험입니다. [파이날 판타지6]의 유명한 오페라 장면과 비교할 수 있을 수준의 뛰어난 연출로 채워진 게임은 현재의 현실 지향의 게임과는 전혀 다른, 오직 게임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서정적이면서도 필요에 따라 긴박함을 느끼게 하는 뛰어난 이야기의 흐름과 게임 내내 플레이어의 마음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음악. 문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냥 게임을 잡고 있는 플레이어가 공감하고, 감동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단순하면서도 즐거워서 놓고 싶지 않은 이야기. 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유치하고 식상하지만 싫지는 않은 이야기. [To the Moon] 그런 게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로 쓰면 그냥 쓸려갈 것 같은 이야기지만, 게임에 섞여 흐름으로써 플레이어의 감성과 만나 격류를 일으킵니다.


     기분 내기는 대로 아주 거창하게 설명했지만 [To the Moon]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좋은 음악과 좋은 이야기를 가진 게임. 소수의 뜻 있는 제작자가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게임 또는 게임과 흡사한 새로운 매체.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지만 그 뜻은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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