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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ear Esther - 아트 게임 그 오랜 방황의 마침표
    게임 리뷰, 추천 2012. 2. 20. 13:54



    이곳을 찾은 당신에게. 
    한동안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톡. 톡. 톡. 오늘은 갑작스런 변덕으로 간만에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한동안 잠시 어느 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름 없는 섬입니다. 허물어지기 직전의 낡은 집과 유화 물감을 풀어둔 것 같은 그 기이한 바위의 색이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갈매기조차 오지 않는 외로운 섬에서, 나는 미쳐있었습니다.


    에스다 에게. [Dear Esther]
    사람들은 낡은 것을 낡았다고 말한다. 다시 돌아볼 이유를 찾기에, 그들은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낡은 과거, 기억 또한 돌아볼 필요 없을까? 그랬다면 나는 이 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파도에 떠밀려온 폐타이어와 페인트 통을 관찰하며 해변을 걷는 대신, 너와 함께 화창한 날,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낡은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낡았지만 그것은 무언가를 하기에 더 없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집착도 필요할 것이다.

    이 섬은 집착이 가득하다. 조물주의 강한 집착이 느껴진다. 거친 바람에 흩날려온 모래가 듬성듬성 쌓인 둔덕에서 나는 난파된 배를 바라보고 있다. 낮은 풀 위로 언뜻 보이는 저 갈색 녹 덩어리. 너에게 보낸 배다. 배 밑에 난 큰 구멍 때문에 도착하지 못했다. 노력하고 있지만, 노력으로 매울 수 있는 종류의 구멍이 아니라 큰일이다.

    동굴을 찾았다. 굉장하다. 마치 깎아 만든 것 같은 종유석과 동굴 구석구석을 흐르는 맑은 물이 이곳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고 있다. 수백 년 전, 이곳에 처음 발을 붙인 사람도 이 동굴을 찾았을 것이다. 흔적이 남아있다. 페인트로 칠한 흔적이다. 어떤 의미일까? 분명 무언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스다 에게.
    요즘도 이따금 동굴에 들르고 있다. 매번 그곳은 나에게 새로운 의미를 찾게 만든다. 누군가는 그런 것을 덧없다고 할 것이다. 남이 만든 것을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느낄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나조차, 때로 섬이 외롭거나 지루하다고 느낀다. 사실이다. 아름답지만 너처럼 매번 새로운 말과 행동으로 나를 신선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다행히 이 섬은 갑자기 모습이 깨지거나, 어긋난 소리로 나를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굳건히 고정되고 있다. 아, 너는 왜 그렇지 못할까…….

    나 아닌 누군가가 이 섬에 있다. 섬은 여전히 온건하다. 갈라진 것도, 부서진 것도 없이 집착과 노력의 산물, 조물주의 그 능력으로 섬은 온건히 남아 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내 문제일 것이다. 갈라지고 부서지는 것은 나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나를 따라 부서져도 좋을 것이다. 갈라진 틈으로 빠진다 해도 나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딱딱하다. 아름답지만 좁은 길은 나를 답답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나쁜 걸까? 모르겠다.

    에스다 에게.
    낡은 여행을 이쯤에서 그만 두려고 한다. 아직도 배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하지만 괜찮다. 이 섬에서 나가 너에게 가는 방법을 찾았으니까. 나는 지금 이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해변을 바라보고 있다. 조만간 저기 어딘가에 쌓여있을 폐타이어 무더기 속에 나는 섞일지도 모르겠다.


    편지를 읽는 당신에게.
    지금 이곳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는 제정신입니다.(이런 글을 쓰면서 그렇게 말하면 설득력이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그저 믿어달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습니다.) 미친 것은 섬에 남아있는 나의 ‘일부’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파편으로서의 일부들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열쇠였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지금처럼 변덕이 들면 다시 섬을 찾아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 사랑하던 사람에게 남긴 편지와 그 속에 묻은 광기를 파헤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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