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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journey – 너무나 감동적인 착각
    게임 리뷰, 추천 2012. 3. 15. 03:48


    “우리는 모두 길을 걸어요. 각자 다른 여정을요.”
    “We all walk the path. Each journey is different.”
     
    -  [Kellee Santiago] [뎃게임컴퍼니(Thatgamecompany)]의 공동 창립자, 가마수트라 인터뷰 중 발췌 -


     리는 게임을 하며 감정을 느낍니다. 웃거나 화내거나 때로 슬프거나. [저니(Journey)]는 그런 감정이 가득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기 까지 감정의 굴곡을 먼저 정하고 게임을 만들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입니다.
     

     [저니]는 제목 그대로 여행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은 철저하게 계산된 길 위에 플레이어를 올려놓고, 플레이어는 그 길을 따라 걷습니다. 가끔 뒤거나 날기도 하지만, 대체로 걷습니다. 게임의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에 흠뻑 취해, 간단한 퍼즐도 풀고, 이상한 생물도 구경하고 하면서 게임에 푹 빠져 움직이는 것이 전부인 게임입니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자신이 정해진 길에 묶여 있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플레이어 스스로 억지로 게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정말 자연스럽게 게임을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저니]는 플레이어가 모험 가능한 아담한 크기의 무대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무대에는 플레이어가 가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흥미로운 장소가 존재합니다. 플레이어가 움직이다, 자연스럽게 의도한 장소에 가보도록 절묘하게 짜여있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자신이 강요되어 움직인다고 생각지 않고, 실제로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신기해 보이니까 가볼 뿐입니다. 흥미로운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그러나 아주 간단한) 퍼즐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상황 그리고 그것들이 빗어내는 감정이 [저니]라는 게임의 매력입니다.

    영화나 글과는 달리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행동의 주체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결과를 더욱 직접적으로 느낍니다. 결과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그런 감정은 [저니]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행속의 모든 장치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없는 말을 꾸민 것이 아니라, 인터뷰에서 확인한 사항입니다.) 게임은 감성적인 배경과 음악으로 어떤 감정을 깔아 두고, 장치를 통해 그 감정이 확 들이닥치게 만듭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잡아 움직이는 기술이 너무나 절묘한 나머지, 게임을 하다보면 ‘내가 나이 먹을 만큼 먹고 이런 것에 눈물을 보여서는 안 돼!’하고 이를 악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경험담 아닙니다. 아녜요. 부끄럽게…….)

    기쁨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합니다. [저니]에서 플레이어는 그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니]는 [플레이스테이션3]의 무료 온라인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살며시 다른 플레이어를 게임 속에 던져 놓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부분은 플레이어끼리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최근의 흐름과는 반대로, 여행을 함께하는 두 명의 플레이어는 서로 극히 제한된 의사소통만이 가능합니다. 

    “콜(call)”이라고 부르는 간단한 대화 방법은 그렇지 않아도 적은 게임의 정보를 더더욱 줄여서, 타인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건 간에, 마치 타인이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고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 냅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저니]는 기본적으로 아주 간단한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목표)가 극히 적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행동 자체도 적다보니, 플레이어가 서로 같은 목표와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진 타인이 서로 만나 자연스럽게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저니]의 디자인은 비디오 게임의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게임의 마지막 부분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저니]는 메마른 감성으로 다가서면 플레이어를 움직이는 속임수로 가득한 게임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삐뚤어진 마음으로 게임을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타인이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멋대로 착각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니]에서 플레이어는 자신과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와 함께, 뒤돌아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여행을 공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니]는 비디오 게임만이 해낼 수 있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착각을 만들어낸 환상적인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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