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 Proteus – 자연스러운 게임
    게임 리뷰, 추천 2013. 2. 11. 01:17



     [Proteus]는 쉬운 질문과 어려운 질문이 가능한 게임입니다. 먼저 쉬운 질문, 이 게임은 멋진 게임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어려운 질문, 이 게임은 정말 게임입니까? 그렇다 또는 그렇지 않다. 많은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게임을 보는 시각도 다를 겁니다. 일단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말 할 수 있습니다. [Proteus]는 멋진 게임입니다.
     

     [Proteus]는 지금은 레트로라고 부르는 옛 게임들의 그래픽과 음향으로 자연을 재해석하는 매우 특이한 시도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Proteus]는 바다와 섬을 무대로 한 1인칭 시점의 3D그래픽을 가진 (나름)현대적인 게임이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단아한 단색 위주의 배경과 기호처럼 보이는 생물들은 분명 옛날 옛적 게임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단순하고 상징적인 표현은 플레이어의 상상을 허락합니다. 익숙한 현실과 비교되는 게임의 자연은 플레이어의 상상을 통해 해석되어 각각의 경험으로 재탄생합니다. 게임이 가진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상상을 거쳐 재구축하는 과정은 현실의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경이와는 다른 호기심이 섞인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줍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Proteus]의 자연은 세세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낮과 밤이 변하는 것은 기본. 하늘에는 구름이 떠다니고, 비구름은 땅에 비를 뿌립니다. 밤에는 하늘에 별이 뜨고, 은하수에서 유성이 쏟아지는가 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특별한 방식으로 계절을 이동하게 되는데, 중요한 부분이니 이 글에서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에 따라 게임의 무대인 섬은 4번의 색다른 모습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줍니다. 게임의 내용물이 정해져 있는 만큼 언젠가는 섬의 모든 것을 다 보게 될 테지만, 게임은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섬의 구조를 마치 만화경처럼 뒤섞어 놓습니다. 덕분에 이따금 섬을 다시 찾으면 이전과는 약간 다른 모습의 섬과 만날 수 있습니다. 

    [Proteus]의 섬과 섬에 존재하는 생물들은 모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해 플레이어 위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라고 선뜻 말하기 어려운 예술을 목표로 하는 게임들과 [Proteus]가 갈리는 지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플레이어를 중심에 둔 상호작용을 목표로 디자인되어 있다면 그것은 서술 방식과 길이에 차이가 있을 지언즉 분명 게임입니다. 먼저 그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음향. 게임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물들은 플레이어에게 소리를 들려줍니다. 태양에서부터 풀에 이르기 까지, 플레이어는 배경 음악과 어우러지는 수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소리의 차이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기계음 위주의 음향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이건 정말 취향을 타는 문제니 뭐라 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다양한 게임의 소리들은 플레이어의 주위를 끌고 제작자가 원하는 경험의 시작 지점을 주목하거나, 이동하게 만드는 도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섬에는 플레이어를 통제할 조금 더 적극적인 장치도 존재합니다. 섬 곳곳에 남아있는 자연과 크게 대비되는 문명의 흔적이이 바로 그것입니다. 누군가 걸어갔던 길, 나무로 만든 오두막, 비석을 세워둔 유적들은 제작자가 어떤 단발적인 사건을 통해 강렬한 경험을 주고자 마련해둔 장소이거나, 그런 장소로의 이동을 돕기 위한 표지판 역할을 합니다. 다만 문제는 그런 흔적들이 플레이어의 눈길을 끌기 위해 디자인 된 만큼, (제작자가 본래 보여주고자 의도한)자연보다 훨씬 호기심을 끌어 플레이어가 시간을 들여 탐색할 가능성이 높은 것에 비해, 대체로 준비된 내용이 턱없이 부족해서 결국 큰 실망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간에 섬에 있는 흔적에 설득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는데,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연의 매력이 크다보니 껍질만 있는 흔적들의 이질감이 더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결론인 즉, [Proteus]는 멋진 게임입니다. 취향에 따라 게임이 무척 졸릴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또는 바로 아래 뛰어난 악플을 남기고 싶을 만큼 맘에 안들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쉽게 가를 수 있는 사건(줄거리)나 장치 또는 인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커피나 좋아하는 차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과자와 함께 차분하게 한번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댓글

Designed by black7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