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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Monaco: What's Yours Is Mine – 재미없는 건 내 책임이 아녜요
    게임 리뷰, 추천 2013. 6. 13. 21:49



     [Monaco: What's Yours Is Mine]은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은 4인 코옵(협력) 잠입&액션 게임입니다. 리뷰를 쓰는 이 시각 메타크리틱 점수 83점의 높은 점수를 뽐내고 있습니다. 오호라! 50개에 달하는 리뷰에서 이토록 높은 평점을 유지했다면, 분명 재미있는 게임일 겁니다! 

    아뇨.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체의 리뷰는 최상의 컨디션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래픽 옵션을 최하로 낮춰두고 쓰는 리뷰는 없습니다. 인터넷 커넥션이 국수처럼 똑똑 잘리는 오지에서 쓰는 리뷰도 없습니다. 프로 리뷰어가 11인치 모니터에서 게임을 하면 욕먹습니다. 당연합니다. 최상의 환경이 갖춰진 상황에서 제작자가 의도한 게임의 잠재력을 마음껏 끄집어내고 비판하는 것이 프로 리뷰어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돈 많은 매체들은 그런 리뷰를 쓰고 또 써야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더욱 다양합니다. 그래픽 옵션을 최하로 낮춰두고 게임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더러운 통신사가 갑질을 할 때도 있고, 피처폰 같은 모니터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는 것이 게이머가 처한 현실입니다. 

    필자는 프로 리뷰어가 아닙니다. 이걸로 밥 먹고 살지 않습니다. 그저 게임을 해보고 평을 해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Monaco: What's Yours Is Mine]은 매우 평가하기 곤란한 게임입니다. 4인 협력 게임이라고 한다면 4인을 데려다가 웃고 떠들면서 게임을 해봐야 할 텐데, 필자는 친구가 없습니다. 온라인 모드로 들어가서 한 이십분 한심하게 기다려 보았으나, 방은 잡히지 않습니다.(이 좁아터진 지구에서!) 그렇다면 이 게임의 리뷰를 위해 정성껏 친구를 구해야 할까? 고민해 보았으나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씁니다. 4인 코옵을 전제로 깔고 있는 게임을 혼자 외롭게 하다가.


     일단 게임은 풍부한 구성을 간결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둑들의 이야기입니다. 반전과 사랑 그리고 (아마도)슬픔 어린 줄거리 탑재. 챠킹! 깜방에서 불타는 여객선에 이르기 까지 스테이지 다양. 감시자,(인간)청소부, 도둑, 노신사 등 직업 개성 만발-! 온갖 아이템 다양-! 적과 함정 또한 가지각색! 과연 이정도면 불만하기 어려운 볼륨입니다. 잠긴 금고 문을 따고, 경비병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다트로 개를 잠재우고, 스패너로 머리통을 깨고, 돈을 자루에 쓸어 담으며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분명 신나는 한때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아래 두 가지 문제를 견딜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첫째, 게임의 그래픽 디자인. [Monaco: What's Yours Is Mine]의 그래픽은 마치 잘 만들어진 아이콘들의 집합처럼 보입니다. 특정 사물을 사실처럼 표현하기보다, 어떤 의미를 지닌 상징으로서 깔끔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게임 속 사물의 용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뛰어난 디자인입니다. 그러나 사용자의 화면 크기에 따라 이는 재앙이 됩니다. 오밀조밀한 모여있는 아이콘을 작은 화면에서 식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의 가상 키보드를 쓰다 터지는 오타 나보셨을 겁니다. 짜증납니다. 정보의 오독이 바로 큰 손해 또는 실패로 직결되는 잠입 게임의 특성상, 화면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곧 게임을 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그래픽 디자인은 빠른 진행과 다수의 플레이어를 수용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고, 실제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잘 작동합니다. 작은 모니터를 가지고 있거나, 지도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을 빼면 말입니다.(서럽게도 필자는 둘 모두에 해당합니다) 스스로 정보 인식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둘째, 멀티플레이 게임이나 멀티를 하기 힘듭니다. 4인 코옵을 요구하는 게임은 실제 4명이 모여서 각기 다른 직업으로 게임을 즐길 때,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스테이지는 4명의 플레이어가 각각 구역을 정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넓고, 다양한 직업들의 능력 또한 게임에서 명확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유용하게 짜여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사람을 4명이나 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경험해본 결과) 쉽지 않은 일이니 한국이라면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 즐기더라도 스테이지별로 스토리도 준비되어 있고, 타임어택 모드도 있어서 취향에 맞는다면 꽤 진득하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아, 이거 멀티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하는 아쉬움이 내내 남겠지만 말입니다. 게임의 규모가 작은 초반에는 혼자해도 즐겁지만 얼마 되지 않아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라고 외치는 개발자의 절규를 짜증으로 공감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Monaco: What's Yours Is Mine]은 어찌 보면 “리뷰 점수”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를 증명하는 게임입니다. 우리 모두는 리뷰어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고, 다른 환경에서 게임을 합니다. 리뷰어의 머릿속에는 좋은 게임이란 개념이 존재하고, 그것을 리뷰어가 해본 게임과 비교 평가하지만, 그것이 모든 유저에게 통용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게임은 개인의 체험이자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평이 좋은 게임이니까 나에게 재미있을 거란 기대는 그래서 게이머를 때로 무심하게 배신합니다. 혼란스러울 필요 없습니다. 글로 서술된 리뷰어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란 그렇습니다. 다른 게임을 찾아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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