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의 서사에서 플레이어는 보통 관찰자가 되기 마련입니다. 게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일방적인 청취자 또는 목격자.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금, 아주 조금이라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야기 속의 일부가 되어 이야기에 동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주 작은 벗어남에서 시작하는 다른 미래로의 좌표. [Gone Home]은 그런 시도에 관한 게임입니다.
긴 여행을 마치고 플레이어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을 떠난 동안 가족은 커다란 저택으로 이사했습니다. 밖에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주위는 캄캄합니다. 문을 찾아 열어 봅니다. 잠겨 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처음 떠오르는 이 의문이 게임의 핵심이자 원동력입니다. [Gone Home]의 무대가 되는 집은 마치 커다란 퍼즐과도 같습니다.
플레이어는 혼란 속에서 단서를 찾아 움직입니다. 신문이나 책 또는 가족이 남긴 메모를 읽으면서 플레이어는 이야기의 조각을 하나씩 맞춰갑니다. 게임의 단서는 어지럽게 흩어져 있지만 단서가 지목하는 이야기는 정갈하고 분명합니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안달입니다. 심지어는 플레이어의 이해를 위해 특정 지점에서 더빙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게임의 핵심이 되는 줄거리는 저널에 순서대로 기록되기 때문에 다시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플레이어는 게임에 몰입할 겁니다. 90년대 미국의 가정을 너무나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필자가 미국에서 살아봐서 비교가 가능합니다) [Gone Home]의 무대인 집은 마치 방금 사람이 살던 것과 같은 현실감과 생동감이 살아 있습니다. 작은 사물 하나하나가 집착처럼 모델링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집 모퉁이의 벽지가 뜯어진 것 까지 표현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신이 무대 세트를 탐색하고 있다는 생각 대신, 집이라는 공간에 빠져들어 사라진 가족을 찾아 해매는 가족의 일원이라는 역할에 몰입하게 됩니다.
게임의 퍼즐 또한 현실적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매우 뻔합니다. 수십 개의 레버를 움직여야 열리는 문이나 복잡함 암호를 풀어야 되는 문서는 없습니다. 그저 답이 적힌 종이가 조금 찾기 어려운 곳에 놓여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현실감은 게임의 마지막, 최후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제작자가 의도한 게임의 영역이 플레이어를 급습하는 순간,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반전처럼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순간. 오히려 플레이어는 더더욱 집과 가족이라는 일원의 일부가 됨을 느끼는 기묘한 순간을 맞이할 겁니다. 집에서 보낸 시간이 서늘하게 등을 후려칠 겁니다. 소름이 쫙 돋는 그 순간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묘미입니다.
[Gone Home]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여전히 관찰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현재 게임이 가지고 있는 한계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관찰자와 아주 가까운 누군가가 될 겁니다. 가족의 일원이 되어 사라진 가족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PS. 이 게임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호러도 아니고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별 필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