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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케이지님께,

귀하의 신작 [비욘드: 투 소울]은 꽤 인상 깊은 게임이었습니다. 전작 [헤비레인]에 비해 과감한 액션과 드라마를 취한 것은 꽤 유효하게 먹힐 거라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톱스타 배우를 그대로 게임에 옮긴 것 같은 미려한 그래픽과 표현이라니! 이정도면 별 생각 없는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에서 그들의 힘들게 번 월급을 꺼내 들겠지요. 제가 귀하의 비즈니스 상대라면 굉장히 만족할만한 작품일 것입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데이비드 케이지씨?

이번 작품이 영화와 게임의 조합 또는 게임속의 인물과 플레이어간의 동질감을 만들어 내는 어떤 새로운 분기가 되기를 바랐던 사람으로서, 약간의 슬픔과 다수의 분노를 감출 수가 없어 유감입니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QTE조작으로 흉내 내는 것을 통해, 심리적인 동질감을 형성하던 과거의 신선한 구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요?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거나, 박력 넘치는 총질도 나쁘진 않지만... 과연 사람들이 [언차티드]나 [콜 오브 듀티]의 열화 카피를 보고 싶어 할지 의문입니다. 더불어... 귀하가 영화의 연출에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거지같은 카메라에 유저가 열 받을 것도 좀 생각을 해주셔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제가 몇 번이나 “아, 씨발 거지같은 카메라좀 제대로 잡으라고! 보이질 않잖아!”라고 몇 번이나 외쳤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군요.

게임의 서사도 문제입니다. 싸구려 TV 시리즈나 낡고 낡은 헐리우드 영화의 식상한 시나리오를 굳이 노골적으로 반복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지겹도록 봤단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 따윈 아직 솜털난 대학생 졸업 작품으로 내놔도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울 겁니다. 분명 강렬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지루한 장면이 많더군요. 후반부의 중국이 등장하는 부분은 그거 유머인가요? 하늘에서 내려온 기계의 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중국이 등장하더군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인종 차별의 역겨운 냄새까지 풍기며, 파멸로 치닫는 서사를 보고 있자니 이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건가 궁금할 지경이었습니다. 사후 세계 또한 게임의 서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상력도 설득력도 없는 사후세계의 묘사는 그저 모든 것을 의미 없는 신파극의 소재로 만들 뿐이더군요.

데이비드 케이지씨.
상상력 없는 창작은 죽은 것입니다.
흘러간 시대의 박제를 보고 싶은 게 아닙니다.
다음 작품은 이번과 다르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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