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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3 - 게임, 게임은 변할 것이다
    게임 컬럼, 정보 2015. 6. 19. 02:43






     2015년 E3의 전체적인 모습을 평하자면 작년과 재작년 E3의 선정성과 젠더 이슈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면서 올해는 자중하는 모습이었다. (작년 E3의 게임 트레일러들은 솔직히 심했다.) 한편 그런 자극적인 트레일러를 공개할 수 없게 되자, 특정 유통사의 컨퍼런스는 퍽 심심한 느낌. 그동안 E3라는 게임쇼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들에 얼마나 기대고 있었는지 새삼 느껴졌다.




    발표는 했지만 언제 나올까?



     그럼 이제 자세한 이야기들로 가보자. 이번 E3 최대의 관심사라면 역시 플레이 스테이션의 역사를 있게 만든 전설적인 게임 [파이널 판타지 7]의 리메이크 발표일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발표라니? 타이틀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가볍게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번 E3일까? 현세대 콘솔은 아직 10년은 더 싸울 수 있는데?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니까! 원작의 발매 시기가 1997년, 10대 후반에 게임을 즐긴 이들이 현재 30대 초반. 콘솔 게임을 가장 활발하게 구매하는 세대가 20~30대 후반임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약 5년 안에 게임이 나와야 이 구매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E3에 발표 이후 늦어도 5년 안에 게임 판매를 시작해야 한다는 계산이 있지 않았을까? 이번 세대 콘솔은 전 세대를 돌아볼 때, 최소 8년 길게는 10년까지 수명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파이널 판타지 7]의 유효기간은 앞으로 길어야 6년 정도일 것이다. 


    한쪽에서는 스퀘어 에닉스의 자본 상태가 위험해서 리메이크를 결정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반대로, 개발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실한 상태이기에 개발을 결정했을 것이라 본다. 해외 스튜디오와 IP를 인수하여 몸집을 불려놓은 지금이기에(그리고 그 구조에 익숙해진 지금이기에) 다수의 AAA 게임 개발을 병행할 수 있는 것 아닐까? 




    2010년 ESRB 통계. 구매자 = 사용자가 아님을 유의.



     [파이널 판타지 7]의 구매 나이을 생각하다 보니 흥미로운 지점에 이르렀다. “현재 콘솔 게임을 구매하는 주 소비층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1980년대 닌텐도의 패미컴을 즐긴 세대가 이제 곧 막을 내린다. 현재 비디오 게임을 소비하는 20~30대가 앞으로 10년 후, 40대가 되어도 현재와 같이 활발한 소비를 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무리다. 인구 노령화를 생각해 보면 그들을 위한 시장이 파생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비디오 콘솔의 주 소비층은 역시 젊은 세대이다. 현재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성인 등급의 AAA 게임들이 앞으로도 같은 공식으로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현재 그들의 눈길에서 벗어나 있는 연령층의 진입이 절실하다. 현재 모바일 게임을 하는 10대들이 20대가 되었을 때, 콘솔 게임을 해 줘야 시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퍼블리셔들은 몰라도 콘솔을 쥐고 있는 회사인 마이크로 소프트와 소니 그리고 닌텐도는 이 상황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콘솔 게임 시장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 시장에 속해있지 않은 이들이 그들과 관계없는 게임을 접해야 하는 문제. 게임 패드라는 조작 방식에 대한 경험을 가지지 못한 이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어려움은 콘솔 게임 전반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이번 E3는 그런 고민이 한껏 드러난 현장이었다.




    왜 이 게임은 이토록 예뻐야 했을까?



    닌텐도는 그들답게 고전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을 찾았다. 마침맞아 떨어진 마리오 30주년을 맞이하여, 지금 막 부모가 되어 있을 그들의 게임 팬들에게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아이들에게도 호감을 살만한 장난감 같은 물리 DLC(이 표현이 말도 안 되는 건 알지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자!), 아미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게임에 활용했다. 더불어 여성이 디자인하고 개발에 참여했음을 거듭 강조한 [털실 요시월드]를 알리는 일에도 공을 들였다.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 할 신규 콘솔 WiiU는 계속 붙잡을지, 놓을지 고민하는 것 같지만 이미 확보한 사용자층은 잃을 수 없다는 결의가 보이는 컨퍼런스였다. 실제 닌텐도는 특정 연령층에 몰리는 게임은 만들지 않는 만큼 상황에 따라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불안한 요소가 있다면 닌텐도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책임지고 있는 개발자들이 노쇠했다는 것이다. 마리오의 아버지인 미야모토 시게루는 올해로 63세. 미야모토 시게루와 그의 동료들이 은퇴한 이후의 닌텐도는 어떻게 될까? 이번 세대가 끝나는 10년 후가 고비가 될 것 같다. 게임의 역사를 함께한 이들의 기술이 이후 세대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속성의 자원인가 생각해 보면 불안한 일이다. 비교적 젊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감성으로 제작한 [스플래툰]의 흥행을 보면 괜한 걱정인 것 같으면서도, 부쩍 나이 들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마소가 널 버렸어-! 왜?



    한편 마이크로 소프트는 작년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전부 보여 주었음에도 시큰둥한 시장 반응을 보이자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느낌이다. (원하는 대로 정책을 바꾸고 게임을 냈는데 왜 콘솔이 잘 안 팔리지?) 만약 [식물 VS 좀비: 가든 워페어2]를 새로운 사용자층의 공략 출구로서 가지고 온 것이라면……. 진지하게 그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멀티 플레이와 오픈 월드가 즐겁고 흥미로운 방향인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현재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을 끌고 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키넥트라는 좋은 기기를 두고도 활용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마이크로 소프트의 콘솔 사업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E3에서 선보였던 인상적인 키넥트 게임들이 올해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의외다. 그나마 [마인크래프트] AR기기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추가로 들어갈 부가 비용을 생각해보면 어떤 답이 되긴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오는 일에 있어 높은 주변기기 추가 구매는 대단히 큰 벽이 될 것이다.



    FIRE WATCH는 인디 게임이 볼품없는 게임이 아님을 보여준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것은 소니였다. 전 세대부터 꾸준히 투자한 결과를 내고 있다. AAA 게임 개발에 투자함과 동시에 소규모 스튜디오와 개인 개발자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한 소니는 AAA의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게임을 만들어 낼 힘을 얻었다. 전 세대에 보여준 [뎃 게임 컴퍼니]의 [저니]가 그 신호탄이었다면, 올해 E3에서는 [리들 빅 플레닛]을 개발한 [스튜드디오 몰리큘]의 [드림]을 선보였다. 새로운 추가 기기 없이 발상과 응용 그리고 현세대 콘솔의 기능만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직 영상뿐이고 늘 기대보다 한풀 꺾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일상이지만 기존과 다른 사용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단순히 인디 게임이 게임의 미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닌텐도의 [스플래툰]을 보면 이제껏 개발된 다양한 인디 게임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을 볼 수 있다. 새로운 게임 방식을 창안하는 일에는 비교적 적은 자본을 들여 짧은 기간 안에 결과를 얻어 누적할 수 있는 방식이 적합하다. AAA 게임처럼 거대한 게임 개발 형태는 새로운 게임을 위한 시도로서 적합하지 않다. 소니는 적합한 개발 방식을 자사의 콘솔 안에서 행하고 그것에서 끌어올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사용자 창작 위주의 이른바 샌드박스 게임과 같은 기존과 다른 발상을 구현하는 게임들에 투자한 결과이다. 소니의 이번 콘솔은 게임을 받아 파는 창구를 넘어 하나의 개발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게임패드를 잡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팔려야 한다.



     이번 E3의 숨어있는 키워드를 꼽자면 “세대교체”가 아닐까 싶다. 콘솔은 이미 세대교체를 이루었지만, 그 콘솔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형 퍼블리셔들은 그들의 판매 대상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기존의 대세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총과 칼은 조만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같은 자극의 반복으로 시장을 붙잡는 것은 이미 한계다. (완전 새로운 방식으로 죽이세요!) 그리고 새롭게 끌어와야 할 이들은 그런 자극에 관심조차 없다. 올해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춤하는 느낌이었지만, 내년에는 기존과 다른 게임들을 더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올해는 숨어있는 키워드이지만 내년부터는 확실히 겉으로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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