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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소감

Undertale

릿군 2015.10.06 15:11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9.99

편의: 강한 의지를 가지세요, 10시간(1회차 기준)

제작: Toby Fox

좌표: 스팀


Flowey by Ropnolc on DeviantArt




 [토비 폭스(Toby Fox)]가 만든 작은 롤플레잉 게임 [언더테일(Undertale)]은 롤플레잉 게임이 잃어버린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작자 [토비 폭스(Toby Fox)]가 그것을 의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이 대단히 훌륭히 그것을 되찾아 왔다는 사실입니다.



 AAA 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게임은 굉장해야 했습니다.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보다 비싼데! 당연히 뛰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게임은 플레이어의 상상력에 맡기던 많은 부분을 되찾아 왔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정말 대단한 발전입니다. 말로 전달되던 테이블 롤플레잉 게임에서, 투박하게 그려진 도트 그래픽을 지나, 이제 (글로 옮기기도 힘든 수많은 기술의 힘을 빌어) 현실과 같은 공간을 우리는 같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하늘 높이 솟은 산과 사람이 가득한 도시, 거대한 성과 수풀이 우거진 밀림. 그러나 그곳에서 플레이어는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했던 것일까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공간을 위해 많은 자원을 쏟아부은 게임은 캐릭터를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의 대사 창을 대충 클릭하여 넘기듯, 캐릭터는 공간을 채우기 위한 들러리일 뿐 공간을 이끌어 가지 못했습니다. 캐릭터들이 부딪히고 갈등하는 이야기를 따라 게임이 흐르기 보다, 멋진 공간에서 더 멋진 공간을 보여주는 식으로 무대를 옮기는 형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롤플레잉 게임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대에만 돈을 쏟는 엉터리 연극이 되고 말았습니다.



 강한 캐릭터와 한 줄 텍스트의 힘. [언더테일]은 롤플레잉 게임이 잃어버렸던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언더테일]을 하면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 캐릭터는 플레이어와 함께할 동료일 수도 있고, 지나쳐가는 몬스터일 수도 있습니다. 제작자 [토비 폭스]는 플레이어들이 하찮은 몬스터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게임이 그러하니까요. 그래서 [언더테일]은 그 부분을 찌르고 들어갑니다. 캐릭터를 하찮게 생각하는 플레이어를 붙잡고 흔듭니다. 게임을 즐긴 준비가 되지 않은 플레이어를 깨웁니다. 그리고 게임은 말합니다.



“게임 속 플레이어와 캐릭터는 동등한 존재야.”



캐릭터와 만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 관한 선택을 내리는 주인공으로서 역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리더. 롤플레잉 게임의 핵심을 게임은 정확하게 파고듭니다. 캐릭터들은 각자 성격과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것들이 얽혀 게임의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이야기의 드라마는 복잡하지 않지만, 캐릭터들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그 복잡한 속내가 이야기에 깊이를 부여합니다.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연출들을 따라 웃다 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이야기가 플레이어를 후려칩니다. 캐릭터를 돌아보게 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캐릭터들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플레이어는 더 깊이 게임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은 플레이어의 이해에 따라, 플레이어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응답합니다. 플레이어의 이해와 선택에 따라 게임이 변합니다.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게임 속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언더테일]의 생소한 전투 방식과 구조는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장치입니다. ‘이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 플레이어를 대할까?‘ 또는’이 캐릭터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언더테일]의 전투에 들어있습니다. 이 게임의 전투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히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전투를 통해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통해 관계가 시작되거나 발전합니다. 전투의 방식은 캐릭터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고, 그 속에서 여러 게임의 장르를 빌려오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언더테일]에서 자유분방한 제작자의 발상 덕분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특이하고 재미있는 전투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언더테일]은 1인 개발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소수의 인원으로 개발한 게임이니만큼, 눈이 즐거운 화면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90년대 롤플레잉 게임(특히 [마더])에 영향을 받은 그래픽으로서, 설득력 있는 표현을 통해 효과적으로 공간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의 그래픽은 그 속에 정보량이 충분하다면 마치 소설처럼 플레이어의 상상 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고 보기에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그래픽이 우수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대신 음악이 그래픽의 부족한 연출을 채우고 있습니다. [언더테일]은 게임의 제작자 [토비 폭스]가 직접 작곡한 음악들을 다수 사용하고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 열 시간 남짓한 게임에 사용된 정식 트랙 수만 77곡 입니다. 캐릭터에 따른 테마곡은 물론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음악들이 게임에 강렬한 포인트를 주고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 바로 캐릭터나 장면이 떠오를 만큼 훌륭한 트랙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한숨 크게 몰아쉬고 말합니다. [언더테일]은 반드시 해봐야 할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빈말이 아니라, 이 게임을 해보지 않으면 게임이라는 역사의 큰 부분을 놓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제작자인 [토비 폭스]가 경험한 수많은 게임이 [언더테일]속에 농축되어 있습니다. 롤플레잉이라는 장르를 넘어 정말 다양한 게임들을 이 게임에서 다시금 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게임을 명작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명작이라 부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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