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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소감

라스트 가디언

릿군 2016.12.09 13:20




당신은 거대한 새를 올려다봅니다. 몸은 늑대처럼 길고 날렵합니다. 

동물이 우아하게 움직일 때마다 털은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반면 꼬리는 쥐꼬리마냥 길고 가늡니다. 그 어색한 조합에 웃음이 나옵니다. 


세 갈래 갈라진 발로 목을 벅벅 긁는 거대한 생물 토리코는 당신의 곁에 앉아 있습니다. 

검고 큰 눈의 시선이 당신의 시선과 만납니다. 서로 잠시 눈빛을 나누고 당신은 고개를 돌려 유적의 언덕 너머를 바라봅니다. 

겹겹이 겹쳐있는 유적 너머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등 뒤에서 짧은 울음 소리가 들리고 곁으로 토리코가 다가옵니다. 

당신은 토리코의 발을 쓰다듬고 넓은 등에 올라탑니다. 


아직 함께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완벽함에 가까운 게임.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은 완벽한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이코]와 [완다의 거상]을 제작했던 우에다 후미토가 기나긴 시간 동안 제작한 게임 [라스트 가디언(원제: 식인 거대 독수리 토리코)]은 그만큼 제 마음을 움직인 게임입니다. 


 [라스트 가디언]은 플레이어가 괴물새 토리코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게임입니다. 첫 만남에서 이 동물에게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최고의 게임이 될 겁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이 게임은 최악의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토리코를 중심으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플레이어조차 토리코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일부인지 모릅니다. 


일반적인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을 통해 성립됩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토리코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방안에서 침대를 빼앗고, 방금 세탁한 옷에 털을 묻히는 동물이 그러하듯 토리코는 플레이어의 의지를 따르지 않습니다. 지금 토리코가 부르는 말에 응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버그일까요? 아니면 기분이 별로라서 그럴까요?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 살아있는 토리코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토리코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게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 퍼즐을 풀어낼 힌트를 던집니다. 토리코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다른 사물과 모델링이 겹치지 않도록 정성을 기울여 눈에 보이는 정보를 명료하게 만들고, 상태와 감정을 파악할 수 다양한 울음소리를 주고, 큰 눈동자가 어디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생각을 가늠해보게 합니다. 그 밖에 다양한 퍼즐들은 결국 토리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따금 토리코라는 게임 일부가 지나치게 플레이어를 휘두르고 주도권을 빼앗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보조하는 것이 게임의 이야기와 연출입니다. 게임의 다양한 사건과 그것을 보여주는 연출은 토리코와 플레이어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게임의 이야기와 관계는 플레이어와 토리코 사이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당위성을 만들어 주며, 천천히 깊어지는 관계는 행동에 합리적인 이유를 제공해 줍니다. 덕분에 토리코라는 퍼즐에 매력을 느끼고 마음을 준다면 게임은 정말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라스트 가디언]은 모두를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나 개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고양이나 개는 사람을 좋아할지라도 말입니다. 여기 정말 완벽함에 가깝게 구현된 환상의 동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이 당신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토리코를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당신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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