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차는 있겠지만 필자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별 생각 없이 기둥에 묶여있는 피해자를 필자는 죽였다. 그리고 뜨는 메시지 “당신은 졌습니다.” 살인이라는 행동에 이정도 까지 무감각해져있었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제작자의 의도에 따르면 나는 그릇된 선택을 한 것이다.
다시 게임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카메라의 앵글, 을씨년스럽게 사용된 효과음 그리고 짧고 강한 메시지의 전달을 보면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나, 유감스러운 부분이 있다. 바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의 제목 [처형] 부터가 플레이어로 하여금 피해자를 죽이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시각적으로 다른 방법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플레이어를 살인범으로 몰아간다.
실제 많은 이들이 게임이 등록된 포럼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게임의 제목이 [선택]이나 [결정]이었다면 플레이어는 행동하기 이전 좀 더 큰 갈등을 느껴 다른 방법을 모색해볼 여유를 발견하였을것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무감각해져 있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일방적으로 밀어 붙여졌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물론 그럼에도 불과하고, 피해자를 살려낸 플레이어들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보면, 결국 살인이라는 행동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이 가벼운(그러나 우습게 볼 수는 없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다.
여기서 또 하나의 불만이 생겨난다. [Execution]은 플레이어에게 재도전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피해자를 죽였다면 그 데이터는 어떠한 방법으로 영구히 남아, 게임을 삭제 한 후 다시 설치한다 한들 피해자는 죽어있는 상태로 남게 된다. 그러나 게임과 현실은 엄연히 분리된 개념이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다. 현실에서의 살인은 영구적이지만 게임에서의 살인은 되돌릴 수 있으며, 이처럼 그릇된 선택의 잘못을 느낀 후, 옳은 선택으로 전환함으로서 이전의 죄책감을 가볍게 털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그것을 사전에 막고 있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과연 이것을 ‘게임’ 이라고 칭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게임은 과연 도덕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게임에서 저지르는 살인은 잘못된 것인가? 적지 않은 의문을 남겨주는 문제작 [Execution]은 실험이라는 목적에서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정말 전달하고자 하던 메시지를 바르게 전달하였는가에 대해서는 확답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