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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공포를 알다. [아메리칸 멕기즈 그림: 소년 공포를 알다.]게임 리뷰, 추천 2008. 7. 31. 23:36
기대작이 재미없으면 진짜 김빠진다.
[아메리칸 멕기즈 엘리스]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아메리칸 멕기의 신작 [아메리칸 멕기즈 그림]. 오늘 드디어 에피소드의 프로모션에 해당하는 게임 [아메리칸 멕기즈 그림: 소년 공포를 알다.]가 공개되어 플레이해 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게임은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뉜다. 그림 동화를 몇 토막으로 짧게 잘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파트와 실제 플레이어가 조작하게 되는 [액션] 파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메리칸 멕기즈 특유의 센스로 일그러 트린 그림 동화를 다시 [애내미에션] 파트로 보여줌으로서 게임은 끝을 맺는다.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애니메이션 파트는 카툰 스타일을 사용한 그래픽을 활용하여 마치 인형극을 보듯 잘 꾸미어져 있다. 연출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주연외의 성우들의 연기가 미흡한 점은 있지만 혹평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액션 파트인데, 위의 애니메이션 파트에서 다루어진 동화의 장면을 하나의 스테이지로서 구성한 플랫포머 게임의 구성을 띄고 있다. 나름 쉽고 간단하게 만들고 싶었는지, 쏘고 피하는 복잡한 액션 대신 땅따먹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성을 사용한 점이 독특하다.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가 지나간 자리는 밝은 분위기에서 어두운 분위기로 그래픽이 일신 되며, NPC는 돌아다니며 그런 어두운 분위기를 다시 밝은 분위기로 되돌린다. 플레이어는 잘게 나뉜 스테이지에서 NPC의 방해를 피해 목표량만큼 맵을 어둡게 만들어야 하고, 목표량이 달성되면 스테이지의 다음 장소로 이동할수 있다.
스테이지의 각 부분은 특정 오브젝트를 어둡게 만듦으로서 종료되는데 이때 플레이어는 ‘엉덩이 공격’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게임에서 제공하는 유일한 공격 방법으로서 넓은 범위를 한꺼번에 어둡게 만들거나, NPC를 잠시 이동 못하게 하는 등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인다. 단순한 진행이지만 플레이어가 지나가면 하늘을 날던 새들이 박쥐로 변한다던가, 악기를 불던 시민이 흉기를 든 악당으로 탈바꿈 하는 식으로, 스테이지가 매우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 플레이어를 도전하게 만들 요소가 없다보니 게임이 처절할 정도로 지루하다. NPC들은 임의로 맵을 이동 할뿐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도전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며, 맵의 구조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면 그만일 정도로 지나치게 단순하다. 결국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그냥 맵을 돌아다니며 수동적으로 제작자가 만든 연출을 보는 것이 전부이다.
정식이 아닌 프로모션용 게임이라서 그럴지는 몰라도(그러길 바란다.) 단순한 진행 외에도 게임은 그냥 넘기기 힘든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일단 게임의 사양이 지나치게 높다. 게임은 분명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사뭇 미려한 3D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에 비해 요구하는 대가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예로서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맵을 통째로 표시하면서, 오브젝트를 뷰에 따라 삭제 처리하는 아주 기본적인 기술조차 사용하지 않아서, 플레이어의 시점에 따라 프레임이 심각할 정도로 요동친다. 분명 게임은 캐주얼하게 제작되었는데 요구 사양은 최근 하드코어 FPS게임들의 그것과 동일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두 번째는 위에서도 살짝 언급 되었지만 성우의 더빙과 효과음의 사용에 대한 문제다. 내레이션과 주인공의 음성을 담당하는 메인 성우는 매우 훌륭한 더빙을 보여줌에 비해, 기타 조연 인물들의 음성 연기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게임내의 효과음에 있어서도 스테이지의 주요 이벤트 장면에 아무런 효과음이 들어가 있지 않다든지, 분명 무언가 소리가 들려야할 장면인데 조용하다던가 하는 일이 지나치게 많다. 게임의 플레이가 재미없으면 보고 듣는 재미라도 확실해야 할 텐데, 이조차 확실히 해주고 있지 못하니 이건 답이 없다.
딱 잘라 말해서, 몇 일후 공개될 정식 에피소드 또한 이런 식이라면 쓰레기라는 혹평을 면치 못했던 [Bad day in LA]와 같은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게임의 주가 되는 것이 제작자 특유의 센스로 재구성된 동화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제공하는 방법이 이렇게 형편없어서야 되겠는가? 일단 게임의 로딩 화면에서 언급되는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상용 정식 버전은 많이 다를 거라 예상되는바,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런 데모라면 정식 버전을 구입하기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