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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Machinarium - 천재적인 실패
    게임 리뷰, 추천 2009. 11. 3. 03:00

    넌센스




     두가 훌륭하다 평 할 때, 비판하는 것은 부담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플래시를 기반으로 웹 브라우저에서 멋진 어드벤처 게임을 선보인 인디 제작팀 [아메티아 디자인(Amanita Design)]에서 3년의 수고를 들여 선보인 신작 어드벤처 게임 [머신아리움(Machinarium)]은 어드벤처라는 장르가 잊고 싶어하던 과오를 매력적인 그래픽으로 감춘 최악의 실패작입니다.


     굳이 [독립 게임 페스티벌(Independent Games Festival)]에서 [비주얼 아트 부분 수상(Excellence in Visual Art Award)]에 빛나는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머신아리움]의 그래픽은 환상적입니다. 디자이너 [야쿱 드보르스키(Jakub Dvorsky)]가 스케치에서부터 채색에 이르기 까지, 수작업으로 정성스레 그려낸 게임의 그래픽은 단순히 뛰어나다는 말로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미려하고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화려한 겉 모습과는 별개로 게임의 구성은 불편하고 논리적이지 못하며 심지어는 플레이어를 기만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개성적인 기계들이 살아가는 [머신아리움]의 세계는 수많은 퍼즐로 매워져 있습니다. 짤막하게 생긴 주인공 로봇이 걷게 되는 모든 장소에는 한 개 이상의 퍼즐이 존재하며,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모든 퍼즐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수많은 퍼즐들은 퍽이나 특이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아기자기한 모험담처럼 놀랍고 인상적인 퍼즐들이 절대 다수의 불친절한 퍼즐 덩어리에 깔려 묻히는 관계입니다.

    기계를 조작하는 퍼즐이건, 상황을 보고 적절한 아이템을 찾아 사용하는 퍼즐이건, 플레이어는 철저하게 시도와 실패로서 해결법을 찾아 내야 합니다. 그래픽의 뛰어남에 스스로 사로잡힌 탓에 대사 자체를 배제하고 있는 게임은 간략한 그림으로서 모든 설명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최종 목표만을 그림으로 간략하게 보여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찾으라는 식의 거만한 태도가 게임 내내 이어집니다. 하지만 찾아야 할 단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덕분에 플레이어는 결국 무언가 될 때까지, 이것 저것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건드려 봐야 합니다.

    여기서 게임은 한번 더 실수를 저지릅니다. [머신아리움]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어색하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화면에 있는 아이템을 얻거나, 기계의 조작을 직접 가서 하게 함으로써, 마우스로 화면을 비집는 이른바 <픽셀 헌팅>을 막아 보겠다는 생각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게임 자체가 <픽셀 헌팅>에서 벗어나야 했습니다. 천장에 아이템을 숨겨 두거나, 갈수 있는 길을 못 갈 것처럼 막아두고, 확인하고 싶으면 플레이어에게 움직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쓸데없는 수고를 더할 뿐입니다. 하다 못해 플레이어가 접근함에 따라 사물이 반응하는 간단한 응답만 있었더라도, 플레이어의 이동은 나름 의미를 가졌을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한 줄기 빛은 있는 법, 퍼즐에 지친 플레이어를 위해 [머신아리움]은 자체적으로 공략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략을 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간단한 미니 게임을 통과하는 것뿐입니다. 마우스로 방향키를 눌러 조작하고, 발사 키를 눌러 발사하고, 살짝 스쳐도 바로 죽는 황당한 미니 게임을 풀면 공략을 볼 수 있습니다.

    미니 게임이 처절하게 재미없는 것은 공략을 보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하면 납득이 됩니다. 한번 본 공략을 다시 보기 위해 다시 미니게임을 통과해야 하는 것 또한, 제작팀의 게임에 대한 애정 표현이라 납득할 만 합니다. 하지만 미니게임 [오목]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로서 게임에 등장하거나. 위의 조작 체계를 그대로 사용한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가 반드시 풀어야 하는 퍼즐의 일부로 등장하는 것은 도무지 용납 할 수 없습니다.

     
     [머신아리움]은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장르가 낳은 매너리즘의 결정체 “퍼즐을 위한 퍼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이끌어 가기 위한 퍼즐이 아니라, 퍼즐을 풀기 위해 게임이 존재하는 퍼즐 모음집 그 자체입니다. 분명 퍼즐 각각의 완성도는 좋습니다. 참신하고 이제까지 본적 없는 독특한 퍼즐의 존재는 분명 칭찬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뛰어난 퍼즐을 완성시킨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위해 플레이어가 놀림 당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이미 어드벤처 게임의 몰락이 증명해 보인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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