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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pelunky - 누가 이기나 해보자
    게임 리뷰, 추천 2010. 1. 12. 03:28



     커피가 다 떨어졌다. 배고프고 눈꺼풀이 무겁지만 점심을 우겨 넣고 쓰러지기 전에 여기 기록을 남긴다. [Spelunky]의 5층 터널을 뚫겠다는 일념으로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3시간, 잠깐 눈을 붙이고, 오늘 다시 2시간을 투자한 결과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이 게임 사람 잡는다. 임의로 멋대로 매번 새롭게- 겉 보기에는 고전게임마냥 생겨먹은 녀석이 간만에 게이머의 심장을 뜨겁게 자극한다. 케케묵었다 할 정도로 간단한 본론, 최대한 많은 보물(돈)을 챙겨 들고 미궁에서 빠져 나가기. 그러나 해내기란 5시간 동안 겨우 걸음마를 땔 정도로 벅차다. 1층에서 5층까지 가는 대만 해도 몇 번을 실패했는지 기억조차 가물 할 지경이다.

    척 보기에도 ‘적이구나!’ 싶은 거미, 박쥐는 귀여울 지경이다. 벽돌인양 숨어서 화살을 뱉어대는 함정에 보기만 해도 발바닥이 따끔거리는 가시밭, 굴러오는 바위와 아차 하는 순간 소중한 하트를 앗아가는 절벽까지, 모든 것을 실패로부터 배워야 했다. 매번 지옥을 보여주는 미궁에서 죽어도 실력이고, 살아도 실력이다.

    처음 맞닥뜨리는 적에 흥분하고, 비싸 엄두도 내지 못하던 아이템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때의 기분이란- 아이템을 눈 앞에 두고 미처 보지 못한 함정에 당하고 마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그리고 1층으로~) 매번 새롭게 배치되는 위험들이 긴장의 끝과 끝을 팽팽하게 잡아 늘린다. 무엇을 어떻게 피하고, 어떻게 저것을 얻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손바닥을 끈적하게 적신다.

    6층 입구를 눈앞에 두고, 다시 1층으로 돌아가도, 5층으로 가는 지름길에 지대한 도움을 줄 자금을 챙겨놓고는 허무하게 죽어버려도.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가는 재미에 쉽게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걸음마에서부터 세계를 구하는 일격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최근의 게임에서는 얻지 못하는 원초적인 재미다. 정겨운 배경음악이 귀에 맴맴 메아리 치고, 조금은 어색하던 딱딱한 조작이 부드럽게 손에 녹아 내릴 지경이 될 때, 나는 미궁 속에 있다.

     카페인에 몸을 절여가며 까지 왜 이토록 집착하는지, 스스로 궁금한 순간도 있지만 게이머니까 어쩔 수 없다. 누군가가 말하지(아니 그렸나?) 않았던가? “빌어먹을 게임을 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 젠장, 재미있다 그러니까 하는 거다. [Spelunky]는 확실히 –위험할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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