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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Fallout: New Vegas - 이것이 폴아웃이다
    게임 리뷰, 추천 2010. 11. 23. 05:34



     "폴 아웃 뉴 베가스?(Fallout: New Veags) 그거 폴아웃 쓰리(Fallout 3)하고 똑같은 게임 아냐?"하고 그냥 넘어가셨다면 큰 실수를 하신 겁니다. [폴아웃] 시리즈의 시작을 함께했던 이들이 참여한 개발사 [옵시디언 엔터테이먼트(Obsidian Entertainment)]에서 제작한 [폴아웃: 뉴 베가스]는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 게임입니다. 무엇이 롤플레잉 게임의 본질을 바꾸는가? 그 해답이 여기 있습니다.


     [폴아웃: 뉴 베가스]는 롤플레잉 게임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제작된 게임입니다. 밥을 떠 멱 여주고, 이부자리를 마련하여 따뜻한 손길로 요를 덮어주는 요즘의 친절하고 상냥한 게임들과는 조금 달라서, 어리둥절해 있는 플레이어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걸 망설이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발길질로는 "하드코어 모드"가 있습니다. 게임 속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알아서 챙겨 먹고, 마시고, 자야만 하는 모드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오래전에 퇴출당한 요소를 굳이 불러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플레이어와 함께하는 동료의 부활 불가능한 영원한 안식 여부나, 회복 아이템의 회복 속도 등에도 깐깐하게 간여하는 덕분에 최근의 착하기만 한 게임을 원치 않는 이들에게 자학의 쾌감을 선사해줍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던 도중에도 언제든지 위의 요소들을 제거한 "일반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수십 년 전 롤플레잉 게임들의 피를 말리던 그것에 비하면 너무나 느긋하게 맞추어져 있는 덕분에 게임의 진행을 방해할 만큼 문제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방사능 별미첨가 하수를 들이키고, 통통한 바퀴벌레 고기를 씹어먹고, 길가다가 잘못 밟은 지뢰에 부러진 발목을 붙잡고 한탄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오묘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게임이 강요하는 적절한 패널티는 플레이어의 의도를 꺾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더욱 찐했어야 제맛이었지 싶으나,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쉽게 조절한 것 같습니다.


     [폴아웃: 뉴 베가스]의 필드 크기는 오히려 [폴아웃3]에 비해 작은 편입니다. 갈 수 있는 장소도 줄어들었고, 장소 간의 거리도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대신 그 속에는 더욱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면 8시간이면 끝을 볼 수 있던 3편과는 달리 [폴아웃: 뉴 베가스]는 하루 24시간을 꼬박 투자해도 빠듯할 길이의 메인 퀘스트를 제공합니다. 퀘스트의 구조 또한 화선지에 붓으로 그린 것처럼 굶고 짧은 선과 같았던 전작에서 벗어나, 전화 중에 볼펜으로 그린 낙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게임을 따라가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퀘스트를 얻게 되던 3편과는 달리 [폴아웃: 뉴 베가스]는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퀘스트를 찾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게임의 시작부터 엔딩까지 이르는 메인 퀘스트는 이번에도 (지나치게)친절한 안내가 제공되기에 생각 없이 화살표만 따라가도 해결 가능하지만, 기타 퀘스트는 대화와 주어지는 단서를 통해 퀘스트를 얻어야만 합니다. 퀘스트에 따라서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크게 반길만한 변화이나, 때로는 단서가 부족하거나 눈치가 부족한 나머지 코앞에 퀘스트를 두고도 지나쳐 버릴 것이 아쉽습니다. 필자 또한 50시간 동안 플레이하면서 존재조차 모르고 넘어간 퀘스트가 제법 있었습니다. (리뷰 작성을 위해 위키에서 정보를 수집하다 알게 된 사실입니다.)

    퀘스트의 절반 이상은 게임의 배경인 모하비(Mojave) 지역의 세력(Faction)들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 세력은 서로 다른 사상과 목적을 가지고 협력하거나 대립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들 사이에서 끼어들어 중재를 맞거나, 싸우거나, 기타 등등의 다양한 할 일을 담당하게 됩니다. 단발로 반짝하고 끝나던 3편의 퀘스트와는 달리 무척 긴 호흡으로 퀘스트가 이어지기 때문에 게임 속 이야기로 플레이어를 깊이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단일 세력에 억지로 끌려다니던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력 사이에서 갈등하고 심지어는 플레이어 스스로 독립하는 등의 다양한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3편에서 느낀 갈증을 해결하기에 충분할 겁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법. [폴아웃: 뉴 베가스]에는 동료가 등장합니다. 각 동료는 세력과 비슷하게 그들만의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게임 안에서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건 아니지만, 대화를 나누거나 특정 이벤트가 일어나는 식으로 소소한 재밋거리를 던져줍니다. 동료들의 배경 설정이 생각 이상으로 세세하게 짜여 있고,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들이 게임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찾아보는 것 또한 흥미롭습니다. 플레이어는 동료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장비를 변경해 줄 수 있으며 친밀도의 변화를 통해 동료만의 고유 퀘스트를 통하여 육성시키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동료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고 플레이어에게 고유의 특징(Perk)을 주기 때문에 곁에 두면 확실히 게임이 편해집니다.

    쉽게 팔방미인의 경지에 도달하던 3편과 달리 [폴아웃: 뉴 베가스]는 만능 캐릭터의 육성이 힘듭니다. 엔딩까지 평범하게 플레이한다면 약 4개 정도의 스킬을 마스터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장기자랑에 필살기 하나쯤은 줄법한 특징(Perk)을 통해 개성 있는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캐릭터에 따라 게임의 진행 방식이 변하게 됩니다. 원한다면 입이 무기인 캐릭터로 총 한 발 쏘지 않고 게임을 끝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캐릭터의 능력에 따라 게임의 진행 방법이 달라지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간혹 특정 능력을 필수로 요구하는 덕분에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 것은 크게 아쉽습니다. 플레이어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어떻게든 퀘스트가 완료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할 수 있었을 텐데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한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됩니다. 겨우 지능이 1 모자란다고 동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그 밖에도 [폴아웃: 뉴 베가스]에는 소소한 변화가 많습니다. 총기의 가늠쇠로 조준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거나, 다양한 아이템이 제작 가능하다거나, 카지노에 쇼걸이 있다거나, 기타 등등 그냥 새로운 게임이라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특히 총기의 가늠쇠 조준은 게임의 분위기를 크게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필드에서 얻는 식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거나, 탄피를 이용해 총알을 채울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은 작게나마 게임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러나 그러한 소소한 변화거리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 게임의 버그입니다. [폴아웃: 뉴 베가스]는 버그가 무척 많습니다. 아주 다양한 버그들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전갈이 저 멀리 사막의 깊은 모래 아래로 가라앉아 버리는 웃어넘길 만한 버그에서부터, 수시로 윈도우로 워프해버리는 입에서 거품 나게 만드는 버그에 이르기까지 작은 버그들의 천국입니다. PC 버전이라면 유저들의 패치와 더불어 모드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높은 안정성이 요구되는 콘솔에서 이러한 버그는 사소한 것이라 해도 치명적입니다.


     [폴아웃: 뉴 베가스]는 매우 훌륭하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감히 [폴아웃: 뉴 베가스]에 이르러서 [폴아웃3]가 완성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 수 많은 잔 버그로 플레이어를 엿먹이고도 다시 붙잡게 하고야 마는 마력이 넘치는 게임입니다. 완벽한 게임이라고 단언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최근의 롤플레잉게임이 잃어버린 플레이어와 제작자가 싸우는 것 같던 도전과 자유의 재미가 남다른 롤플레잉 게이머를 위한 롤플레잉 게임이라 할 만한 게임입니다. (어차피 이 게임 PC로 하실 거죠? 게임을 끝낸 이후에는 유저들의 성욕상상력으로 창조된 모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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