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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ctopath Traveler
    게임 리뷰, 추천 2021. 3. 3. 16:11



     요즘은 길게 시간 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직업을 가진 사회인의 생활. 예고없이 들이닥치는 업무 이메일과 문자. 생각지 않게 터지는 업무 돌방 상황. 수시로 쳐다보고 계속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도무지 일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매일 삶에서 방해 없이 보낼 수 있는 평온한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마 제 나이대의 많은 사람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30대에서 40대까지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고 추억할만한 사람의 요즘 생활.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옥토패스 트레블러(Octopath Traveler)]는 자기 생활 없는 사회인에게 적절한 구닥다리 일본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옛 게임을 추억하게 만들 무려 8명의 이야기가 깔끔하면서도 깊이있게 즐길 수 있는 전투와 함께 제공되는 구미당기는 그래픽의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처음 게임의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했을 때, 8명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지 않거나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크게 실망했지만 실제 게임을 해보니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8명의 캐릭터가 교차하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게임의 흐름은 대충 이렇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8명의 캐릭터는 각각 4개의 챕터로 나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8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선택한 캐릭터는 주인공이 되어 해당 캐릭터의 이야기를 전부 보기 전 까지 변경할 수 없습니다.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변하거나 하는 특징은 없고 그저 해당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른 캐릭터를 조합해 보라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게임의 이야기는 8명의 캐릭터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 없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서로 이어지고 엇갈리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반대로 그런 부분이 없기 때문에 캐릭터 선택이 자유로운것도 특징입니다. 챕터의 특정 부분에서 선택한 파티원간에 대화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큰 의미를 둘 정도로 깊이있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캐릭터와 이야기에 큰 비중을 두는 롤플레잉 장르로서는 드물게도 이 게임은 스토리와 캐릭터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는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즐겨도 충분하고, 전부 즐기고 싶으면 그러면 되는 정도의 가벼운 위치입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가 치중하고 있는 부분은 게임의 전투입니다. 게임의 전투는 레벨 노가다로 찍어 누르지 않고 적정 레벨에서 플레이 한다면 꽤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적절한 캐릭터의 조합과 육성을 요구합니다. 게임의 장치들도 이 전투를 보조하고 익힐 수 있도록 짜여 있습니다. 캐릭터의 챕터마다 걸려있는 레벨 제한은 그 레벨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전투를 배우고 응용하도록 요구 하고, 필드에서 캐릭터가 특정 행동을 통하여 아이템을 얻거나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필드 스킬이라는 구성 역시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파티 조합의 길잡이를 위해 파티 구성을 강제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게임을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는 필드 스킬을 조합해 보면 자연스럽게 균형있는 파티를 갖추는 식입니다.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캐릭터의 직업 선택은 자유로워 지지만 캐릭터에 따라 어울리는 직업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게임 진행은 챕터를 열기위해 레벨을 올리며 캐릭터의 필드 스킬을 중심으로 직업 그리고 직업 스킬을 조합해 가며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파티를 갖추고 육성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이 파티의 조합과 육성은 게임이 신경을 쓴 만큼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게임을 중반까지 진행해 보면 사용자는 어떤 익숙한 경험내지 위화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디서 이런 구성을 접해본 것 같은데’하고 떠올려보면 이 구성은 모바일 게임의 그것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캐릭터의 육성, 조합, 수집이 주가 되고 게임의 이야기는 그것에 동기부여를 하는 구성. [옥토패스 트레블러]는 구닥다리 일본 롤플레잉 게임을 추억하는 게임이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경험을 담고자 하는 모바일 게임의 변형에 가깝습니다. 결과는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는 올드 팬이 보면 기절할 정도로 캐릭터 사이의 관계 발전이나 이야기의 타당성을 무시한채로 전투와 육성 위주로 굴러감에도 꽤 경쾌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깔끔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투는 간단하면서도 깊이있고 이야기는 잘 정돈되어 있어서 오랫동안 게임을 놓았더라도 다시 잡는데 어려움이 없스니다. 내키는 이야기를 선택하여 진행하면서 다양한 맵을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수집하고,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직업을 얻어 스킬을 얻어가며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 가까운 가볍고 간편한 접근으로 추억하는 옛 게임을 즐기는 묵직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게임이 정말 구닥다리 일본 롤플레잉 게임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추억하는 게임을 돌이켜 볼 때, 그 게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붙는 수식어로서 낡은 게임이 된건지, 아니면 그 게임이 정말로 낡아서 이제는 대체가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런 게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게임의 예를 들어 보자면 [크로노 트리거]는 시간여행이라는 주제 속에서 훌륭한 캐릭터간의 관계 발전과 플레이어가 현재의 사건을 과거로 돌아가 개입하여 결과를 바꿀 수 신선함을 제공하였습니다. 낡음의 대명사로 불리는 [드래곤 퀘스트]조차 매 시리즈마다 용자와 마왕이라는 게임의 공식을 공격하고 뒤집는 이야기로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그러나 [옥토패스 틀레블러]는 아쉽게도 정말 낡은 이야기를 가진 게임입니다. 8명이나 준비해 두었지만 모두 상투적이고, 무개성하며 지루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입니다. 옛날에 한번 봤던 것 같은 캐릭터와 이야기, 경험해본 캐릭터와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캐릭터와 이야기는 딱히 다시 경험할 가치를 지니지 못합니다. 가뜩이나 이야기의 비중이 얕은 게임인데 그 수준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잘 짜인 육성과 전투를 즐기는 것을 방해한다는 인상마저 같게 만듭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의 캐릭터와 이야기는 낡고 식상하지만 게임 구조는 요즘 생활에 알맞은 아쉽지만 나쁘진 않은 게임입니다. 발매된 플랫폼도 휴대할 수 있는 콘솔인 [스위치]이기 때문에 궁합도 좋습니다. 한 캐릭터당 3시간 정도면 끝을 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는 이야기를 자신의 생활에 맞춰 즐길 수 있는 롤플레잉 게임이란 참 흔치 않습니다.(거기에 DLC나 가챠도 없고요!) 음악과 그래픽은 개인적으로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 추억을 돌이키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여러 단점을 다 따져 보더라도 무거운 게임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재구성한 구성이 신선하고 마음에 듭니다. 게임의 이야기와 캐릭터만 개선된다면 필자는 기꺼이 속편을 구입할 것입니다. 나름 잘 팔린 작품이니 만큼 더 개선된 모습으로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가격: 64800원
    편의: 24~40시간, 어려움
    제작: Square Enix, Acquire
    좌표: 온라인&오프라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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