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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House.wad
    게임 리뷰, 추천 2023. 5. 20. 17:18

     

    주의: 온전한 경험을 위해 아래의 링크만 확인한 후 게임을 즐기세오.

     

    https://www.doomworld.com/forum/topic/134292-myhousewad/

     

    MyHouse.wad

    MyHouse Excited to finally release this tribute map. Last August I lost a good childhood friend of mine and took it pretty hard. When I was visiting my hometown for his funeral, I connected with his parents who shared with me some of his old belongings. Am

    www.doomworld.com

     

    스포일러가 필요한 분을 위해 게임 내 Journal.docx 파일을 번역, 편집하여 포스팅합니다.

     

     

     

     

    2022년 8월 4일

    오늘 부고를 들었다.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가 이렇게 갑자기 죽다니, 정말 믿기 어렵다. 삶의 일부를 잃어버린 기분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힘이 빠진다.


    마음이 무겁고 친구와의 추억이 줄곧 떠오른다. 함께한 모험, 나누었던 비밀, 심지어는 다투었던 기억까지 그립다. 친구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다.


    심란한 마음에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지 못하다, 이제야 가까스로 글로 마음과 상황을 정리해 보고 있다. 떠난 친구 역시 내가 좋은 기억을 간직한 채. 잘 살기를 바랄 것이다.

     


    2022년 8월 16일

    오늘은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참석한 이들의 슬픔이 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나는 그 속에 잠겨 있었다.


    다행히 장례식은 아름답게 치러졌고, 친구에 대한 따듯한 말이 가득해서 위로받았다. 식이 끝난 이후에는 친구의 에 들러 그의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친구와 함께한 즐거웠던 기억을 꺼내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작별 인사를 나눌 줄이야. 친구의 부모님과 친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 일어나려 하니, 친구의 부모님이 내게 친구의 유품을 일부 건네주었다. 그중에 둠 백업 파일이 담긴 디스켓 더미가 있었다. 이게 아직도 남아 있었다니 꽤 놀랐다.


    친구와의 추억이 얽힌 물건을 품에 들고 감동했다. 집에 돌아가면 디스켓 내용물을 찬찬히 한번 봐야겠다. 친구가 그린 스케치북도 같이 있으니 이것도 같이 봐야지.


    2022년 8월 18일

    혹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 궁금해 친구가 남긴 스케치북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기대와는 다르달까. 이런 이상한 그림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죽음과 절망이 생각나는 어둡고 형이상학적인 그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차츰차츰 어둠이 깊어졌다. 나는 겁에 질려 급히 스케치북을 덮어버렸다. 마음이 어지럽다. 스케치북은 이제 보고 싶지 않다.


    기분 전환을 할 겸, 아마존을 둘러보며 쇼핑을 했다.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읽을 수 있는 USB 드라이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미 20년이나 지난 친구가 남긴 오래된 디스켓에 과연 데이터가 온전히 남아 있을까? 하늘에 맡길 수밖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2022년 8월 20일

    주문했던 택배가 도착해서 오늘은 디스켓을 살펴보았다.


    드라이브를 연결하고 디스켓을 넣어보니- 데이터가 살아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만든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데이터가 보란 듯이 살아 있었다. 특히 친구와 함께 만들었던 둠의 맵 파일들을 발견하고는 흥분했다. 심지어 거기에는 한번도 본적 없는 맵이 있었다. 맵 속에 있는건 친구의 ... 나 몰래 이런 걸 만들고 있었다니!


    맵을 둘러보고 결심했다. 이 맵을 깨끗하게 다듬어서 공개할 것이다. 그 당시 친구와 나는 함께 여러 맵을 만들었지만, 일반에 공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커뮤니티에 훌륭한 자작 맵이 많았기 때문이다. 굳이 그 맵들과 비교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친구가 만든 이 맵은 완성도가 상당하다.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이 맵을 깨끗하게 다듬은 다음 공개해서 떠난 친구를 기릴 생각이다.

     


    2022년 8월 25일

    오늘 아침에는 추억을 되세겼다. 둠월드에서 최신 에티팅 도구를 찾아본 것이다. 2000년도 중반에 쓰던 것에 비해 정말 쉽고 편했다. 얼티밋 둠 빌더와 슬레이드(Slade)를 내려받아 두었다.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얼티밋 둠 빌더의 맵핑은 정말 쉽고 간편했다. 별문제 없이 기본적인 맵을 만들 수 있었고, 약간의 수고로 결과물이 나와 만족스러웠다. 슬레이드 또한 예전에 윈텍스(WinTex)를 쓰던 것보다 리소스 관리가 쉽고 편했다.


    이제 친구가 만들던 맵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어쩌면 최신 기능을 조금 맵에 추가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2년 8월 29일

    밤사이 떠난 친구에 대한 기이한 꿈을 꿨다. 친구네 지하실에서 함께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는데, 잠깐 고개를 돌린 순간 친구가 사라졌다. 텅빈 은 침묵으로 가득했고,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천장에서 비명이 들렸다. 연기 냄새가 났다.


    지하에서 뛰쳐 올라가 보니 뼈대만 남은 이 불타고 있었다. 갈수록 짙어지는 연기에 숨이 가빠졌다. 친구를 찾아 뛰어다녔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혼동 속에서 나는 어느새 연기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을 떴다. 모든 것이 그저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모두 현실이었다는 걸. 나는 그저 친구가 그리울 뿐이야. 친구가 보고 싶을 뿐이야. 온몸이 가라앉는 끔찍한 기분이 나를 잡아먹는 것 같다. 정신 차리자. 그리고 이산화탄소 센서가 달린 화재경보기를 사자. 만에 하나 모르니까.

     


    2022년 9월 2일

    오늘은 둠월드에 친구의 맵을 소개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아직 손봐야 할 곳이 많이 남아 있지만,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일이었지만, UDMF의 새롭고 흥미로운 기능을 이해할 수록 추가하고 싶은 것들이 야금야금 늘어났다.


    당연히 친구가 만든 원본의 느낌은 지킬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티가 물씬 나는 너무 낡은 부분은 걷어내고, 요즘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조절해볼 생각이다. 

     


    2022년 10월 3일

    벌써 10월이라고? 일이 너무 바빠서 맵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대신 친구의 스케치북을 꺼낸 다음 그림을 스캔해서 컴퓨터에 보관해 두었다.

    스크롤로 그림을 넘길 때마다 그림이 기괴하고 기이하게 변해갔다. 친구가 빠져 있던 어둠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문득 오싹해졌다. 친구의 마음은 진작부터 병들어 있었을까?

     


    2022년 10월 8일

    오늘은 정말 일이 힘들었지만, 기운을 내서 맵 제작을 조금 진행했다. 기합을 넣기 위해 단골집에 피자부터 주문했다. 느긋하게 쉬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정말 행복한 일이다.


    피자가 도착하자, 한쪽에 내려놓고 맵 제작을 시작했다.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친구의 맵을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UDMF를 이용해서 맵에 이런저런 기능을 실험했다. 텍스쳐 없는 구조물을 짜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다. 머리 아프게 텍스쳐를 그리지 않아도 되니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피자를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다 먹은 후에는 다시 맵을 열고 작업을 이어갔다.
    공개될 날이 기다려져 견딜 수 없다. 맵을 해본 사람이라면 둠 엔진에 맞게 만들어 넣은 다양한 사물*을 분명 좋아해 줄 것이다.

     


    2022년 10월 13일

    정보 공유는 둠 커뮤니티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 맵을 건드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맵은 그를 기리는 일이자, 내 감정과 일부를 담은 그릇이니까. 다른 누가 손댄다니 내키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멍청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뭔가 오직 나만 이 맵에 손대기를 원하고 있다.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ZDoom 디스코드 맴버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 맵을 보내주려 했을 때, 나는 주저하다 결국 보내지 못했다. 그때는 정말 그게 옳은 결정 같았다. 그래, 멍청한 이야기이다.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둠월드에 올라간 내 게시글은 여전히 반응이 좋다. 모딩을 위해 내가 맵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드러낸 코멘트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2022년 11월 4일

    지난밤 선명한 꿈을 꾸었다. 벌써 몇 주째 같은 꿈을 꾸고 있어 기록해 둔다.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눈을 뜨니 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심장 소리가 귀를 때린다. 불길함에 몸이 저릿했다. 위화감. 나는 공포에 질려 침대에 가위눌려 있었다. 천장에서 미약하게 유령 같은 비명이 들린다. 들어본 적 있는 소리다. 점점 크고 선명하게 소리가 다가오고 있다.


    무시하려 애쓴다. 밀어내려 노력할수록 소리가 더욱 커진다. 알아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침대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천천히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심장이 머리가 터질 것처럼 뛰고 있다. 다락방에 들어서자, 창문까지 선을 그리듯 놓여있는 아이의 장난감이 눈에 띈다. 기이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선을 따라 걸었다. 


    선의 끝에는 버려진 보육원이 있었다. 두려움에 뒷걸음질 쳤다. 아니야, 끝까지 선을 따라가야 한다. 저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다. 어둡고 위험한.


    큰 심호흡과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어두 컴컴하고 고요한 공간을 헤매다 아이들이 어지럽게 그려 넣은 그림으로 시선이 향했다. 순간 아기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방 끝에서 나고 있었다.
    소리의 끝에 다다르니 아기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 안에는 사산한 태아가 들어있었다.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다락방에 공포의 정체가 있다.  사산한 태아의 시체가.


    귀를 때리는 심장 소리에 흔들리며 나는 한걸음 씩 뒷걸음질 쳤다.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나는 문을 박차고 도망쳤다.

     


    2022년 11월 13일

    오늘은 정말 바쁜 하루였다. 녹초가 되어 잠들고 싶은 생각뿐이지만, 이렇게 억지로 눈꺼풀을 붙잡고 일어나 있다. 그런데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뭐지?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늘 계획이 많지 않...았나?


    어제 뭐 했더라? 기억이 희미하다. 맵을 건드렸나? 아니, 실제 지형을 수정했거나 디테일을 추가한 기억은 없다. 그런데 심지어 새로 작성된 스크립트는 내가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이런 스크립트는 쓴 기억이 없다. 정말 몽유병이라도 걸린 걸까? 내심 걱정이다.


    모르겠다. 이제 너무 늦었으니 자야지. 내일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생각하자.

     


    2022년 12월 23

    지난밤에는 오랜만에 잠을 잤다. 그러나 기이하고 선명한 꿈은 계속 꾸고 있다. 갈수록 기이해지고 마치 내 경험처럼 느껴지는 꿈. 일상이 꿈에 끌려다니는 기분이다.


    한번은 따뜻한 욕조에서 목욕하는 꿈을 꾸었다. 따듯한 물에 조금씩 잠기다가. 결국 가라앉은 꿈이었다. 비명을 질렀으나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나는 욕조에서 익사하기 직전이었다.


    물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듯한 충격이 오더니, 이번에는 동굴 안이었다.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지하 동굴 안에는 차가운 공기가 가득했고 먼 곳에서 악마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이번에도 비명을 질렀지만, 목소리가 어둠에 묻혀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것에 쫓기고 있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바위를 긁는 것 같은 소음과 함께 발밑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나는 공포에 질려 도망쳤다.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 동굴에 난 작은 틈새를 보고는 급히 몸을 구겨 넣었다. 좁은 틈새에 구겨진 채로 나는 그저 악마가 나를 찾지 못하기만을 기도했다.


    그러다 눈을 뜨니 내 침대였다. 나는 안전하고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악마가 여전히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공포를 거둘 수 없었다.

     


    2022년 12월 7일

    새벽 4:30. 여전히 맵 작업 중이다. 세상에 이렇게 늦게까지 작업하다니. 요즘 상태가 좋지 않다. 수면 시간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일상에도 지장이 생겼다. 오늘은 직장 동료에게 요즘 너무 날카롭다고 한마디 들었다.


    맵을 테스트해 보았다. 추가한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맵이 스스로 자라기라도 하나? 참, 별 헛생각이 다 난다. 너무 지쳐서 그런 것 같다. 잠이나 자야겠다.

     


    2022년 12월 16일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휴직서를 내고 쉬었다. 오랫동안 푹 쉬고 싶다. 벌써 일주일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 사람과 어울리는 건 썩 내키지 않지만, 학교에 가지 않고 놀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푹 쉬면서 세상과 맞설 힘을 모아야지!

     


    2022년 12월 17일

    졸릴 때 글 쓰지 마.

     


    2022년 12월 18일

    나는 거울을 보며 면도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나를 향해 윙크하는 것 아닌가? 너무 놀라 면도기를 거울에 집어 던졌다. 그런데 깨진 거울에서 파편이 흩어지는 대신, 거울은 깨진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거울에 손을 대자 손이 거울 너머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차가운 유리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대로 거울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마치 터널 같았다. 뒤를 돌아보자 거울 너머에 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내가 나를 향해 윙크해 보였다. 비현실적이지만 어쩐지 익숙한 기분이었다. 거울 속은 어쩐지 편안했다. 마치 집처럼. 순간 나는 혼란과 충격에 휩싸인 채로 눈을 떴다. 지금도 그게 그저 꿈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2023년 1월 4일

    오늘은 연휴가 끝난 근무일이다. 하지만 나는 하루 더 휴가를 내고 myhouse.wad 파일을 손보기로 했다. 매일 한 시간 정도 맵을 손보고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있자니, 어쩐지 맵이 스스로 자라고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분명 건드린 적 없는 부분이 바뀌거나 생기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그리고 최근 무언가가 나를 조종하는 것 같다. 내가 맵을 손볼 때마다,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며 나를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건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다. 아무렴 어떤가,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마무리로 향하고 있다.

     


    2023년 1월 7일

    숲속의 도로를 주행하던 중, 차가 갑자기 미끄러지더니 나무와 충돌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고 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정신이 혼미했다.


    그래도 있을 수는 없어 힘겹게 차에서 몸을 빼내 숲으로 향했다. 발에 격통이 일어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나무 틈 사이로 불이 켜진 주유소가 보였다.


    문이 열린 주유소를 보고 기뻐하기도 잠시, 주유소는 텅 비어 있었다. 모두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망연자실하게 서 있자니, 주위를 둘러싼 숲에서 기이한 소음이 들려왔다. 나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불현듯 멀리서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신이시여, 택시였다. 나는 택시를 타고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났다. 모두 꿈이었다는 사실에 안심해야 할지 실망해야 할지 모르겠다.

     

     

    2023년 1월 13일

    마틴 루서 킹 데이 덕분에 휴일이 늘어났다. 덕분에 3월 이전에 맵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맵 에디터에서 맵을 불러오지 못하는 문제를 겪었는데, 알고 보니 새롭게 저장한 파일의 확장자명이 달라서 벌어진 일이었다. pk3 확장자로 맵을 새로 저장했는데 둠 빌더와 슬라이더는 .wad 확장자 파일을 찾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wad 파일을 pk3 파일로 바꾸는 듀토리얼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정작 파일을 바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피곤한 상태에서 바꾸고 잊어버린 거겠지.

     


    2023년 1월 14일

    어젯밤 꿈 꾼이 너무 생생해서 글을 쓰는 지금도 두렵고 떨린다. 꿈속에서 나는 홀로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창밖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낯설었다.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인지 알 길이 없었다.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며 엔진에서 끔찍하게 요란한 소리가 났다. 멀리서부터 천천히 거대한 폭풍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절박하게 소리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내 목소리는 거대한 엔진 소음에 묻혔다.


    순간 몸이 울렁거렸다. 창밖을 보니 비행기가 건물로 추락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충돌하는 순간 눈을 꼭 감았다. 주위로 사람들의 비명과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렇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고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2023년 1월 21일

    이 맵을 손보는 동안 겪었던 모든 기억은 어쩌면 친구의 것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그저 쉬고 싶다. 그저 간단히 다듬으면 끝날 것 같던 작업이 내 모든 휴식 시간을 앗아갔다. 맵을 열면 시간이 지나는 걸 느끼지 못하겠다. 맵에 추가된 것들이 낯설기만 하다.


    작업을 중단하고 한동안 쉬어야겠다.

     


    2023년 1월 22일

    어제 다시 맵을 건드렸다.

     


    2023년 1월 23일

    오늘 또

     


    2023년 1월 31일

    이제 쉬고 싶어 부탁이야. 제발.

     


    2023년 2월 14일

    내가 사랑한 유일한 그가 행복한 발렌타인을 맞이하길.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고통스러운 삶 속에 너는 행복을 가져다주었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그동안 너처럼 빛이 되어줄 사람을 또 찾아볼 생각이야.

     


    2023년 2월 19일

    나는 단언컨대 이런 맵을 만든 적 없다. 물론 집은 그대로 남아 있다. 오래전에 토마스가 만들기 시작한 그대로 변함없이, 내가 다듬고 손본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덩굴처럼 얽힌 수 많은 테그와 구역들로 어지럽게 얽혀있을 뿐이다. 


    그나마 결과물이 훌륭하니 다행이다.

     


    2023년 2월 20일

    맵을 끝내기 위해 또 일을 쉬었다. 그때로부터 13년이 지나지 않았나, 시간은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맵이 나를 원한다는 거다. 내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맵은 어쩔 줄 모를 테니까. 별수 없다. 알려줘야지.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맵은 내 손에 맞춰 변화한다. 그래 토마스가 어떤 기분인지 맵은 아는 거야. 맵은 내 마음도 이해하고 있다고.

     


    2023년 2월 26일

    이제 어디까지 내가 만든 것이고, 어디까지 친구가 만든 것인지... 맵 스스로 자라난 부분이 대체 어디 까진지 도무지 분간되지 않는다. 스스로 성장하는 맵이 두렵지는 않다. 내가 널 필요로 하는 것처럼 너도 날 필요로 하니까. 어젯밤 꾼 꿈이 떠오른다. 요즘은 잠이 많이 줄었지만, 그 꿈은 놀랄 만큼 선명하게 기억난다.


    나는 해변에 서서 눈앞 가득 펼쳐진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는 갈매기가 울고 파도가 모래사장을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발가락을 바다에 담가 보았다. 아니, 시도했다. 그러나 바다도 물도 없었다. 환영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환영이었다. 나무도, 새도, 모래도 모두 가짜였다. 단막극의 윌리 로만처럼. 위대한 무언가를 추구한 멍청이일 뿐. 절대 행복 따위 찾지 못할 것이다. 촬영장을 방황하던 나는 망각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간의 끝 그 자체. 행복도, 절망도, 슬픔도 없는 공허를. 신앙 있는 자들은 사후 세계가 영세하다 하지만, 그 영세동안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공허 속의 날이 저물어 간다. 한 달, 그리고 일년, 오년, 십년. 이게 영세인가? 이십년, 백년 그리고 천년. 그 시간 동안 나는 이 방에 앉아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고민을 되뇐다. 내 실수들이 밝혀주는 그 즐거움을 영원토록 만끽하고 있다. 백만 년이 지나고, 백만 년을 더하고, 제곱해봐도 영원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죽음을 구걸해도 얻지 못한다. 그저 내 생각과 어리석음과 절망과 외로움뿐. 어딘가에는 내게 윙크했던 그가 있을 것이다. 행복이 가득한 채로 삶의 유한함을 느끼며 진짜 해변에 앉아 있을 것이다. 그는 행복이 거저 얻어지지 않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행복은 쟁취해야만 한다.

     

     


    2023년 3월 2일

    속았다. 이용 당했다. 오늘 아침 나는 8월 말에 백업 해두었던 맵 파일을 둠 빌더에서 열어 공개를 위한 밑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후 myhouse.pk3 파일을 지우려고 시도해보니, ‘파일을 사용 중입니다’는 오류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거듭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맵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상관없다. 나는 오늘 둠월드에 맵을 올릴 생각이다. 맵이 무슨 짓을 하건 간에 오직 깨끗한 원본만 올릴 생각이다. 누구도 나와 같은 일을 겪게 할 수는 없다.

     


    2023년 3월 9일

    맹세하건대 myhouse.pk3을 업로드한건 고의가 아니였다. 내가 업로드한건 정말 안전한 카피였다. 부디 링크를 수정하기 전에 내려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능한 한 빨리 고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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