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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garu, 괴게임 그러나 훌륭하다.
    게임 리뷰, 추천 2007. 10. 3. 09:22

     - 센스는 엉망이지만 졸작은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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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심의 윤리의원회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장복의 허리춤에서 빛나는 칼, 천천히 소리죽여 다가간 적의 뒤를 단숨에 기습, 목을 긋는다. 피맺힌 칼을 들고 쓰러진 상대를 유유히 지나는 괴인은……토끼? 살다 살다, 격투기를 펼치며 칼로 서슴없이 상대를 후벼버리는 8등신 토끼가 나오는 게임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쩌랴, 있는걸. B급 영화의 복수 스토리에 단검, 봉, 장검, 격투기를 아우르는 잔인한 액션이 가미된 3인칭 3D 액션 게임 “Lugaru(루가루).” 주연은 무려 토끼.

     처음 스크린 샷을 보았을 당시, 뭐 이런 게임이 있나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데모를 날름 집어 해본 결과가 지금의 리뷰다. 일단 게임의 스토리 라인은 썰렁할 정도로 간략하다. 괴 집단에게 동료가 몰살당하고, 분개한 주인공이 복수를 하다 보니 집단의 보스가 친구. 이렇다 할 화려한 연출도, 멋들어진 그래픽으로 무장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게임 리뷰에서 요렇게 다 까발려도, 가책을 전혀 못 느낄 만큼. 시나리오와 연출에 있어서만큼은 B급 이하다. 그러나 액션 게임이니까 용서된다. 아니 용서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 게임의 액션은 훌륭하다.

     빠른 달리기와 높은 도약력, 토끼 하는 떠오르는 귀여움 느낌이 루가루 식으로 살아나면 이렇게 된다. 람보 복장에 허리춤에는 칼까지 두른 비장감 넘치는 토끼가 멀리 깨알같이 보이는 적에게 순식간에 달려드는가 하면, 절대 불가능할 높이를 뛰어올라 적의 뒤를 잡는다. 물론 적도 토끼[아, 늑대도 나온다.]라서 비슷한 수준의 움직임을 보이다 보니, 사실상 게임의 분위기는 초인들의 대결이라는 느낌. 움직임은 크게 걷기, 달리기, 뛰기(점프), 뒤로 뛰기(백점프)], 토끼뜀[!]으로 나뉜다. 걷고 달리는 것은 일반 액션 게임과 다를 바 없는 반면, 시프트(shift)키를 눌러 수그린 상태에서 달리는 토끼뜀은 실제 토끼의 그것이며,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주파할 때 사용된다. 넒은 맵에 산재해 있는 적을 하나씩 각개 격파하는 게임의 성격상, 이러한 주파법의 존재는 게임의 진행 속도 향상에 이바지 한다. 또한 점프의 경우, 캐릭터 키의 약 3배가 넘는 높이를 가볍게 뛰어 오르며, 체공 시간동안 텀블링 액션을 펼치거나 적의 배후를 잡을 수 있어 전략적인 측면이 높다.

     공격을 위한 이동이라 누가 말하던가? 액션 게임이니 만큼 공격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다. 단검, 장검, 봉을 사용한 방법 외에 기본적으로 격투기가 존재하며, 무기들은 장착을 해제함으로써 언제나 격투기로 전환 가능하다. 먼저 격투기의 경우, 방향키와 공격 버튼을 조합하여 쓰는 발길질과 주먹질은 필수. 전진키를 두 번 눌러 달리는 상태에서는 뛰어차기, 토끼뜀 상태에서는 상대를 덮쳐 넘어트릴 수 있으며, 벽을 차는 점프 공격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모든 기본 공격들은 이동방법과 직결되어 있으며, 캐릭터의 빠른 움직임과 항시 가능한 공격은 게임의 액션을 팽팽하게 잡아 당겨주는 고무줄과 같다. 그리고 여기에 각 무기별로 더해지는 다채로운 공격방법. 단검은 주먹 공격을 휘두르기로 대신함과 동시에, 점프 상태에서 칼을 던 질수 있다. 장검은 던지기가 불가능한 대신, 강력한 배기와 다운공격이 가능하며, 봉은 격투기의 대부분을 잃는 대신 강력[거의 한방]한 다운공격을 자랑한다. 이러한 무기들은 격투기를 대신하여 게임의 액션을 다채롭게 만드는 것 외에, 적에게서 빼앗거나 뺏기는 공방을 추가함으로서, ‘엄청 밀리다, 봉을 빼앗아 한방에 승리’[또는 거꾸로 패배]와 같은 게임의 변수로서 작용 한다.

     단순히 치고 박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파고들 수 있는 완성된 액션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반격이다. 반격은 적의 공격에 타이밍을 맞추어 시프트키를 누름으로서 이루어지며, 상대의 공격 위치와 캐릭터의 위치가 같아야 발동한다. 공격 위치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맞출 수 있지만, 타이밍의 경우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실제 공격을 포기하고 시프트키를 연타하지 않는 이상, 반격하기는 무척이나 까다롭다. 대신 반격에 성공하면 적의 공격을 무마시킴과 동시에,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적이 무기를 사용해 공격했다면 무기를 빼앗을 수 있다. 적 또한 플레이어와 동일하게 반격을 사용하며, 대응이 뛰어나 점프를 하면 붙잡아 넘어트리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상대의 반격을 생각해야 한다. 또는 아예 적의 공격을 뒤로 뛰어 피한 후 적의 틈을 노려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격은 위의 다양한 공격 방법별로 각기 달리 모션이 존재하며, 그 효과도 각기 달라 게임의 액션을 무척이나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적들의 대응이 무척이나 뛰어나기 때문에, 반격을 잘 사용해야 게임을 풀어 나가기 쉽다.

     마지막으로 액션을 위한 그래픽과 사운드, 게임의 배경과 인물은 저 폴리곤으로 단조롭게 만들어져 있어 볼품없고, 배경음은 아예 존재감이 없는 반면. 액션에 있어서만큼은 빼어난 움직임과 사운드를 자랑한다. 자체 레그돌 물리엔진[Ragdoll physics]을 이용한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폴리곤 간의 충돌[팔이 삐져나와 보인다거나, 머리가 겹친다거나-]을 제거함과 동시에, 실제 인체 움직임과 흡사한 움직임을 구사하여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시체 엔진[...]이라 칭해지는 레그돌이니 만큼, 공격을 받고 멀리 날아가는 적의 모습이나,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모습 또한 일품이다.[별게 다 일품이다......] 사운드는 호쾌한 타격 음과 더불어, 적이 죽을 때는 타임 블렛[화면이 일그러지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연출, 영화 메트릭스에서 사용하는 그것]과 함께 시계의 초침 소리비슷한 독특한 효과음이 흐르는데, 묘하게 중독된다. 그 외에도 단검이 땅에 떨어지는 효과음에서 부터 장검끼리 부딪히는 소리, 봉의 둔탁한[아, 내가 지금 토끼 재대로 패는구나―]충돌 소리에 이르기 까지, 동작에 관련된 소리들이 움직임을 잘 보조해준다.

     액션이 무척이나 뛰어난 3D 액션게임 루가루, 정말 액션에 있어서만큼은 지금까지 해본 3인칭 3D 액션 게임중, 최고로 꼽을 만큼 뛰어나다. 그러나 달리 말하자면 액션 빼면 다른 부분은 볼게 없는 게임이라는 뜻도 된다. 부실한 시나리오에 썰렁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가진 게임 말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대 자본을 쏟아 붇는 메이저 회사의 게임이 아니라, 소규모 제작사의 자체 엔진을 이용한 게임이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수많은 대작 게임에 묵을 대로 묵은 게이머를 휘어잡는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노릇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게임이 전혀 예감치 못한 재미를 건네는 놀라운 즐거움-! 현재는 그래픽을 보강하고 멀티플레이를 추가한 루가루2가 개발 중이라 한다. 며칠 전에는 괴게임 놀려보자는 속셈으로 데모를 받던 이가, 이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개발 상황을 주시 할 만큼. 루가루는 액션 게임으로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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