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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안한다면 우리가 하겠다. - Zeno Clash -
    게임 리뷰, 추천 2009. 4. 24. 08:35


    존나 좋군?



    당신이 인디라면, 굳이 대세를 따르는 작품을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많은 수의 대형 제작사들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쉽거나 검증된 공식을 따릅니다. 그럼 그들이 외면한 바로 그것들에 집중하세요.” - Andres Bordeu, ACE Team 공동 설립자. GameInformer, “Indie Week: Day One - What Does It Mean To Be Indie?” 인터뷰에서 발췌. (원문 링크)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일인칭 시점의 게임이 반드시 FPS(Fist Person Shooter)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안전하고 쉽기에 많은 제작사들은 이를 벗어나기를 꺼려 합니다. 일인칭 시점에서 주거니 받거니 쏘는 것 말고 다른걸 하자면 참 골치 아파지거든요. 굳이 외도를 해보고 싶다면 최근 유행하는 TPS(Third person Shooter)를 만들면 그만이니까,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 인디 제작사 [에이스 팀(ACE TEAM)]은 일인칭 시점이면서 난투(막쌈!)에 특화된 게임을 만들어 버립니다. 수년 간의 조용한 몸 만들기를 마치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그들의 작품 [제노 클래쉬(Zeno Clash)]는 과연 일인칭 게임의 대세에 원--! 펀치를 먹여줄 수 있을까요?


     

     관객이 뭐라 하건 간에 제 마음속 종은 이미 울렸습니다. [제노 클래쉬]는 현재까지 나온 일인칭 게임 중 난투를 가장 난투답게 구현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여러 대전 게임으로 익숙한 컨트롤 대결은 이 게임에 없습니다. 복잡하게 입력해야 하는 커맨드나 순서에 따라 이어지는 기술 같은 것 말입니다. 그냥 눈으로 봐서 맞겠다 싶으면 패면 되고, 이쪽이 물러서야 할 것 같다면 방어하거나 피하면 됩니다. 일인칭 시점을 한껏 살린 대결은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도록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시점이라면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대응해야 하는 이러한 구성이 무척이나 불편하겠지만 일인칭 시점에서는 놀랄 만큼 효과적입니다. 방어를 굳히려 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재빨리 공격해 무력화 시키거나, 총을 들고 머뭇거리고 있는 상대를 주먹으로 날려버리는 쾌감은 [제노 클래쉬]에서만 가능한 훌륭한 경험입니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일대 다수의 난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게임은 역동적인 시점을 통해 플레이어가 다수에게 둘러 싸여있다는 상황을 매우 훌륭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공격을 당해 나뒹굴때 세상이 같이 돌아가준다거나, 쓰러진 적을 공격하기 위해 아래를 보는등 다른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박진감 넘치는 시점이 줄곧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처럼 뛰어나게 완성된 맨손 대결과는 반대로 FPS본연의 재미는 그저 그런 편입니다. 게임의 진행은 시나리오를 설명하는 이벤트와 적을 만나 싸우는 전투로서 나뉘는데, 전투 중에는 반드시 무기를 이용해 싸워야 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거대한 적과 겨룰 때 사용하게 되는 둔기는 때리는 쫀듯함이 남달라 크게 불만이 없지만, 발사 무기를 들면 급격히 심심해집니다. 게임만의 고유한 세계에 맞추어 개성 있게 그려진 무기들은 확실히 보는 재미를 선사하지만 이것은 잠시뿐, 몇 번 사용해보면 지나치게 평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무기를 쓰는 것 조차 심심한데 그걸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은 일방적인 과녁 맞추기 정도의 슈팅, 기껏 난투로 달구어진 머리가 썰렁해지고 맙니다. 분명 카리스마 넘치는 조연 덕분에 재미있다고 느끼는 전투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게임의 전체를 두고 볼 때 지루한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집니다. 앞서 조연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부분을 생각해 보면 만들 줄 몰라서 단조롭게 만든 것은 아니라 생각되기에 더더욱 아쉽습니다. 또한 무기, 아이템을 줍는 키와 적을 타켓팅하는 키가 같다보니 적과 아이템이 같은장소에 뭉치면 곤란한때가 더러 있습니다. (게임의 난이도를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것 같으나, 불편한건 그냥 불편한겁니다.)


     

     아쉬운 대로 지루한 슈팅 시즌 동안에는 잠시 세상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봅시다. [소스]엔진을 개조하여 표현한 [제노 클래쉬]의 세계는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어느 정도로 인상적인가 하면 이전에 비슷한 무언가를 본적이 없어 비교가 불가능할 수준입니다. (제가 견문이 좁아서 그런 건 아니리라 믿고 싶습니다.) 아트 디자이너가 스스로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는 그로테스크한 인물과 원시적인 배경이 혼합된 독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쇠 솥을 뒤집어 쓰고 앞으로만 전진하는 기괴한 운명을 지닌 인물에서부터, 여섯 개의 가슴으로 플레이어의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캥거루를 닮은 아낙네에 이르기까지, 마치 어릴 적 세계 괴기동물도감 같은 것을 읽던 때의 흥분을 선사합니다.


    여기에 더불어서 스토리까지 대단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기본이 액션 게임이라서 그런지 스토리는 그저 그런 수준입니다. 시작하면서 뿌려둔 떡밥이야 마지막에서 재대로 회수합니다만, 유머라 생각하고 웃어 넘겨야 할지, 무언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지 아리송하게 만드는 어딘가 붕 뜬 스토리는 결코 우수하다 하기 힘듭니다.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다보니, 이야기를 지나치게 간추리는 와중에 중요한 정보를 잘라먹고 있는 느낌입니다. 하다못해 마지막 반전이라도 대단했으면 만족 하겠으나, ‘설마 그건 아니지?’ 하던 반전이 고대로 나오더랍니다. 만약 쌈박한 첼린지 모드가 플레이 타임을 늘려주지 않았다면 무척 서운한 게임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투-! 펀치 뒤에 다시 몇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제노 클래쉬]는 대형 퍼블리셔의 $60짜리 게임이 아니라, 고작 1/3가격 $20짜리 인디 게임입니다. 엄청난 경력을 가진 제작진이 무대기로 뛰어들어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여 만든 게임이 아니라, 몇 명의 뜻을 가진 이들이 팀을 만들고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만든 작은 게임입니다. 그런 그들이 이제껏 대형 제작사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던 난투라는 요소를 일인칭 게임에 구현해 내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한 성공입니다. 솔직히 1/3가격을 주고 산 이 게임이 모 블록버스터 게임보다 3배는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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