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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크 소울 - 올해의 게임
    게임 리뷰, 추천 2011. 11. 30. 03:48



     [다크 소울]은 최근의 일반적인 게임과 다른 나 홀로 외길을 걷는 게임입니다.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팔기위해 친절하고 간편한 게임을 개발하는 요즘. ‘플레이어를 죽일 각오’로 만드는 게임이란 특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 아니 게이머들은 그 게임에 열광하고 환희합니다. [다크 소울]은 죽을 각오가 되어있는 하드코어 게이머에게 고향과도 같은 게임입니다.


     [다크 소울]에서 죽음은 일상입니다. 게임속의 모든 이들은 언데드가 되는 불사의 저주를 받아 죽어도 죽지 못하는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끔찍한 악마와 괴물들이 게임 구석구석에 즐비하고, 온갖 곳에 예상치 못한 위험과 함정이 가득합니다. 어둡고 음울한 이러한 게임의 배경은 플레이어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실력부족으로 인한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이건, 갑작스레 닥친 불공평한 죽음이건, 실패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자연스러운 게임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게임은 실제로 무척이나 매력적인 배경들과 크고 작은 통로들로 연결된 긴밀한 레벨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크 소울]은 2D 플랫포머 게임내지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복잡하면서도 철저하게 만들어진 구조물과 배경들이 입체적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높이와 지형을 가진 이러한 배경들은 실제 게임의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액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플레이어에게 단순한 배경이 아닌 실제 같은 현장감을 제공합니다. 많은 수의 게임이 겉모습만 미려하지 사실상 평지나 다름없는 심심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다크 소울]의 레벨 디자인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업적입니다.

    위와 같은 다양한 배경에서 플레이어가 마주치게 되는 적들은 모두 (첫 조우를 기준으로)치명적입니다. 큰 눈알같이 생긴 장식을 단 바실리스크, 껍질 가득 사람의 해골을 담고 있는 맨 이터 등, 겉모습만큼이나 다양하고 특이한 공격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적들은(걱정 마세요.고통은 짧을 겁니다.) 각각 고유의 공략을 필요로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덤벼드는 것이 아니라, 적을 파악하고 약점을 공격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적의 어떤 움직임 뒤에 파고 들 빈틈이 생기는지, 어떤 공격에 약하고 어떤 공격을 주의해야 하는지. 플레이어는 착오와 죽음을 통해 게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검은 기사의 크게 휘두르는 칼날을 피한 뒤에 등 뒤에 가하는 일격의 통쾌함. (물론 성공 이전에 질리도록 그 칼날에 죽어야 했지만) [다크 소울]은 얼핏 롤플레잉 게임같이 느껴지지만 액션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이동과 공격 달리고 구르는 동작들을 손에 익히고 적제 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진행의 주가 됩니다. 수백 가지의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마법에 맞추어 캐릭터의 능력치를 조절하여, 자신에게 어울리는 플레이 형태를 찾는 것은 [다크 소울]의 큰 즐거움중 하나입니다. 단지 공략을 보지 않는다면 캐릭터 육성에 대한 이해가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캐릭터를 위해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불만입니다.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게임이라 처음 보다는 시간이 적게 들지만, 힘들여 진행한 것이 실패로 끝나는 것은 확실히 짜증나는 일입니다.

    애써 진행한 캐릭터를 포기하고 새로 시작할 정도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것은 [다크 소울]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어떤 무기와 방어구 마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취향에 맞게 만든 캐릭터는 협동 진행과 대인전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비교하고 겨루어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이 발매된 당시에는 벨런스와 버그로 인해 공평함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버그를 알고 있는 플레이어가 다른 이들에 비해 수월하게 캐릭터를 육성한다거나, 특정 무기와 마법이 너무 강력해서 캐릭터의 특징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혹평을 들었으나, 1.05패치가 이루어진 지금은 많이 해결되어 단점으로 지적할 수준은 아닙니다.


     액션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니 만큼 상대적으로 [다크 소울]의 이야기는 그 비중이 낮은 편입니다.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충 단서만 던져 주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어두운 배경에 사방천지가 적,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명확치 않다보니 플레이어는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그리고 고독한 플레이어는 게임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친밀함을 느낍니다. 어쩐지 계속 말을 걸고 싶고, 친밀함을 느끼다 못해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 (아아, 솔라형님!) 그렇게 NPC에게 접근한 플레이어는 그들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와 이야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NPC들의 이벤트는 과연 보라고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등장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만약 NPC를 악착같이 스토킹해서 이벤트 조건을 충족시켰다면 내용에서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비록 그들의 결말이 슬프더라도.


     [다크 소울은] 하나에서 열 까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또는 우연히 발견하는 해결방법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게임이다 보니. 유저들 사이에 소통이 상당히 많이 발생하며 또 소통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게임은 일찍이 전작부터 유저가 바닥에 제한적인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힌트를 주는 독특한 온라인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이번에도 같은 기능이 똑같이 들어가 있습니다. 단 힌트가 진실인지 거짓일지는 플레이어의 판단에 맡깁니다. 전작에 있던 온라인 기능으로 다른 유저의 게임에 침입하거나, 침입한 유저에 대항해 부름을 받는 대인전은 호평을 받으며 [데몬 소울]을 롱런하는 게임으로 만들어 준 게임의 큰 재미중 하나였습니다. [다크 소울]또한 비슷한 형태의 대인전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크 소울]의 대인전은 특정 NPC와 서약을 맺음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진행됩니다. 어떤 서약을 맺었는가에 따라 침입할 수 있는 상대가 달라지는가 하면, 같은 계약을 맺은 사람끼리 공격하면 서약이 파기되어 패널티를 받기도 합니다. 서약을 맺은 상태에서 승리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으며, 얻은 보상을 NPC에게 공물로 주어 특혜를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구조적으로는 전작에 비해 발전한 형태이나, 실제로는 대인전을 접하기가 전작보다 어렵고 불편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원한다면 대인전에 대한 부담 없이 혼자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장점이나, 기본적으로 어려움과 불편함에서 오는 긴장과 흥분을 재미로 삼는 게임에 굳이 안전선을 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날, 더 괴롭혀 줘!) 이번 대인전에 관련한 문제들이 정말로 플레이어를 배려한 선택이었다면 애초에 서약에 관련한 NPC에게 대화 한번 잘못했다는 이유로 서약을 게임을 새로 시작할 때 까지 못 맺는 일은 없어야 했을 겁니다. 


     [다크 소울]이 비교당하는 게임은 오직 전작 [데몬 소울]뿐입니다. 그만큼 [다크 소울]은 다른 게임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향으로 완성된 훌륭한 게임입니다. [다크 소울]은 게임의 크기와 구성에 있어 전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90년대 플랫포머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현대의 기술로 재해석한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완성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게이머라 칭한다면 이 게임을 해봐야 합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게이머라면 [다크 소울]의 죽음을 불사하는 재미를 반드시 느껴봐야 합니다. [다크 소울]의 불친절함은 실수나 오만이 아닌, 플레이어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존중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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