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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Gettysburg : Armored Warfare - Get this bug
    게임 리뷰, 추천 2012. 11. 27. 22:50

     소처럼 트위터에서 하하~ 호호~ 키보드를 두들기며 잉여 충만한 하루를 즐기고 있던 필자. 우연히 알고 지내던 분이 게임을 공짜로 선물 받았다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공짜로 게임을 주는 대가는 –당신의 목숨-리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으나, 공짜로 준다는 말에 일단 저도 한번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 비극의 시작 -


    게임 제목은 [Gettysburg : Armored Warfare] 마이너한 게임을 주로 취급하는 [Paradox Interactive]에서 유통한 게임인데, 그쪽에서 취급하는 게임들이 보통 평점은 바닥에서 뒹굴어도, 개성 있는 자아를 감추고 있는 청소년 같은 게임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빠 봐야 B급이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넙죽 게임을 받았습니다. 메타 리뷰 평점 22점의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마성의 게임은 그렇게 스팀 게임 라이브러리에 추가되었습니다.

    평범하게 설치를 끝내고 일단 게임을 실행해 봤습니다.
     
    잘 됩니다. 갑자기 윈도우 시스템 파일을 지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어지는 평범한 로딩을 끝내고 게임을 시작해 봅니다.


    - 제 점수는요... -


    생각지 못하게 시스템을 평가 받았습니다. 싸게 구입한 (툭하면 멈추는)떨이이긴 하지만 나름 에어리언웨어라고 만점을 찍어 줍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흐뭇함! 소소한 배려!속지마 ㅆ년이야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유저에게 아부할 줄을 하는 게임입니다. ‘아직 내 노트북 쓸 만하구나? 훈련소 다녀올 때 까지는 문제없겠어!’ 문득 스쳐지나가는 인생의 고비에 울적하고 창을 닫고, 게임 메뉴를 살펴봤습니다. 게임 메뉴 탐색은 PC 게이머의 기본예절이죠.

    보니까 황당하게도 (별거 있지도 않지만)모든 그래픽 옵션이 최하로 낮추어져 있습니다.

    스멀스멀 불길한 감각이 필자의 뇌리를 침범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시스템 사양을 체크해서 최고 사양이면 당연히 그래픽 옵션도 최고로 맞춰 줘야지 이게 무슨 짓이랍니까? 게임의 메뉴를 탐구하고 비디오 옵션의 진리를 깨우치게 만들고자 깔아둔 복선일까요? 

    뭐, 그것조차 해주지 않는 게임이 많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듀토리얼 어디 있지? 없네?

    오프닝 영상도 없었지 이 게임? 그런데 듀토리얼도 없네?

    이 게임 뭐 하는 게임이지?

    머리가 띵해집니다. 게임을 배울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습니다. 눈 가리고 전쟁터 한가운데 던져진 병사의 심정이 이럴까? 혹시나 싶어 스팀 메뉴를 살펴봐도 매뉴얼은 보이지 않습니다! 강합니다. 이렇게 당황하기는 오랜만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게임 경력을 돌이켜 본다면 이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고수들은 눈 가리고도 별 짓을 다 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눈 가리고 바동거리다 총 맞아 죽는 꼴이겠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발악은 해보자는 심정으로 어떤 게임인지 탐색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약 10분간의 분석결과 [Gettysburg : Armored Warfare]는 FPS와 RTS가 혼합된 1:1 멀티 플레이 게임인 것 같습니다. 3D로 구성된 필드에서 유닛을 통솔해서 적의 진영으로 돌격, 땅따먹기를 벌이며 더 높은 점수를 유지하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일겁니다.(제작자가 그것을 비밀에 붙이고 있으니 장담은 못합니다. 혹시 압니까? 게임 마지막에서 갑자기 연예시뮬레이션이 튀어 나올지.) 

    어째 분위기가, 멀티는 해보나 마나일 것 같고……. 일단 오프라인 연습 게임을 눌러 보았습니다. 참, 힘듭니다.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의지할 것은 이제까지 게이머로서 살아오며 쌓은 지식과 직감. 게임은 시작도 안했는데, 플레이어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 부족한 나를 감추고 싶은 Dark의 어둠 -


    달라-! 너무 달라!
     
    이거 스토어 ㄹ페이지에 있는 제품 사진하고는 다르잖아! 이 사기꾼들아!


    - 실제 제품과 사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인내심의 한계도 시험할 셈인가?! 제 돈 주고 산 게임이었다면 이쯤에서 구석에 쪼그려 앉아 눈물 콧물 범벅이 되서 오열할 상황이지만 괜찮습니다. 문제없습니다. 왜? 공짜로 받은 게임이니까. 잘 살아남아서 기록만 전하면 됩니다.(어릴 적에 프라모델로 비슷한 사기 많이 당해봐서 괜찮습니다. 아이, 씨, 왜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네?) 그래픽이 좀 달라도 게임은 멀쩡할지도 모릅니다. 윈도우 XP의 자동 복구에 의지하듯 작은 희망을 걸고, 게임을 계속합니다. 

    이미 멀쩡하다고 말 할 수준은 아득히 지나간 것 같지만 [스타스톤]이라는 희대의 병신게임을 리뷰한 칼리토라는 분도 잘 살아 계십니다. (해당 리뷰를 링크해드리고 싶으나, 국가 안보의 이유로 인터넷에서 영원히 삭제 당했습니다.) 여기서 못하겠다고 그만두면 쓰레기 게임을 접하는 자세가 틀린 겁니다. 경건하게 데스매치 게임 모드를 선택해서 시작.

    삶을 포기하고 게임에 참가하면 플레이어는 유닛을 배정받습니다.


    - 어디로 달리는지 누구도, 아무도 몰라, 바보같이 -


    이런 느낌으로…….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유닛들이 지 멋대로 사방 천지로 달려 나갑니다. 재들이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어떤 이끌림이 그들을 맹목적인 돌진에 빠져들게 하는지 플레이어는 알 길이 없습니다. 아마도 저 멀리 지평선 끝에 보이는 또 다른 세계와 가능성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닐까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돌아올 철새처럼…….

    이제까지 게이머로 결코 짧지 않은 인생, RTS 게임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목격하게 될 줄이야! AI의 신기원을 이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 이래야 AI라고 할 수 있지! 아득히 저물어가는 정신을 간신히 챙기고, 게임을 조작해 봅니다. 또는 조작해 보려고 애 씁니다. 저기 열심히 달려가는 병사! 벽을 마구 통과합니다! 탱크도 통과합니다! 나무도 통과합니다! 장애물은 없다! 그렇다! 저것이 청춘이로구나! 그래 가라! 가버려! 나가 죽어버려!

    정말 힘듭니다. 정신 차리기가…….

    멀리 뛰어가는 병사의 뒷모습이 옛날 둠에서 보던 납작 괴물의 그것과 같습니다. 메모리 관리를 위해서 멀리 있는 유닛은 1,2프레임으로 표현하는 뛰어난 융통성을 보입니다. 깔작, 깔작, 깔작, 깔작, 그래 내가 앓느니 죽지, 앓느니 죽어. 그러나 이 게임의 소개를 마치기 전 까지는 편하게 눈을 감을 수가 없구나. 내가 왜 이걸 공짜라고 헤헤거리며 넙죽 받았을까!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도저히 수습이 안 되는 첫 시도를 뒤로하고 일단 메인메뉴로 돌아 왔습니다. 보니까 뭔가 자신만의 부대를 꾸밀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선택해서 이것저것 넣다가 빼봅니다. 그러나 실행을 하려면 멀티플레이 게임 중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게임 중에 메뉴로 돌아와서 유닛을 배정하고 다시 들어가나 싶지만, 이 게임은 정신이 나갔으니까 충분한 가능성, 무한한 가능성을 내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깨끗하게 단념. 다시 연습게임을 선택해서 이번에는 모의 전쟁 게임모드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게임 전에 선택한 유닛 코스트 제한에 맞춰 원하는 유닛을 선택하여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일부 유닛은 AI가 임으로 담당, 미친 듯이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가라, 가버려, 뒤돌아보지 말고 가버려……. 나쁜 새끼…….


    - 너란 녀석... 땅쿠에 깔려도 멀쩡한 강한녀석 -


    플레이어의 손에 쥐어진 것은 (뛰쳐나가고 남은)12개의 부대. 물론 유닛 종류별로 미리 선택된 부대입니다. 이것저것 유닛을 섞는 것을 이 게임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의 실력 향상을 위해 단축키는 지원하고 있지 않으며, 유닛 아이콘을 더블 클릭하면 바로 유닛의 위치로 카메라가 이동하는 그런 치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플레이어의 뜻대로.
    이야-! 남자다워-! 참! 남자다운! 게임이야-!!!

    유닛을 더블 클릭하면 이 게임 최대의 무기-! 다크호스! 유닛 고유의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마치 FPS 게임처럼! “우후! [콜 오브 듀티]같은걸 생각했어? 아쉽네! 나야, 둠-!” 전체적으로 90년대 FPS 게임의 향취가 그윽하게 느껴집니다. 3D 게임이지만 공간이라는 개념은 이 게임에 희박합니다. 탱크는 포가 이리저리 돌아가서 조준이 가능한데, 자주포는 포가 고정되어 있어서 각도 조절이 불가능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어떤 정신 나간 녀석이 설계를 그딴 식으로 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자주포는 공중에 포 쓰려면 언덕에 반쯤 걸치고 하늘 보고 쏘라 이거냐? 아? 이 게임에서는 비행기가 땅바닥을 뛰어다니나?!

    그 밖에 이런 저런 유닛들의 1인칭 모드가 반쯤 넋이 나가 있어서, 뭐라고 설명하고 납득해야 될지 윈도우ME의 블루스크린을 보는 것처럼 답답할 뿐이지만, ‘이런 게임 설정 따위 알게 뭐야?’라고 제작자는 분명 생각했을 겁니다. 게임은 대략 3개의 진영을 가지고 있지만, 겉모습 빼고는 다 똑같습니다. 배경이야기라던가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 찾지 마세요. 멀티플레이 게임은 원래 그런 것 넣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요. 이 게임 제작자가 눈앞에 있으면 키보드로 머리통을 부숴버렸을 겁니다. 멀티플레이 게임 주제에 게임 맵은 온통 밭 천지인 평지 맵 하나밖에 없습니다. 장하다. 장하다 정말.

    지친다.

    대충 뿅뿅 거리고 빵빵거리다가 게임을 종료했습니다. [Gettysburg : Armored Warfare]는 참으로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게임입니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임입니다. 이딴 게임도 스팀에 들어가고 배급사를 끼는걸 보면, 우리의 미래는 밝습니다. 어떻게든 될 놈은 똥통에 빠져서 똥물을 팔팔 튀기면서 미친놈처럼 뛰어다녀도 성공한다는 현대 사회의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바람직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지마세요. 하지도 마세요. 버려 이딴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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