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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펜스 장르의 발전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이해 -하베스트-
    게임 리뷰, 추천 2008. 3. 1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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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해선택 ☞ UFO



     없이 적이 몰려오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기지를 사수하여 살아남는 신종 장르. RTS(리얼 타임 시뮬레이션)장르에서 건설과 방어를 특화한 디펜스 장르는 복잡한 컨트롤 보다, 전략적인 기지 구축을 요하는 간단하지만 깊이있는 게임이다. [하베스트]또한 그런 디펜스 게임의 하나로서, 나름 신선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대게의 디펜스 게임이 제한된 자원에서 시작하여, 물리친 적을 자원으로 환원하는 것에 비해. [하베스트]는 유저가 직접 자원을 얻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서 작용한다. 맵의 곳곳에는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광석이 존재하며, '하베스터'라는 건물을 광석 주위에 설치함으로서 자원을 얻을 수 있다. 자원은 건물의 건설에 있어 필수적이며, '하베스터'가 파괴는 것은 곳 자원의 고갈을 뜻하는 만큼. 유저는 자연스레 '하베스터'를 기준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게 된다.

    이때 건물의 건설과 유지에는 태양열 발전소에서 생성되는 에너지가 사용된다. 전기가 전봇대와 전선을 통해 전달되듯이, 에너지 또한 '에너지 링크'라는 건물을 통해 '태양열 발전소'로부터 다른 건물들로 옮겨 간다. 서로 연결된 '에너지 링크'의 수가 많을수록 에너지의 전송량은 증가하며, 이 증가한 전송량에 따라 건물의 효율이 변한다.

    에너지의 공급량은 공격을 위한 건물들의 위력을 변화시킨다. 공격을 위한 건물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레이저로 일정 범위를 수비하는 '디펜스 타워'는 기본적인 방어 수단으로서, 에너지의 공급량이 많고 근처에 연결된 타워가 많을수록 공격력이 높아진다. '미사일 터렛'은 원거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서, 별도의 위력 증가는 기대 할 수 없으나. '독수리 함대 터렛'이라는 장거리 공격 수단과 '템페스트 터렛'이라는 범위 공격 수단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여 중반 이후로 쓰이는 방어 수단이다. 그리고 공격 건물들은 건물의 종류별로 공격할 적의 우선순위를 선정해 둘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타워는 근접하는 빠른 적들을 처리하고, 터렛은 멀리서 다가오는 강력하지만 느린 적을 공격하는 식의 전략을 꾀할 수 있다.

    [하베스트]는 이처럼 단순히 정해진 길목에 갇혀있던 디펜스 게임의 단순함에서 탈피하여, 자원이 있는 위치를 읽고 이를 따라 영역을 늘려가는 적극적인 흐름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성은 매우 극적이고 바쁜 전개를 약속하며, 기존의 디펜스 게임과는 아예 레벨을 달리하는 전략을 요한다. 물론 게임의 난이도가 크게 증가하는 단점이 있음에, 게임은 다양하게 게임의 흐름을 조절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언제든지 게임의 진행을 멈추고 기지의 건설 방향을 생각 할수 있으며, 원한다면 게임의 속도를 높여 서론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건물들의 효력 범위와 에너지 링크의 연결이 용이하게 되어있고, 게임의 모든 조작이 꼼꼼히 단축키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기지의 확장은 언제나 즐거운 작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려에도 불과하고 [하베스트]의 난이도는 너무나 높다, 아니 너무 복잡하다. 여타 디펜스 게임이 자원의 조절과 기지의 방어만 생각하면 되던 것에 비해, 이 게임은 고려해야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예로서 적의 침입 경로와 자원의 배치 위치가 반대 방향일 경우. 유저는 뜻하지 않게 무력한 기지의 후방을 공격당할 수도 있다. 기지의 방향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스템은 건물의 판매를 가능케 하고 있지만, 기지의 건설시 고려해야할 에너지의 공급과 자원의 여분을 계산하는 것은 절대 녹녹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렇게 힘들게 건설한 기지가 끝내 파괴될 운명이라는 사실이다. 디펜스 게임에서 유저가 맞이할 약속된 패배가 괴롭지 않던 것은, 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임을 생각해 볼 때. [하베스트]는 파괴하기에는 너무나 공들여 만들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곧 유저의 의욕상실을 야기한다. 게임의 모드로서 유저 임의대로 적을 배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긴 하지만, 게임의 종착지점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난이도를 세분화 하고 유저 임의의 게임 진행이 가능한 모드를 둔 것이 헛수고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작 이 게임에서 필요한 것은 유저의 자랑스러운 기지가 오래토록 활약 할 수 있는 캠페인 모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러한 단점이 있다고 하여, [하베스트]를 실망스러운 게임으로 격하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인디 게임으로서는 정말 예외적으로, 이 게임은 100%한글화를 해 두었다. 절대 다수의 게임이 언어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볼 때, [하베스트]의 한글 지원은 실로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또한 플래쉬 기반의 간단한 그래픽을 다른 디펜스 게임들에 비해, [하베스트]는 건물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표현하는 미려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으며, 사운드 효과 또한 박력 있게 잘 사용되고 있다. 맵 절반을 가득 매울 정도로 적을 등장시켜도 게임이 부드럽게 동작되는 것은 물론, 연습모드에서 약간의 대사 깨짐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버그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훌륭하다.

     [하베스트]는 기존의 디펜스 게임의 부족한 점을 읽고, 이를 타파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발전적인 게임이다. 그들의 발전이 낳은 문제점을 미처 잃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공들여 만든 무언가를 스스로 부수는 것도 나름 재미라면 재미 아니겠는가? 과거 [심시티2000]을 해본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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