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 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 Zombie Panic! -게임 리뷰, 추천 2008. 4. 23. 09:44
전 세계 모더 들의 성지, [Half-Life2]의 새로운 모드, [Zombie Panic!] 좀비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인 ‘좀비와 생존자간의 힘 싸움’을 게임으로 옮기고자 한 본 게임은 나오기 까지 얻은 기대만큼이나, 지금까지의 좀비 관련 모드와는 차별되는 강렬한 개성을 자랑한다.
이전까지 나온 [Half-Life2]의 좀비 모드들은 인간에 비해 좀비가 월등히 강력했으며, 따라서 생존자가 살아남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 허나 이 게임은 각각 좀비와 생존자의 특징이 뚜렷하고 각기 약점과 강점을 지니고 있어, 게임이 전개됨에 따라 좀비와 생존자 양측 모두 드라마틱한(또는 좀비영화 같은-!) 흐름을 체감하게 된다.
오싹하리만치 섬세한 모델링이 돋보이는 좀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복되는 높은 체력과 열 감지 시점(좀비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낙하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 비해 이동 속도가 느리며, 손을 이용한 근거리 공격밖에 못하는 동시에 체력에 비해 방어력은 형편없어 총탄 앞에 무력하게 무너진다. 덕분에 일대일 상황에서는 무턱대고 돌진하기보다, 어두운 곳에서의 기습을 하거나 높은 장소에서의 급습을 자연스럽게 노리게 되며, 다수의 상황에서는 높은 기본 체력을 바탕으로 소수의 생존자를 다수의 쪽수로 밀어 붙이는 것이 주가 된다.
이에 대항하는 생존자는 낮은 체력과 손전등을 이용한 제한된 시야를 가지고 있지만, 이동 속도가 빠르고 무기의 사용이 가능해서, 효과적인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덕분에 무기만 잘 갖추어 진다면 공격에 있어서는 좀비를 월등히 앞서게 되어, 좀비가 미처 다가오기도 전에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생존자는 좁은 시야를 극복하고 공격력을 높이고자, 주로 팀을 이루어 모여 행동을 하게 되며, 맵 곳곳에 퍼진 아이템을 획득하여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주목적이 된다. 그러다 후반에는 살아남은 생존자끼리 수적으로 월등한 좀비에 대항하여, 길목을 지형지물로 막아놓고(물리엔진을 이용) 수비를 굳히는 것이다.
다시 전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게임의 초반과 중반까지는 좀비 대 인간의 세력싸움이 벌어지고 게임의 후반에는 살아남은 생존자 대 좀비의 생존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게임의 큰 흐름이다. 일정 숫자 이상의 좀비를 죽이거나, 생존자가 전부 좀비가 되면 끝나는 간단한 종점을 가진 게임이지만, 이처럼 뚜렷하게 스테이지로 구분되는 게임의 진행은 게임의 전개가 느슨해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며, 플레이어가 자연스레 자신의 역할에 빠져들게끔 만든다.
특히 역할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참 재미있는데, 실제 필자의 예를 들어보자. 한번은 좀비로 맵의 주요 포인트 근처 어두운 곳에서 매복하고 있을 때, 생존자들이 아이템 획득을 위해 근처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이후 필자가 좀비 특유의 울음소리로 도발을 하자(기본 Z키를 이용해 소리를 이용한 도발이 가능하다.) 이에 생존자 팀은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가 하면, 사방으로 손전등을 비추며 주위를 경계하며 필자를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필자는 발각되어 장렬히 벌집이 되었다……) 이처럼 분명한 전개가 가져다주는 설득력 있는 상황들은 [Zombie Panic!]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무척 재미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연극을 위해 배우가 괴로워하며 장문의 대본을 외우듯, 이 게임 또한 비슷한 문제를 두고 있다. 바로 맵의 포인트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만큼, 반대로 포인트를 모르면 게임이 엉망이 된다는 점이다. 좀비와 생존자 양측 모두 자신이 플레이 하고 있는 맵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으며, 혹 어느 한쪽이 맵을 몰라 헤매기 시작하면 게임의 흐름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진다. 좀비 측은 남아있는 생존자를 찾지 못해 서성이게 되고, 생존자는 아이템이 어디 있는지 몰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 생존자 측은 아이템 위치를 모르면 당할 도리 밖에 없어서, 현재로서는 생존자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는 게임에서 자체적으로 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으로서, 생존자 측의 시작 지점 벽에 지도를 붙여놓는 방법 등으로 아이템의 장소를 알려주어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Zombie Panic!]오랜 기간 제작한 모드이니만큼, 충실한(살벌한)모델링과 수준 높은 효과음을 사용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최적화가 잘 이루어져 있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탄탄한 게임의 흐름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 조금만 더 손질이 가해진다면 앞으로 발매될 또 다른 좀비 게임 [Left 4 Dead]과 더불어, 좀비게임 팬들의 좋은 안식처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 필자는 누군가의 뇌수를 빨아 먹으러 이만 총총- B----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