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뷰 - Dangerous High School Girls in Trouble! -게임 리뷰, 추천 2009. 3. 31. 06:48
보기만큼 난감한 게임
도대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 죽을 것 같던 문제작 [Dangerous High School Girls in Trouble!] 지를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 리뷰카피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덥석 물어 버렸습니다. 그 후 미뤄두었던 리뷰를 일주일 만에 모조리 끝내는 기염을 토하며, 모아두었던 궁금증을 해결하고파 덤벼 들었는데……
‘여전히 모르겠어.’ 네, 모르겠더군요. 처음부터 친절하게 따라가보는 연습게임은 고사하고, 도움이 될법한 자세한 안내사항 조차 게임에 들어있지 않더랍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캐주얼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덕분에 기괴함의 지하 깊숙이 묻혀있는 게임 진행 방법을 하나씩 일일이 파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알고 보니, 사실 보드게임 이더군요. 주사위를 던진다거나 하는 친숙한 룰은 없고, 배경으로 쓰이는 게임 보드 위에 놓인 말(은색의 모자, 다리미-)을 선택하여 이벤트를 해결해 나가는 식입니다. 이벤트는 롤플레잉 게임의 그것과 같은 개념으로서, 시나리오의 진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메인 이벤트와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동료를 얻는 서브 이벤트로 나뉩니다.
이들의 진행은 미니 게임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포커, 문장 완성하기(물론 영어로), 사랑의 도형 맞추기 등등 해외의 문화에서는 나름 익숙한 게임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또 한번 자세한 안내가 누락되어 있더군요. 문장 완성하기야 영어실력이 딸리니 반성한다 쳐도, 세상 사람 모두가 포커 룰을 암기하고 있을 거라는 제작진의 착각 덕분에 진행에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롤플레잉의 육성과 어드벤처 게임의 시나리오를 보드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구성 하나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따로 놓고 보면 별 것 아닌 내용일지라도 하나의 보드게임처럼 꾸며두니,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특히 카드를 뒤집듯 이어지는 대사를 다시 한번 만화처럼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재미없네.’ 네, 재미없더군요. 미니 게임의 취향이 지나치게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는 것은 둘째치고, 1920년대 미국의 한적한 마을 여고생들이 펼치는 모험- 이색적인 게임 구성이 혹해서 한동안은 흥미진진하게 따라갔으나, 결국 문화를 공감하지 못할 외국인에게는 너무나 딴 세상 이야기였습니다.
여느 소설처럼 여고생들이 마법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아니고, 그 시절의 고증을 토대로 마치 순정 모험소설 마냥 담백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공감대를 느낄만한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읽기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한국인 이십 대 남자가 1920년대 미국 여고생들의 파란 장만한 모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기에는 솔직히 무리가 따르더랍니다.
[Dangerous High School Girls in Trouble!]는 서로 섞이기 힘든 장르를 보드 게임이라는 촉매로서 훌륭히 섞어낸 디자인과는 달리, 게임이 대상으로 하는 문화에 속하지 않은 이상 정말 재미없을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