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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졌소 - Plants VS Zombies -
    게임 리뷰, 추천 2009. 6. 2. 08:54


    부록: 공략입니다.

    

     [팝캡]은 그들의 게임에 대한 패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고객 서비스가 구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고칠 부분이 없는 완성된 게임만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의 신작 [Plants VS Zombies(이하 PVZ)]는 플레이어를 행복한 악몽 속으로 초대합니다. 방긋방긋 해맑게 웃는 식물들(전부 그런 건 아님)이 걸쭉한 좀비들(이하 동문)을 아작 내는 달콤하고 짭조름한 악몽 속으로……

     집에 쳐들어 오는 좀비들에 맞서 식물을 심는다! 참으로 엉뚱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은 자칫 B급 이하도 되지 못할 주제를 훌륭하게 A급으로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당장 모자로 만들어 머리에 뒤집어 쓰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게 만드는 귀여운 식물들과 열쇠고리나 핀셋으로 만들어 줄줄이 매달고 다니고 싶게 만드는 앙증맞은 좀비의 모습을 보노라면 게임 그래픽의 기술적인 부분은 정말 장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하거나 대단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표현을 절대 놓치지 않고 잡아내어 끝없이 흥미로운 자극을 제공하는 [PVZ]의 그래픽은 좋은 그래픽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문을 스스로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게임의 구성 또한 까고 싶어도 까질 못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게임의 메인 화면에서 [도와줘(Help)]를 누르면 도움말 대신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게, 그러면 이길 걸세-“라는 뉘앙스의 아리송한 글이 지저분하게 적힌 종이 한 장만이 출력됩니다. 멍한 기분에 뒤통수를 긁적이며 캠페인을 시작해 보면 도움말을 저런 농담으로 대신한 [팝캡]의 자신감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PVZ]는 아주 고급스러운 방법을 통해 디펜스라는 복잡한 장르를 천천히 그리고 철저하게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캠페인이 담고 있는 50여 개의 스테이지를 통해 디펜스 게임의 룰과 각 식물의 능력, 그리고 다양한 좀비들의 특징을 배우게 됩니다.

    게임의 강의는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간단한 유머이거나, 예상치 못한 좀비들의 급습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이 정확한 시간에 칼같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게임의 배경이 적절한 템포에 맞추어 계속 변경되어 디펜스 특유의 지루함을 달래 주는 것은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전략을 짜고 실험하도록 게임이 적극적인 자세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의 내용물을 게임이 스스로 응용해서, 캠페인 사이마다 퍼즐이나 간단한 액션 게임을 만들어 복습처럼 제공하는 부분에서는 말 그대로 떡 실신 당해 버렸습니다. 마치 플레이어의 속 마음을 읽어내듯 게임의 강 약을 조절하여 밀고 당기며 유저를 게임 속에 끌어넣는 [팝캡]의 기술은 감탄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캠페인(학습)이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됩니다. 미니 게임과 서바이벌로 나뉜 두 게임 모드는 캠페인이 진행됨에 따라 하나씩 해제되며 캠페인에서 배운 것을 응용하게 되는 본격적인 디펜스 게임 속으로 플레이어를 던져 넣습니다. 덕분에 게임의 난이도가 갑작스럽게 치솟는다는 느낌이 들거나, 임의로 변경되는 퍼즐의 구성이 간혹 고르지 못하다는 가벼운 불만이 나오지만 진행이 크게 어긋나가는 모습은 한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식물과 좀비의 상성이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기 때문인데, 동일한 구성으로 디펜스와 퍼즐 장르를 넘나들며 완전히 다른 미니 게임들을 하노라면 [팝캡]의 철저한 계산에 놀라게 됩니다. 모든 미니 게임이 일상을 포기하게 만들도록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복되는 부분 없이 즐겨도 가뿐하게 열 시간을 넘기는 풍부한 볼륨이 이를 만회해 주고 있습니다.

     [PVZ]는 이미 만점에 가까운 극찬 행진이 보여주듯 완벽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정말 쓰러지는 좀비마냥 부족한 부분을 붙잡고 늘어지자면 단축키가 없는 것이 가끔 아쉽다던가, 자주 반복하게 되는 식물의 선택을 저장 할 수 없는 편의적인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정원을 가꾸는 옆집 아주머니는 물론, 아침 식사 후 좀비를 디저트마냥 썰어먹는 코어 게이머조차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올 라운드 캐주얼 게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 거기에 일반 게임의 절반 가격도 안 되는 가격까지 어떻게 이런 게임을 나무라겠습니까? 이제 가뿐하게 리뷰도 써버렸으니 저는 뒤 뜰에 잔디를 깎으러 나가봐야겠습니다. 아무쪼록 필자의 좀비 같은(정확하게는 구울 몸매) 몰골에 텃밭에 심은 고추가 폭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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