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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leep Is Death - 상상의 충돌
    게임 리뷰, 추천 2010. 4. 14. 03:12
    

    실제 게임 플레이 스크린샷?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스토리? 그래픽? 음악? 플레이어의 이동에 인간의 삶을 대입한 기발한 게임 [Passage]로 유명해진 인디 게임 제작자 [Jason Rohrer]는 그의 신작 [Sleep Is Death]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게 만듭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럼 정답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Sleep Is Death]에는 꼭 필요한 곳이 두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두명의 플레이어입니다. 두 명의 플레이어는 각자 <관리자>와 <접속자>를 맏게 됩니다.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대뜸 플레이어는 방을 개설할 것인지, 이미 열려있는 방에 들어갈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받습니다. 관리자는 흔히 말하는 방장의 역활을 담당하게 됩니다.

    관리자의 게임 화면은 흡사 어떠한 제작 도구와도 같은 모습입니다. 아무리 봐도 게임이라고 생각되는 화면은 아니며, 실제 동작 또한 게임과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픽셀 그래픽과 수정이 용의한 음원을 사용한 게임은 관리자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짜고, 배경을 만들고, 인물을 놓고, 음악을 들려주는 역활 모두가 관리자의 몫입니다. 게임은 이를 도와줄 자원만을 제공 할 뿐, 내용을 만들고 진행하는 것은 두명의 플레이어에게 달려 있습니다.


    관리자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원하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배경과 인물을 선택합니다. 예를들어 필자는 거대한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에 남자가 한명 서 있는 게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접속자는 관리자의 아이피 주소를 입력하여 게임에 접속하게 됩니다. 접속자가 접속하면 게임이 시작 됩니다. 게임의 설정에 따라 관리자와 접속자는 제한 시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나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가 태양으로 하여금 "나는 전지 전능한 태양이다~!" 라고 말합니다. 관리자의 턴이 끝나고, 접속자의 턴이 시작되었습니다. (리뷰를 위해 필자의 동생이 희생되었습니다.) 접속자의 화면은 관리자에 비해 어드벤처 게임의 그것에 가깝습니다. 접속자의 분신은 언제든 관리자가 선택 가능합니다. 접속자는 분신을 통해 말하고 움직이거나, 행동을 입력한 말풍선을 사용하여 의사 전달이 가능합니다. 관리자의 분신인 태양에 맞서 접속자인 남자가 말합니다. "신은 얼어죽을 신? 먹어버릴 테다!" 관리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접속자가 대뜸 태양에 대고 <먹는다>는 행동을 입력 해버렸습니다.


    턴과 턴 사이에는 이처럼 상상이 충돌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가고자 하는 관리자와 그에 응하거나 반항하는 접속자의 상상력 싸움은 [Sleep Is Death]를 너무나 매력적인 게임으로 만듭니다. 관리자는 접속자의 오만한 행동에 분개, 미리 준비해둔 비장한 음악을 깜과 동시에 "천벌이다-!" 수많은 악마를 화면에 등장시킵니다. (어느 동네의 무슨 태양이 저러는지 따지지 맙시다.) 이미 원하는 이야기는 저만치 우주로 날아갔지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도리가 없습니다.

    "먹는다-!!!" 남자가 화면상의 외계인을 모조리 먹어버리는 행동을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하나의 동사만 입력 가능한 게임이지만, 접속자가 악마 무리에 대고 <모조리 먹는다> 라고 입력하면 그만입니다. 정해진 행동에서 선택하는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행동을 입력하게 만든다는 발상은 무식할 만큼 단순하면서도 천재적으로 효과적입니다. 결국 태양과 외계인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모조리 먹혀 버렸고, 별 도리가 없는 관리자는 엔딩 화면을 올리며 게임을 끝냈습니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았지만, 접속자에게 별로 진지하게 하고싶은 마음이 없는 모양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생각을 다루는 게임인 [Sleep Is Death]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생각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무한히 만들어 낼 수 있는 강력한 툴을 제공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냈지만 이를 다루고 이끌어 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두 플레이어의 의견이 일치하거나, 최소한 교차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접어 두고서라도, 제한 시간내에 이야기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미리 음악과 그래픽을 만들어 두고 상황에 따라 불러 오는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쾌적함과는 거리를 두고있는 낡은 인터페이스가 이를 방해합니다. 제한 시간을 임의로 설정 가능하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접속자와 관리자가 서로 다른 제한시간을 가지게 되어 게임이 불공평해 집니다.

    정지된 화면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턴제 방식의 한계에서 오는 이야기 전달의 어려움 또한 무시 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대화 상자에 상대의 대화가 가려 버리거나, 서로의 턴을 착각하여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게임의 작은 재미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불편하게 생각되는 일이 더 잦습니다. 서로의 아이피를 직접 입력해서 게임에 접속해야 하는것 또한 큰 불편입니다. 다른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제공하는 편의의 절반이라도 제공했다면 더욱 손쉽게 여러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을 겁니다.



     [Sleep Is Death]는 게임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기발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 없이 성립되는 게임은 없는 동시에, 플레이어만 있다면 무엇이든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가장 거대한 컨텐츠는 플레이어이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추상적인 내용을 현실로 옮긴 [Jason Rohrer]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훌륭한 구성을 이처럼 불편하게 마무리한 결과물에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무료도 아니고, $14에 판매되고 있는 게임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듀토리얼 영상 조차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애초에 성공하거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앞으로 이 게임이 영어외에 한국어나 일어와 같은 다른 언어의 입력을 지원하게 된다면 적지않은 관심을 끌 수 있을것이라 생각됩니다.

    게임의 매턴 플레이 화면은 웹에 쉽게 게시가능한 형태로 편집되어, 접속자의 게임 폴더에 저장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공유하는 재미 또한 상당합니다. 이미 게임의 팬사이트에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의자에서 떨어져 구르게 만드는 내용들이 제법 되니 관심 있으신 분은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게임보다 이쪽이 더 재미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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