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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ragons Dogma – 웰컴투더 딩딩월드!
    게임 리뷰, 추천 2012. 6. 27. 06:28



    신멸의 검으로 가슴을 찌르자, 기이하게도, 당신은 마치 거대한 승리와 같은 영광을 느꼈다.
     
    스스로 결정한 여정의 끝. 비어가는 의식 너머로 입술의 감각을 느낀다.
     
    웃고 있는가. 파도에 씻겨, 황무지 같은 해변으로 떠내려 온 몸.
     
    이름 없는 자, 깨어난 영혼이여, 삶의 의지로 빛나는 눈동자여, 그리고 살아갈 가치를 지닌 모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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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즈 도그마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



     [캡콤(Capcom)]이 야심차게 내놓은 오픈 월드 롤플레잉 게임 [드래곤즈 도그마(Dragon Dogma)]는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의 대명사와도 같은 [던전&드래곤(Dungeons & Dragons)]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게임입니다. 게임의 무대는 [던전&드래곤]과 전혀 관계없는 오리지널이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은 [던전&드래곤]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는 먼 옛날 오락실을 평정했던 아케이드 게임 [던전 & 드래곤: 미스타라의 그림자(Dungeons & Dragons: Shadow over Mystara)]의 정신적인 속편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드래곤즈 도그마]에서 [던전&드래곤]은 게임에 쓸 소재를 위한 출처일 뿐, 게임의 중심이 아닙니다. 게임은 검과 마법과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의 중심은 “일어난 자(Arisen)”라 불리는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충실한 동료 “폰(Pawn)”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의 시작 후, 특정 이벤트를 거친 뒤 자신의 폰을 만들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게, 성별과 외형 심지어는 체형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커스터마이즈를 통해 자신만의 폰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플레이어들이 만든 폰은 [드래곤즈 도그마]의 서버에 저장되며, 게임은 그것을 플레이어가 즐기는 세계에 플레이어의 레벨을 기준으로 맞춰 불러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언제든 다른 플레이어가 창조한 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레이어는 언제든 다른 플레이어의 폰을 빌려 쓸 수 있으며, 자신의 폰 역시 다른 플레이어가 빌려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대여(?)한 폰은 그 세계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어 플레이어가 있는 세계로 돌아옵니다. 돌아온 폰은 일정한 보상과 더불어 새로운 지식을 얻어 오고, 다른 플레이어가 폰에 간단한 평가를 남기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다른 사람이 빌려가고 싶어질 법한 좋은 폰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폰은 여러 플레이어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템과 지역의 위치와 같은 지리에서 부터 적의 약점에 이르기 까지 폰은 새로운 것을 배워가며 플레이어를 돕고 따릅니다. 인공지능의 한계 때문에 복잡한 상황에서는 가끔 멍청한 짓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게임 또는 플레이어가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행동을 일삼는 플레이어에 비해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폰은 안정적인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폰은 기술적으로 멀티플레이를 구현할 수 없어서 사용한 시스템이지만, 그런 것 치고는 완성도가 매우 높은 시스템입니다.

    폰은 사람과 똑같이 생겼지만, 자신의 의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런 폰을 이끄는 존재입니다. 폰들은 플레이어를 주인이라 부르며 따르며, 플레이어에게 목숨을 바치기를 망설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설정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기묘한 관계와 폰에 대한 의문은 [드래곤즈 도그마]가 플레이어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여러 NPC들의 의뢰를 해결하다 보면, 플레이어와 폰의 관계 그리고 플레이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최근의 게임들과는 달리 [드래곤즈 도그마]는 친절하게 사건을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게임속의 많은 이야기들은 큰 맥락의 파편이며, 플레이어는 그 파편을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단서를 통해 붙여 나가야만 합니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만약 해낸다면 다른 게임에서는 얻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단 흥미롭게 짜인 플레이어와 폰에 대한 이야기와는 별도로 게임의 사건에 따른 반응을 기대한다면 실망할겁니다. 예를 들어 용서 받기 힘든 범죄를 마을에서 저질렀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일이 꽤 자주 일어납니다.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고, 액션이 중요한 게임이며 게임의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애초에 납득할 만한 사건을 생각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플레이어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당연한 반응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역시 아쉽습니다. 


     [드래곤즈 도그마]의 세계는 결코 크지 않습니다. 오픈 월드 롤플레잉 게임의 대명사와 같은 [엘더 스크롤(Elder Scroll)] 시리즈의 자랑인 방대한 세계를 기대한다면 분명 실망할겁니다. 그러나 입체적으로 디자인된 [드래곤즈 도그마]의 세계는 파고들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 게임은 많은 지름길과 아이템을 곳곳에 숨겨두고 있으며, 마을 또한 자유롭게 지붕 위를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에 따른 세계의 변화를 진행에 직접적으로 차이가 나게 구현함은 물론, 그래픽으로도 분위기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낮에는 안전한 길이 밤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험한 길로 돌변한다던가, 창문 너머로 집 안의 랜턴 불빛이 보이는 등, 크기는 작을지 몰라도 깊이 있고 풍부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즈 도그마]의 세계는 [캡콤]이 처음 만든 오픈 월드 게임임을 감안해보면 예상 이상으로 훌륭한 모습입니다. 특이하게도 최근 오픈 월드 게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지역 이동 기능(한번 찾은 곳은 지도를 통해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드래곤즈 도그마]는 가지고 있지 않은데, 같은 장소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재미는 분명 그런 편의를 희생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이동 수단이 전혀 없다거나, 지역 이동 기능이 구현되어 있음에도 불과하고, 게임 후반에도 여전히 자유롭게 지역 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단점입니다. (게임을 한번 끝낸 이후에나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드래곤즈 도그마]의 밤길을 이동하다 보면, 어디선가 들리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릴 겁니다. “주인님, 늑대입니다!” 폰의 긴박한 외침과 함께, 수풀 사이로 늑대들이 달려듭니다. 플레이어가 전사라면 방패를 앞세우고 칼 한 자루로 뛰어드는 늑대를 베어 넘길 테고, 마법사라면 귀찮은 적이라고 투덜거리며 화염 마법으로 늑대를 불덩이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궁수라면 하늘로 비처럼 화살을 쏘아 올려, 한 번에 늑대 무리를 쓸어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드래곤즈 도그마]의 전투는 이제까지 나온 그 어떤 롤플레잉 게임의 전투보다 훌륭합니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게이머가 꿈꾸던 검과 검이 부딪히고 강력한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의 전투를 가장 가깝게 현실로 옮긴 게임입니다. 수십 년의 액션 게임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캡콤]은 정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전투를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총 9종류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약 200종류의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습니다. 9가지 직업이 모두 다른 운용 방법을 가지고 있고, 적의 움직임 또한 [캡콤]의 간판 액션게임 [몬스터 헌터]에서 다듬어진 미려함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실감나는 적을 상대한다는 쾌감이 정말 대단합니다. 덕분에 여느 롤플레잉 게임이 답습하는 숫자 놀이가 아닌, 다양한 직업과 스킬을 거치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전투 방식을 찾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화끈한 공격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는 대검을 든 전사로 (좀 맞더라도)큰 한방을 날릴 수 있고, 강력한 마법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는 땅에서 거대한 얼음 기둥이 솟구치게 만들 수 도 있습니다. 

    더불어 폰 또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직업과 스킬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에 비해 직업의 수가 적은 편이지만, 플레이어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캐릭터를 생각하고 키우기 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드래곤즈 도그마]처럼 게임의 모든 직업이 전부 재미있는 게임이란 정말 흔치 않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 직업을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여담으로 마법은 [던전 & 드래곤: 미스타라의 그림자(Dungeons & Dragons: Shadow over Mystara)]의 그것을 그대로 3D 공간으로 옮겨온 것이 많기 때문에, 아케이드 게임을 추억하는 플레이어라면 아주 각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거대한 적과의 전투에서는 [드래곤즈 도그마] 특유의 “잡기”라는 시스템이 매우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적을 잡고 올라타거나, 매달려 있을 수 있으며 비행하는 적이라면 매달린 상태로 플레이어와 함께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적 또한 잡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흔하게 일어나지는 않지만)플레이어를 낚아 올려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그 밖에 쓰러져 있는 적을 들어 절벽으로 내던진다던가, 쓰러진 동료를 들어 올려 도망치는 등, 소소한 재밋거리를 더해주는 용도로도 알차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소소한 재밋거리로는 350종류 이상의 무기와 방어구들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무기의 다양한 외형은 물론, 방어구를 옷과 갑옷으로 분류하여 서로 안과 밖이 겹치게 입는 것이 가능해서 다양한 겉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캡콤]이 처음 시도한 오픈 월드 게임이니 만큼, 이곳저곳에 자잘한 문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일단 레터박스가 게임화면을 가리는 문제는 게임을 하다보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그 밖에 문제로는 서버에서 데이터(주로 폰 관련)를 불러 올 때면 게임이 느려지거나, 잠시 멈추는 문제가 있습니다. 주로 마을에서 생기는 문제라서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불편하고 귀찮은 것이 사실입니다. 플레이어가 빠르게 이동할 때면 필드의 NPC나 적들이 뒤늦게 나타나기는 문제 또한 제법 거슬립니다. 그리고 의도했다고는 해도, 지나치게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임무들과 필연적으로 한번 이상 엔딩을 봐야 하는 구조도 조금은 불만입니다. 게임의 난이도가 반복해서 진행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면 불만이 없겠으나, 정작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 게임 초, 중반 부분은 엔딩 이후에 다시 플레이해도 그대로라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플레이 타임 100시간 기준이니, 할 만큼 한 셈이라 지루해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2회 이후 난이도 변경이 이루어 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조금만 손을 본다면 [캡콤]의 간판 시리즈가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게임입니다. [캡콤]의 수년간의 노하우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액션과 독특한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는 분명 이 게임을 게이머로 하여금 잊을 수 없는 게임 중 하나로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자는 플레이 스테이션3 구입 최초로 플레티엄 트로피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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