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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발리기 없는 리뷰 - 바이오 쇼크 -게임 리뷰, 추천 2008. 1. 2. 05:39
빅 대디 왔다.
[바이오 쇼크]는 수십 가지의 참신한 시도와 익히 고증된 안정적인 고전적 요소가 한데 어울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져 있다. 육성, 전투, 탐험, 스토리, 연출, 그래픽, 사운드 등 각각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완성되어 있어서, [바이오 쇼크]는 상도 그냥 상이 아니라 임금님 수라상이라 할법한 게임이다.가상의 도시 [랩쳐]를 배경으로 한 무대는 비단 게임뿐만이 아니 여타 매체에서 접한 적 없던 새로운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랩쳐]는 1960년대의 고풍적인 미국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동시대의 심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로서, 최근의 많은 게임들이 그러하듯 [바이오 쇼크]는 실사와 같은 그래픽을 이용하여 현실의 재현을 추구하기보다 게임만의 개성 있는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에 표현되는 [랩쳐]의 모습은 마치 어두운 색의 유화를 뿌려놓은 느낌이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도시는 가방, 콘크리트 더미, 파이프와 같은 사물들로 가득하며, 이러한 인공적인 요소들은 모두 동일한 느낌의 아트워크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반대로 물의 표현은 플레이어가 심해 속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서, 현실과 흡사한 놀라운 물결의 표현을 보여준다.
이렇듯 정교하게 표현된 도시는 몇 가지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게임은 하나의 구역에서 스토리를 위한 필수 임무를 끝내면 다음 구역으로 향하는 진행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때 맵(구역)의 전체 크기에 비해 실제 임무를 위한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그 외의 지역은 플레이어 임의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롤플레잉의 그것과 흡사하게 바이오 쇼크는 육성과 자본 그리고 약간의 생산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탐사는 실제 플레이어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 예로서 적은 다양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데, 플레이어는 적을 처리함으로서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의 탄환이나 재료를 얻을 수 있다. 각 무기들은 다양한 종류의 탄환을 사용하며, 탄환마다 피해를 입히는 적의 종류와 상황이 다르고 대게 효율적인 탄환일수록 아이템 통한 제작을 요한다. 또한 적에게서 얻는 돈으로 회복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자판기[!]에서 탄환을 구입 할 수 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필요하다면 스토리의 진행을 잠시 멈추고, 무한히 나타나는 적을 처리하며 앞으로의 진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EVE]를 얻기 위해서는 도전을 해야한다. 구역마다 일정 수 등장하는 [리들 시스터]로부터 플레이어는 [EVE]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지불함으로서 [Plasmid](일종의 마법이라 생각하면 편하다.)를 구입 할 수 있다. 문제는 [리들 시스터]들이 [빅 대디]라는 잠수복 입은 거구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는 점이다.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Plasmid]가 게임의 진행에 필수적인 요소인 이상 플레이어는 [빅 대디]를 물리치기 위한 준비를 해야만 한다. 덕분에 별다른 강요가 없더라도 플레이어는 다양한 이득을 위해 스스로 구석구석 빠짐없이 탐색을 시작하게 된다. 구역 곳곳에 위치한 잠긴 문들은 나름의 퍼즐을 이용해서 풀어야 하며, 심심치 않게 도시의 방범 시스템이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이 도시의 방범 시스템들은 일종의 로봇으로서 강한 공격을 퍼붓는데, 플레이어는 고전 게임 [파이프 드림]과 흡사한 미니게임을 통하여 이들이 플레이어 대신 적을 공격하도록 고칠(해킹) 수 있다. 또한 개중에는 플레이어와 동행 할 수 있는 로봇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불러내는 방범 카메라도 존재하는 등. 도시의 방범 시스템을 역으로 이용하는 부분역시 게임에 큰 재미거리이다.
여타 이벤트 신으로 가득한 게임과는 달리 [바이오 쇼크]는 메인 줄거리 외에는 달리 플레이어 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대신 [라디오]를 통해서 과거 도시에서 살던 이들의 기록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라디오는 흥미를 위한 간단한 상황 기록에서부터, 도시의 역사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내용. 심지어는 앞으로의 진행에 커다란 복선이 되는 암시를 남기기도 하는 등, 무척 방대한 분량의 지문을 뛰어난 더빙으로서 제공한다. 이렇듯 굳이 이벤트 신으로 게임의 진행을 멈추기보다, 플레이어의 상황에 적절한 내레이션을 제공하는 방법은 게임의 진행을 원활하게 이어준다. 이러한 라디오 말고도 게임은 다양한 부분에서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적들이 움직이는 소리는 위치에 따라 변하며 도시 곳곳에는 당시 시대를 연상시키는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조금 엉뚱한 소감을 말하자면 바이오 쇼크의 적들의 더빙은 현재까지 해본 게임 중 최고라 할 만한 수준이라서, 듣고 있노라면 실로 소름이 돋을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광기에 찬 미치광이들이 가득한 도시를 배경으로 공포물과 흡사한 분위기를 가진 게임은 실제 잔인한 묘사를 아끼지 않는다. 게임의 내용이 특별히 잔인하거나 비인도 적인 것은 아니지만(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그 반대다.) 게임의 배경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상황의 묘사는 실제 사람과는 동떨어지게 표현된 인물들이나마, 비위가 약한 이라면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게임의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 할 만하며, 실제 플레이를 하며 쉽게 감정 이입이 되기는 했으나. 특정 장면의 경우 ‘이렇게 잔혹한 묘사를 할 필요가 있나? ‘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으엑-’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 밖에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리들 시스터]를 플레이어가 살해한다는 게임의 설정에 있어, 이러한 부분에 민감한 여러 매체들에 공격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점에 있어서는 플레이어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 하는 큰 선택의 기로를 남겼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 삼을 바는 아니라 생각된다.(그 부분의 표현이 심각한 것도 아니다.) 또한 그러한 결정에 의해 플레이어는 보상을 받는가 하면 벌을 받기도 하는 만큼, 시나리오는 플레어에게 납득할만한 보상과 결론을 제공한다. 결국 [바이오 쇼크]의 잔혹성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라면 납득할만한 선이다. 더불어 게임을 제작한 [2K]쪽에서도 잔인한 묘사에 도용되는 인물들은 실제 인간으로 표현하기보다 마네킹과 흡사한 모습을 택하였다.(전체적으로는 배경과 잘 어울리니 위화감은 없다.)
전체적으로 달리 단점이라 꼽을만한 문제가 없는 게임이지만, 게임의 난도에 있어서는 조금 불만이다. [바이오 쇼크]는 [PC]뿐만이 아니라 [XBOX360]으로도 발매 되었는데, 이 두 기종의 조작 차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었으나, 결과 적으로는 게임의 난도가 고르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게임의 조작 속도가 낮은 콘솔 쪽에 맞추다 보니 빠른 조작이 가능한 PC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쉽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가 하면, 콘솔에서는 조작이 편한 근접 전투의 경우 PC에서는 반대로 어려운 부분이 더러 있었다. 허나 전체적으로는 콘솔을 기준으로 맞추어져 있어 쉬운 느낌이다. 다양한 패턴으로 유동적인 인공지능을 자랑하는 적들이 전투를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반면, 노멀 난이도의 경우 대부분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물론 이쪽은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본 쪽이니, 개인차는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의 패치에는 난이도 조절로 인해 해결 되었지만, 플레이어가 무한으로 별다른 페널티 없이 부활 가능하다는 점도 편의 보다는 단점으로 작용한다.(최신 패치에는 난이도에 따라 부활이 불가능 하도록 변경되었다.)
심해에 자리 잡은 도시 그리고 그곳에 우연히 들어오게 된 플레이어, 수없이 쏟아지는 단서와 의혹. 그리고 의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광기에 가득한 돌연변이. 게임에 깊이 잠겨 도시의 깊숙이 빠져들어 가다 보면 [바이오 쇼크]는 플레이어에게 큰 마침표를 남겨줄 것이다. 올해 수많은 FPS가 발매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FPS는 바로 이 게임이다.
- 2007년의 마지막을 바이오 쇼크의 엔딩과 함께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