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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FT 사기에서 기시감을 느끼다
    게임 컬럼, 정보 2021. 10. 20. 14:41

     

    믿거나 말거나 "300만원 짜리 돌덩이.PNG"

     

     NFT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NFT를 조사하고 있으려니 정말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이 글에서는 NFT가 뭔지(모든 사기극이 그렇듯 워낙 꼬여 있어서 자신은 없지만, 최대한 알아봤습니다) 짧게 적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불순물로 그에 대한 제 감상도 약간 들어 있습니다.

     

    일단 NFT는 뭘까요? 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절대 대체 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인 토큰이죠. 흔히 말하는 크립토커런시의 변형입니다. 여기서 크립토커런시, 즉 암호 화폐가 뭔가 궁금하신 분은 따로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NFT 거래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은 그렇습니다. NFT는 암호 화폐의 변형으로 디지털 예술품의 정보값을 가진 변형 암호 화폐입니다. 정확하게는 디지털로 되어 있다면 뭐든 간에 NFT에 등록해서 고유값을 가질 수 있다고 그들은 주장합니다. 결국, NFT를 발행(?)하고 구매하는 것은 곧 고유한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만들고 사는 것이라 볼 수 있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일단 NFTNFT에 담긴 인증된 디지털 원본의 복제를 막지 못합니다. NFT 이미지나 영상을 샀다고 해도, 그것이 복제되어 통용되는 건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NFT가 가진 대체 불가능한 속성은 NFT에만 해당할 뿐, 해당 암호 화폐에 저장되어 있는 원본 예술품과는 사실상 무관한 셈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NFT를 사고파는 집단(?) 사이에서는 그 가치가 인정되고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니, 진짜 그들만의 잔치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NFT를 만들고. 아니, 정확하게는 디지털 예술품을 창작한 예술가는 NFT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저 NFT에 자신의 예술품을 등록할 뿐이고, 이후 파생되는 권리를 같습니다. 그렇기에 NFT를 산다고 해도 예술품의 권리는 본래 창작자에게 있는 셈이지요. 예술품의 본래 권리는 예술가에게 있고, NFT에 등록 했다고 해도 원본의 디지털 복제는 막을 수 없지만,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 가치가 있는 암호 화폐...? ... 머리가 아파지니 넘어갑시다. 어쨌건 이렇게 생성된 NFT는 거래 방식에 따라 창작자에게 바로 수익이 돌아갈 수도 있고, 거래 액수와 횟수에 따라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결국 이러한 거래가 모두 암호 화폐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본질이 모호함을 넘어 실존조차 모호한 암호 화폐에 계속해서 가치가 붙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NFT로 암호 화폐의 수요가 생기면 가격은 오르니까요.

     

    NFT가 어떤 사기극인가는 이를 잘 설명한 트윗이 있어 번역해 보았습니다.

     


    https://twitter.com/smdiehl/status/1445795667826208770 원 출처

     

    Stephen Diehl
    @smdiehl

     

    NFT가 거대한 사기극인 이유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NFT 시장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봅시다. 재산을 분배받거나 분배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실존하는 예술품과 같은 실존하는 가치를 사는 것과 달리, NFT는 누군가의 데이터 페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사는 것입니다.

     

    이미 이러한 NFT 시장과 매우 유사한 The Star Naming Market이라는 시장이 있었습니다. 과거 90년대 일부 사업가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아직 명명되지 않은 별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공인되지 않은 "등록 권리"를 판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구매자는 "권리"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구매자가 권리 행사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종이 한 장이 딸려 오는 식이었지요. 그러나 거래 과정에서 실제 이루어진 것은 없었습니다. 수천광년 떨어진 플라즈마 덩어리에 멋대로 이름을 붙이고는 가격을 매긴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별의 등록이 고유한 소유권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저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타인을 설득시키는 사기에 불과했습니다. 별을 명명하는 가격은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 얼마나 이름의 주인을 사랑하는가에 달려 있었습니다. 해당 사업을 주도한 "국제 별 등록처(International Star Registry)" 말고 다른 "등록처"도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NameAStar, StarNamingGifts, Star Name Regisrty 등등. 모두 같은 공신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별의 등록을 해주겠다고 나섰지요.

     

    NTF는 그러한 사기극을 더 복잡하게 꼬아놓은 새로운 사기극입니다. 별을 판매하는 대신에 예술가로부터 JPEG 파일을 사는 것이죠. 사실은 이미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등록된 디지털 서명된 URL 주소를 사는 것입니다. 이제 단순히 디지털 별을 파는 것보다 더 복잡하게 사기를 칠 구실이 생긴 거지요. 2차 시장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이상한 토큰을 현금을 주고 사들인 뒤에야 토큰과 별을 교환할 수 있으니까요.

     

    거래소에 별을 등록할 때에도 토큰을 구매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부르는 가격이 얼마이건 간에요. 이렇게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 모두 토큰이 필요하기에 토큰의 가격은 상승합니다. 토큰을 이미 소유한 이들에게 이익이죠. 여기서 사기의 핵심은 예술가에게서 뜯어내는 겁니다. 손해를 만회하기를 기도하며 거액의 선금을 내고 자기 창작물의 URL을 등록하는 이들이죠. 이들은 크립토 꾼들이 운영하는 거대한 카지노의 쳇바퀴를 굴리는 햄스터나 마찬가지입니다. 더 멍청한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요.

     

    NTF는 어떠한 법적인 권리나 예술품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유일하지조차 않지요. 그저 크립토 꾼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가치로 부풀려진 데이터 베이스 접근 권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은 기이한 행태를 보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ANFT$10에 구매.

    AB에게 $10,000에 판매.

    BC에게 $100,000에 판매.

    CD에게 $10,000에 판매.

     

    위의 시나리오에서 A, B, C는 모두 동일 인물입니다. 익명의 계정으로 돈을 돌리며 가짜 거래를 만들어 낸 겁니다. D는 가짜 거래에 속아 넘어간 사람이죠. 거래 세탁이라 불리는 수법으로 대부분의 거래 시장에서는 불법 행위 입니다.

     

    NFT는 돈세탁에도 탁월합니다. 당신이 랜섬웨어로 벌어들인 수억 원 상당의 토큰을 쥐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제 한국의 크립토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그러나 자금세탁방지법(AML Law) 때문에 거래할 수 없네요. 그래서 당신은 NFT 돌덩이나 뭐 그런 걸 하나 만듭니다. 그리고는 NFT 플랫폼에서 당신에게 사고팔기를 반복하죠. NFT 플랫폼에서 거래 불가 토큰을 깨끗한 토큰으로 바꾸는 겁니다. 당신의 범죄를 감추고 거래소에서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요.

     

    JPEG 파일로 꾸려진 허구의 시장에서는 위와 같은 식으로 제제 없는 돈세탁이 횡횡합니다. 무기, 마약, 인신매매, 테러리스트의 자금 등등 몰래 하고 싶은 불법 행위를 마음껏 저지를 수 있습니다. 사실 수억 원에 JPEG 파일을 사고파는 건 미친 짓인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우스 씨 거품이나 튤립 파동 같은 다른 투기 사건처럼 말이죠. 그러나 욕망 때문에 사실을 외면하고 흥행한 환영을 믿는 겁니다.

     

    "공동체 전체가 하나의 사물에 마음을 뺏겨 광기로 쫓는다. 수백만의 사람이 일시에 하나의 허구에 감명받아 그 뒤를 따른다. 더 그럴싸한 새로운 허구가 나올 때까지."

    - 찰스 맥케이

     

    모든 크립토 사기와 동일하게 NFT 또한 등록된 데이터베이스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새로운 신봉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는 별에 이름을 매기듯 가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모두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죠.

     


     

    덧붙여 말하자면 위의 트윗에서는 암호 화폐 채굴과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자원 낭비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암호 화폐와 관계없는 이들도 피해를 보고 있지요. 멀리 보면 전력 수급 문제에서 가까이 보면 컴퓨터 부품 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암호 화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NFT 설명을 듣다 보니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공인되지는 않았지만, 이해를 공유한 집단 사이에서는 가치가 발생하고 각각의 고유성이 인정받는 재화...? 암호 화폐는 게임과 크게 관계가 없게 느껴지었지만, 여기에 생각이 닿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최근 벨브에서 NFT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게임의 퇴출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에픽에서는 거기 못 가면 우리에게 와요!”라고 러브콜을 외쳤지만, 아무래도 에픽의 행보는 스팀이 안 하니까 우리는 한다!”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암호 화폐를 거부한 스팀의 행보가 더 두렵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스팀은 자체적으로 암호 화폐와 유사한 대체재를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커뮤니티 기능을 앞세운 개인 프로필 꾸미기 기능. 현재는 게임을 사면 덤으로 주는 스팀 포인트로 사는 보너스 요소일 뿐이지만, 여기서 살짝만 더 나가면 NFT처럼 고유성을 무기로 거래를 유도하고 시장을 형성할 수 있어 보입니다. 이미 도타2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게임은 게임 아이템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기도 하죠.

     

    NFT와 이러한 시장이 과연 뭐가 다른지 고민해보고 있지만, 솔직히 깜냥이 부족해서 생각이 멀리 뻗어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상의 재산이라고 해도 소유권이 인정되고 사회에 환원이 가능한 가치라면 그것이 현실의 재화로 거래된다고 한들 무엇인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통화 관리나 뭐 이것저것 엮이는 생각이 많으니 일단 자릅시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NFT가 결국 욕망으로 부풀려진 사기극이자 거품이라고 할 때, 스팀이나 기타 게임사에서 만들어 내고 있고 또 만들어 낼 상품은 과연 어떨까요. 그것에 합리적인 가치를 우리는 책정할 수 있을까요? 단순한 사기극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또는 게임이 NFT와 유사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것이 통용되는 순간 게임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될까요?

     

    이미 한국에서 게임내 현금 거래는 일부에게 일상입니다. 메타버스라는 말이 알맹이 없이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죠. 진작부터 현실이 아닌 가상의 재산의 소유권을 사실상 인정하고 거래까지 하는 사회입니다. 그 범위가 얼마나 넓어지느냐, 얼마나 대중에게 퍼지고 얼마나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느냐의 차이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게임 아이템의 현금 거래, 미래의 맛보기는 현재 어떤 사회 현상을 만들어 냈는가?

     

    각자 다르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제가 보기에는 썩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기업은 윤리를 외면하고 있고, 사용자도 게임을 작업장으로 보고 있으니까요. 최근 게임에 야금야금 들어오는 NFT라는 사기극이나,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는 게임의 현금 거래를 보고 있으면 게임이라는 매체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돈을 향한 욕망만 남을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우선 가치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 모든 것이 망상이자 기우이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게임 내 재산의 현금 거래와 판매는 그저 게임의 주변부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계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하는 사람만 하는 정도로 멈춰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에 하나 게임의 판도를 움직일 수 있을 만한 대기업이 움직인다고 해도, 게임의 영역이 모두의 예상보다 더욱 거대해서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블리자드가 야심 차게 [디아블로3]의 거래소를 설립했을 때를 기억해 봅니다. 공인된 가치. 조절할 수 있는 시장. 즐기면서 수익도 올릴 수 있는 꿈의 장소. 허구였지요. 결국은 누구도 조절할 수 없고 공인할 수 없었기에 허둥지둥 막을 내렸습니다. (게임의 "경제"를 조절하려다 보니 게임의 균형 또한 망가졌고요) 심지어 지금은 회사까지 흔적만 남을 위기로군요. 정말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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