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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왔습니다. - Fallout 3 -
    게임 리뷰, 추천 2008. 12. 24. 05:57


     

    Welcome back home-



      서양식 롤플레잉 게임의 대명사 [폴아웃 (Fallout)]은 1998년 게임의 2편을 마지막으로 개발진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안타깝게도 시리즈의 끝을 맺은 것으로 여겨졌다. (공교롭게도 그들이 새로 설립한 회사 [토리카 (Troika)]또한 망해버렸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올해 말, 혹시나 명작의 후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던 팬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엘더 스크롤 (The Elder Scrolls)]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 소프트 워크(Bethesda Softworks)]에서 [폴아웃 3]를 제작한 것이다.


     
    핵 전쟁이후 피폐해진 캘리포니아 지역을 배경으로 하던 전작들과 달리, 신작은 워싱턴 DC를 주 무대로 하고 있다. 게임은 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피난처 [볼트 (Vault)]로 피신해 있던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밖으로 나와 세계를 구한다는 큰 틀은 공유하고 있지만, 시간대와 배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전작으로부터 이어지는 연작이라기보다 완벽히 새로운 신작에 가깝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비디오의 기술도 많이 발전하여, 2D 그래픽에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있던 게임의 세계는 이제 3D 그래픽으로 통일되어 눈에 보이는 장소라면 바로 뛰어 들어가 보는 것이 가능해 졌다.


    이러한 변화 때문인지 전작이 캐릭터의 육성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NPC(인물)와 퀘스트의 다양함을 경험하는 재미에 치중했다면 이번에는 직접 세계를 걷고 뛰는 비주얼적인 체험에 힘을 싣고 있다. 간신히 옛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망가진 도시를 거닐거나, 거대한 선박을 개조하여 만든 피난 자들의 도시를 직접 보고 접하는 것은 놀라울 만큼 즐거운 경험이다. 전작만큼의 깊이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게임이 제공하는 퀘스트와 읽을거리들의 수준도 뛰어나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음성 더빙이 되어 있으며, 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각자 자신의 배경과 그에 따른 이야기(퀘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메인 퀘스트라는 큰 흐름을 따라 가면서 다양한 인물들과 접하게 되며,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여행을 하게 된다. 이러한 퀘스트는 단순히 대화문으로 표현되는 것을 벗어나, 실제 인물들이 움직이고 배경이 변하는 역동적인 방법으로서 표현되며 종류에 따라서는 게임의 지형을 바꾸어 버릴 정도로 강력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토록 훌륭함에도 불과하고 게임을 아우르는 퀘스트의 구성에 있어, 전작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은 [폴아웃 3]에서는 플레이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스킬을 높이거나 능력치를 줌으로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전투를 꾸려 갈수는 있어도, 이것이 실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1, 2편을 지능 1로 진행해본 플레이어라면 멍청한 주인공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의 반응에 큰 재미를 느꼈을 것이며, 이번 3편에서도 다시금 볼 수 있기를 희망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풀아웃 3]에서 플레이어는 지능이 낮다하여 멍청이처럼 굴지 않으며 매력이 높다 한들 인기인이 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캐릭터가 어떤 개성을 가졌는가 보다, 단순히 선인인가 악인인가 하는 선택으로 일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새로이 적용된 캐릭터 육성 시스템 [S.P.E.C.I.A.L]이 엉성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보인다. 레벨 20이 최고치로 설정되어 있고 각 능력치에 따라 다양한 스킬들의 수치가 결정되는 방식인데, 결국 어떤 방법으로 캐릭터를 육성하건 간에 만능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고 만다.

    요즘이야 최대한 복잡하지 않게 캐릭터를 육성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옳은 방법이기에 한 표 주고 싶으나, 플레이어가 목표로 하는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라고 단언한다. 게임이 다소 복잡해지는 문제를 안게 되더라도 [폴아웃] 시리즈를 잇는 게임이라면 분명 플레이어가 원하는 개성 있는 캐릭터의 육성이 가능하도록 고려해야 했으며, 그에 따라 더욱 세밀하게 반응하는 인물과 이야기를 던져 주었어야 옳다.



     
    대신 새롭게 도전한 전투 방법은 훌륭하다. [폴아웃 3]는 기존의 턴 제 전투 대신 일인칭 슈팅 게임의(FPS)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지형과 캐릭터의 능력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이 가능하며, 더불어 전작의 [V.A.T]라는 시스템을 리얼타임 전투에 효과적으로 이식하고 있다. [V.A.T]는 적의 특정 부위를 노려 그에 따른 이득을 노리는 [폴아웃]만의 전투 시스템이다. 다리를 공격하여 적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든다던가, 눈을 공격하여 명중률을 낮추는 것이 그것인데, [폴아웃 3]에서는 ‘블렛 타임’을 이용하여 이를 FPS게임에 적용시켰다.

    전투 도중 플레이어는 [V.A.T]를 발동시켜 게임을 임의로 잠시 중지 시킨 후, 적의 특정 부위를 노려 공격할 수 있다. 이때는 게임의 시간이 느려지면서,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스킬이 적용되어 적에게 자동으로 조준되기에 마치 턴 제 전투를 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효과가 강력한 만큼 무분별 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능력치에 따라 사용 횟수가 조절되는 것도 적절하고, 역동적인 카메라로 화려하게 표현되는 연출 또한 만족스럽다.

    또한 캐릭터의 육성이 쉬운 것과는 별개로 전투의 난이도는 높은 편이여서,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을 목적으로 다양한 전술을 시도해 보도록 만들고 있고, 무기의 개성도 각기 뛰어나 입맛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다. [폴아웃]은 기본적으로 롤플레잉 게임이나, 롤플레잉 게임에 액션 게임만큼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들어갔다 해서 플레이어가 손해 볼 것은 전혀 없다.



     
    결국 [풀아웃 3]에서 어딘가가 모자란 아쉬움은 느낀다면 이는 이야기의 부족함이 원인이다. 이는 메인 퀘스트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플레이 타임 10시간이 채 못 될 정도로 짧은 내용은 둘째 치고 마치 할리우드의 액션 영화를 보듯, 아무런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건조한 내용에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쓰러질 듯 기울어져 있는 건물들이나, 모래먼지가 날리는 사막과도 같은 도심지를 표현하는 그래픽은 실로 훌륭하며, 이런 그래픽을 토대로 사뭇 거대한 스케일로 펼쳐지는 퀘스트는 짧으나마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그 속의 내용은 싱거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사실 무리도 아닌 것이, 메인 퀘스트는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다양한 지역을 여행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맵을 크게 사등분 해보면 메인 퀘스트를 위해 들러야 하는 장소가 반드시 한 군대씩 위치하며 그곳까지 가야하는 동선을 그려보면 여행을 위한 이정표를 찍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폴아웃 3]는 플레이어에게 여행을 즐길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D로 정밀하게 표현된 세계의 장점이 그것 아니겠는가, 직접 보고 돌아다니고 만지며 알아내는 것 말이다. 게임은 그에 있어, 상상이상의 방대한 분량의 소재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전작에 비해 이야기의 깊이가 떨어진다고는 해도, 이는 재미가 없다는 혹평이 아니다. 어차피 재미를 위해 즐기는 여흥이 게임인 이상, 반드시 삶의 목적을 제시한다거나 전쟁의 공허함을 주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만들어라, 그것이
    [폴아웃 3]의 진정한 메인 퀘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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