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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게임에 양복을 입고 들어가야 합니다. - Bejeweled Twist -게임 리뷰, 추천 2009. 1. 7. 07:30
언제나 3편은 괴롭습니다. 넘어야 할 벽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죠. 시작의 놀라움은 물론 이어져온 성공까지 뛰어 넘어야, 그나마 본전 취급을 받는 것이 3편입니다. 그렇다면 [팝캡(PopCap)]의 대박 퍼즐 게임 시리즈 [비주얼드(Bejeweled)]의 세 번째 작품이 되는 [비주얼드 트위스트(Bejeweled Twist)]는 과연 그 벽을 넘었을까요?
놀랍게도 [비주얼드 트위스트]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시작의 놀라움을 뛰어 넘었습니다. 미리 배열된 보석을 움직여 짝을 맞춰 지워간다는 기본적인 게임의 진행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으나, 이번 신작에서는 단순한 상하 좌우 이동에서 벗어나, 4개의 보석을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게 됩니다. (정 사각형을 사등분 한 후, 8개의 면을 같은 색끼리 맞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덕분에 보석들은 이제 화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었으며 전작처럼 보석이 짝이 맞지 않아 게임오버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
대신 일정 턴 내로 지우지 못하면 폭발하여 게임 오버가 되는 폭탄 보석이 생겼으며,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폭탄이 가지는 턴은 게임의 레벨에 따라 달라지며 후반으로 갈수록 짧아지는데, 같은 색의 보석을 한 번에 지우면 이들을 쉽게 지울 수 있게 도와주는 강력한 특수 보석이 생기기에, 전작의 중요한 재미요소이던 보석의 배열을 읽고 최대한 많은 수를 빨리 지운다는 목표 또한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연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실력에 치중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스템은 전작을 충분히 즐긴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만한 변화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비주얼드 트위스트]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신규 유저라면 게임은 너무나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보석을 일대 일로 맞춰 가는 대신, 4개 보석의 움직임을 미리 생각하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처음 접한다면 상당한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조금 둔한 필자는 룰에 익숙해지기까지 약 한 시간을 소요해야만 했습니다. 바로 배우고 시작할수 있는 간단함이 필수적인 캐주얼 게임에 있어서, 배우기 힘들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스스로도 문제라고 생각하였는지 게임은 엄청난 노하우를 토대로 감탄이 나올 만큼 정교한 도움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서 찾아볼까 생각하면 화면 상단의 도움말이 알아서 알려주고, 살벌한 폭탄 제거에 지칠 때쯤이면 게임이 알아서 느긋하게 할 수 있는 다른 게임 모드를 추천해 줍니다. 이러한 도움말 구성이 철저하고 정갈하게 되어 있어,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있으면 웨이터가 처리해주는 그런 느낌을 줍니다. 문제는 정장을 입고 캐주얼 게임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죠.
[비주얼드 트위스트]는 진짜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똑 부러지게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양복을 입은 웨이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손가락으로 창틀을 훑고 지나간들 먼지 한 톨 묻지 않을 그런 레스토랑처럼 말이죠. 전작의 아성을 넘다 못해 아예 새로운 길을 열어버린 게임으로 들어가기 위해 양복을 입을 것인지는 이제 플레이어의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