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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로는 전략 게임도 아름답고 싶다. - Dyson -
    게임 리뷰, 추천 2009. 1. 14. 07:36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어딘가의 우주에는 씨앗이 날립니다. 마치 식물의 씨앗 같이 생긴 그들은 행성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움으로서 자가 복제하여 살아갑니다. 그들은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는 행성에 따라 능력이 결정되기에 좋은 행성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죠. 그러나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없는 미약한 그들은 행성과 행성사이를 머물며, 어디인지 모를 우주 속에서 지금도 서로의 생존을 위해 뿌리를 내리고,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시간 전략게임 [Dyson]에서 플레이어는 절대자가 되어 플레이어의 로봇이 모든 행성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행성에 로봇을 심어 더욱 많은 로봇을 피울 수 있는 나무를 키우거나,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폭탄이 열리는 나무를 길러 방어를 굳혀야 하죠. 로봇으로부터 자라나게 되는 나무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줄기가 굵어지고 가지가 늘어남으로서, 더욱 많은 수의 로봇과 폭탄을 피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기회가 되면 로봇들은 그들이 머무는 행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반경 안의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여 새로이 뿌리를 내리거나, 이미 다른 로봇이 차지한 행성이라면 전쟁을 통해 행성을 빼앗게 됩니다. 적제 적소에 알맞은 수의 로봇을 보내어 좋은 위치에 자리한 행성이나, 자원이 풍부해서 강한 로봇을 피울 수 있는 행성을 차지하는 것이 게임의 주목적입니다.

     

    행성의 성장과 전략적 위치라는 개념은 게임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빠른 공격을 강조하는 여느 실시간 전략 게임과는 달리 방어적인 전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섣불리 공격하여 로봇의 수를 줄이기보다, 꾸준한 발전을 통해 많은 수의 로봇을 확보하여 좋은 행성에 터를 잡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진행 속도 또한 무척 느긋해서 로봇이 뿌리를 내리고 천천히 나무가 자라나는 성장 과정을 감상하거나, 민들레 씨앗처럼 무리지어 날아가는 로봇들을 감상할 여유가 있습니다. 게임의 그래픽은 잔잔하고 감성적인 터치와 함께 포근한 색감으로 그려져 있어서, 때로는 실시간 전략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잃어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줍니다. 커피 한잔과 케이크를 곁에 두고 한손으로 로열하게 즐기는 것이 가능한 실로 낭만적인 게임이지요.

     


     
    그러나 때로는 진행이 너무나 느긋한 나머지 졸음이 쏟아질지도 모릅니다. 게임은 크게 다섯 단계의 레벨로 나뉘어 있는데, 이중 게임을 배울 겸 처음 접하게 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레벨이 지나칠 정도로 기복 없는 평화로운 분위기라, 자칫 게임의 본연을 알기도 전에 심심해 잠들어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경험담입니다.) 별다른 리스크가 없는 상태에서 행성으로부터 피어나는 로봇의 특징을 결정하는 행성의 자원 수치의 영향이 미비하여 일어나는 단점으로서, 세 번째 레벨 이후부터는 적 로봇들의 침입이 잦아지고, 그 밖에 변수가 늘어남으로서 이전 레벨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이러한 장르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게임의 조작을 익힌 이후, 바로 세 번째 레벨부터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 밖에 실시간 전략 게임치고는 조작이 필요 이상으로 단순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본래 느긋하게 진행되는 만큼 없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남는 한손으로는 뷰티하게 과자나 차를 음미합시다.)

      


      [Dyson]은 플래시 게임으로서 한때 유행하던 방어적인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종합하여 정갈하게 다듬어 서정적으로 포장한 아름다운 게임입니다. 간단하지만 전략 게임으로서의 깊이는 떨어지지 않으며 매번 행성의 위치와 적의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의외로 여러 번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임의 조작과 난이도의 조절에서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는 하지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이런 느낌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는 특이한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자, 느긋한 마음으로 우주에 꽃을 피워보지 않으시겠습니까?


     

     

    “IGF 2009” 수상 후보작 (다운로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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