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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 실종 - DJ Max Trilogy -게임 리뷰, 추천 2009. 1. 28. 07:22
필자의 심정을 토로
별로 길게 쓰고 싶지 않다. [DJ Max Trilogy(이하 TR)]는 처절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게임이다. [DJ MAX] 시리즈를 총 망라한다는 대단한 명제 하에 제작된 게임은 정작 플레이어, 즉 그들의 게임을 사랑하던 팬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고 있지 못하다.
비단 게임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매체를 한데 모아 제공한다는 것의 의의는 편의에 있다. 각기 떨어져 통일성이 없는 것을 모으고 정리하여, 편리하게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TR]은 어떤가 하니? 편의는커녕 불편해 죽겠다-! 예를 들것이 너무 많아 대표적인 문제만 꼽아 보자면, 게임은 키보드로 해야 하는데 게임 메뉴는 마우스로만 오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노래 한곡 치고, 마우스로 손 옮겨서 메뉴 움직이고, 다시 키보드로 손 옮겨서 노래 한곡 치고……. 참 황당한 것이 이런 초보적인 실수는 인디 게임에서 조차 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미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였고, 동일 시리즈를 십년 가까이 개발하는 프로들(주1)이 저지른다는 것은 ‘이 게임은 대충 만들었습니다.’ 하고 자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 대충 만든 티가 난다. 곡이 난이도 정리 없이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오질 않나, 적지 않은 유저들이 사용하던 아케이드 키 배치를 아예 삭제해 버리질 않나, 패키지 게임이면서 온라인 게임을 방불케 하는 반복 플레이를 강요하지 않나, 도대체 목적이 무엇인가?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자 하는 주제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예로서 노트 하나 놓쳤다고 배경음이 사라지는 부분에서는 허망한 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음악을 들으며 연주하는 느낌을 얻기 위한 게임에서 딱 한번 틀렸다고 노래가 안 나오면 어쩌자는 건가? (그래, 어차피 클리어 할라믄 올콤은 기본이지?)
[TR]은 기존의 팬을 위한 도전적인 신작도 아니고, 신규 유저를 위한 입문서 또한 되지 못한다. 그냥 이전까지의 ‘노래’와 ‘비주얼’을 그럴싸하게 제 포장해 다시 팔아치우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그것에 있어서는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게임의 유일한 가치이기도 하다. 패키지는 깔끔하고 노래는 잘 들리며 그림은 예쁘장하다. 아니, 물론 필자 같은 팬(이라 쓰고 빠돌이라 읽는다.)이야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웃지만 만드는 이들이 그래서는 안 되지 않는가?
결론인 즉, 이 게임은 대충 만들었고 대충 만든 티가 난다. 필자처럼 악평과 역경에도 불과하고 [DJ MAX]의 곡들은 정말 한데 모아 가지고 싶은 팬이거나, 피시 게임 패키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그런 이들을 제외한다면 이 게임은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주1 : 현재 [DJ MAX]의 개발진들이 과거 [EZ2DJ]을 개발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